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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동료들과 건강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40대 동료는 둘째를 낳고 몸이 무너져 건강보조제를 챙겨 먹는다고 한다. 칼슘제부터 루테인까지 5가지가 넘었다. 관리해줘야 하는 나이임에도 나보고 건강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조언하던 60대 동료는 건강보조제 대신 건강식을 만들어 먹고 있었다. 연령대가 서로 달라 각자의 건강 노하우를 전달하며 건강 전도사가 되어 나를 설득하고 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보조제를 기본적으로 서너 가지는 먹어줘야 한다는데 나는 보조제를 전혀 먹고 있지 않다. 보조제가 잘 맞지 않기도 하지만 첨가물이 들어있는 보조제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는 나도 몸에 좋다는 보조제를 이것저것 잔뜩 사서 먹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소화가 잘 안 되고 부작용이 생겨 반도 못 먹고 쌓여 있는 보조제만 서랍 속에 한가득이다. 그러므로 보조제는 선뜻 구매하게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건강식을 만들어 먹기에는 어쩐지 까다롭고 어렵고 힘들고, 그런 막연한 생각에 시도조차 한 적이 없다. 

나이가 들어감에 입맛이 달라지고 건강식을 찾고 있지만 아는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게 없어 건강식은 그저 먼 이야기였다. 나름 챙겨 먹는다고 하지만 매일 먹는 것이 한정돼 있고 색다를 게 없어 영양적인 측면에서는 늘 볼품없는 식단이다. 먹거리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이것저것 자연식을 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메뉴다. 그래서일까 50대를 아주 힘들게 보내고 있다. 젊음과 늙음의 중간에서 낯선 변화가 시작되는 두려운 나이, 모든 것이 쉽지 않다. 단순하지 않다. 먹거리는 더더욱 중요했다. 그래서 먹거리엔 관심이 많다.

다른 건 몰라도 3대 영양소는 꼭 챙겨야 한다고 강조하는 동료는 건강식으로 단백질 폭탄 두유를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그 얘기에 솔깃해 두유 만드는 법을 물었다. 사실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있어 우유를 먹기에 부담이 있던 터였다. 두유는 콩만 있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특히 까만 콩이 좋다고 했다. 까만 콩 서리태라면 처치 곤란할 정도로 많아 엄마가 늘 이모 주던 것이 생각나 바로 시골에 계시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까만 콩 있으면 보내달라고 했다. 두유를 만들어 먹겠다고 하니 엄마는 오! 감탄하며 네가 이제 검은콩 좋은 걸 알다니, 나를 장하다며 기특해했다.

엄마는 그날 바로 까만 콩과 들깨를 잔뜩 보내왔다. 들깨를 볶아 콩하고 같이 갈면 더 고소하다고 했다. 덕분에 동료가 알려준 아몬드 같은 견과는 따로 사지 않아도 되었다. 엄마가 알려준 대로 들깨를 씻어 조리에 건져 올린 다음 강한 불에 볶아 주었다. 콩은 한 컵 기준 30분을 불린 다음 삶았다. 끓기 시작하면서 콩이 떠오르면 몇 번 저어주다 5분 정도 더 끓여주고 뚜껑 덮어 두었더니 잘 익었다.     

두유 만들 시 까만 콩은 삶는 게 중요하다 했다. 설익으면 비린내가 날 수 있고 너무 익으면 메주 냄새가 난다고 한다. 콩을 삶아 까맣게 된 물은 버리지 않고 믹서기에 갈 때 그 물을 넣어주면 된다. 적당히 잘 익은 콩을 한번 먹을 분량만큼 덜어 들깨와 넣어 믹서기에 갈아준다. 소금도 한 꼬집 넣고 갈았다. 농도 적당하고 맛도 제법 괜찮았다. 달콤하게 먹고 싶어 꿀도 한 스푼 넣었다. 고소하고 달콤한 두유가 완성되었다. 콩과 들깨의 조합 두유는 내가 찾던 그 맛이었다. 고소하고 깔끔했다. 어렵게만 생각해 시도조차 못했던 건강식 두유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나의 첫 번째 건강식 두유. 두유는 식물성 단백질이 많고, 이소플라본이 풍부해 여성에게 좋다고 한다.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고 강한 해독 작용이 있다. 항암효과뿐만 아니라 노화방지 효과도 크며 갱년기 및 피부 알레르기 증상에도 좋다고 하니 블랙푸드의 챔피언급이다. 삶은 콩은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었다. 하루 한 번씩 갈아먹으니 3일 정도의 분량이었다.

생각해보니 무더운 여름이면 엄마가 콩물을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있다. 한 병씩 만들어 냉장고에 채워 수시로 한 컵씩 먹게 했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게 된 것일까. 그 콩물이 지금의 두유임을 그때는 왜 알지 못했을까.

음식이든 뭐든 모든 것은 내가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와닿게 되는 것 같다. 그건 위로일 때도 마찬가지다. 받아들이는 것과 마음에 와닿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다르다. 그건 경험으로 알 수 있다. 그땐 그저 콩물이었지만 지금은 훌륭한 영양제로 다가왔다. 그땐 잘 먹지 않았지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먼 시간을 흘러 이제 내 가슴에 와닿았다. 건강식은 멀리 있지 않았다. 엄마가 해주던 먹거리를 거슬러 올라 기록하는 것 그게 바로 내가 찾는 건강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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