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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꽃을 들고 진주 남성당한약방으로 들어서고 있다.
 시민들이 꽃을 들고 진주 남성당한약방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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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습니다."
"선생님의 사랑과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27일 오후 경남 진주시 동성동 소재 남성(南星)당한약방에 모인 시민들이 김장하(78) 한약방 대표(전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에 꽃을 건네면서 이렇게 인사했다. 남성당한약방이 5월 31일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그동안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이날 모였다.

참된 나눔 실천한 김장하 전 이사장
 
진주 남성당한약방이 5월 말로 문을 닫는다.
 진주 남성당한약방이 5월 말로 문을 닫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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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 이사장은 1944년 사천에서 태어나 1962년 한약종상(한약업사) 자격을 획득했으며, 사천에서 10년간 한약방을 하다가 진주로 이전해 지금까지 50년 동안 운영해 왔다.

김 이사장은 평소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을 내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왔다.

"돈을 모아 두면 똥이 되고 흩어버리면 거름이 된다"고 한 그는 오랫동안 장학 사업과 함께 문화예술, 시민‧환경운동, 지역언론 등을 지원해 왔다. 특히 2000년에는 남성문화재단을 설립, 지역문화 도서 발간 사업, 장학사업, '진주가을문예' 지원사업 등 진주를 비롯한 지역의 문화 진흥에 힘써 왔다.

이날 한약방 방문은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김 이사장의 성격 상 먼저 알게 되면 자리를 피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실제 몇몇 사람들이 행사를 준비하다가 이를 알게된 김 이사장이 역정을 내는 바람에 무산되기도 했다. 그래도 그냥 있을 수 없다는 말이 나왔고, 이날 오후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꽃다발을 들고 한약방을 찾았다.
 
김장하 진주 남성당한약방 이사장이 27일 오후 찾아온 사람들을 배웅하며 인사하고 있다.
 김장하 진주 남성당한약방 이사장이 27일 오후 찾아온 사람들을 배웅하며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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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진주 남성당한약방.
 27일 오후 진주 남성당한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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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놀란 표정을 지은 김 이사장은 한참 망설이다가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번거롭게 하니 미안하기도 하다"며 "한약방 그만 두고 건강이나 챙기면서 지낼 것인데, 이렇게 와주어 고맙다"고 인사했다.

김 이사장은 2008년 10월에는 경상국립대에서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고, 앞서 1984년 학교법인 남성학숙을 설립해 명신고등학교를 개교했다가 1991년 국가에 기부헌납(당시 100억원 규모)해 공립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김 이사장은 1991년 8월 명신고 이사장 퇴임사를 통해 "내가 배우지 못했던 원인이 오직 가난이었다면, 그 억울함을 다른 나의 후배들이 가져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본질적으로 학교는 개인의 것일 수 없다. 학교 설립의 모든 재원이 세상의 아픈 이들에게서 나온 이상, 이것은 당연히 공공의 것이 되어야 마땅하다. 학교가 공공의 것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공립화이고, 그것이 국가 헌납"이라고 말했다.

남성문화재단 해산 후 경상국립대에 34억 기탁

김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남성문화재단을 해산하면서 기금 34억 5000만원 전액을 경상국립대학교에 기탁하기도 했다. 대학은 김 이사장의 뜻을 따라 관련 문화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기탁식 때 김 이사장은 "재단 설립 20여년이 지난 오늘 제대로 이루어 놓은 것은 없고 뒤떨어진 지역문화를 발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이에 재단을 해산하고, 남은 재산을 대학에 기부하기로 했다. 무거운 짐을 대신 짊어지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1990년 시민주로 창간한 옛 <진주신문> 주주 겸 이사로 활동했고, 1992년에는 형평운동기념사업회 결성을 주도, 2004년까지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경상국립대 발전후원회장, 경상국립대 남명학관 건립추진위원장, 진주문화사랑모임 부회장, 지리산생명연대 공동대표, 진주오광대보존회 후원회장,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 영남대표, 진주환경운동연합 고문, 진주문화연구소 이사 등을 지냈으며, 1992년 4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보 때인 2002년 12월 1일 남성당한약방을 찾아 김 이사장을 만났다. 이때 김 이사장은 "정치 9단에게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품위와 겸손을 보였다. 이때 노 전 대통령은 "참 좋은 분을 만났네. 정말 좋은 분이다. 정치인을 만나 훈수 두지 않는 사람은 처음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고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묘역에 설치된 박석에 이름을 새겨 참여하기도 했다.

또 1990년대 첫 민선 진주시장선거를 앞두고 지역 시민단체들이 진주시장 후보로 추대하려고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김 이사장은 한약방을 피해 숨어버리기도 했던 일화가 있다.

"남성당한약방은 진주사람들의 것"
 
▲ 34억 기탁한 김장하 "아픈 사람 상대 돈 벌어, 함부로 쓸 수 없었다" 경상국립대학교는 9일 늦은 오후 가좌캠퍼스 컨벤션센터에서 '남성문화재단 재산 수증증서 전달식'을 열었다. 이날 경상국립대는 ‘김장하 이사장이 걸어온 길’이란 제목의 영상을 제작해 상영했다.
ⓒ 경상국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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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신용민 경상국립대 부총장이 출장 중인 권순기 총장을 대신해 난 화분을 들고 왔다. 또, 이곤정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 김언희 시인, 최웅한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부 회원, 정명진 민주노총 진주지부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진주문화연구소, 노래패 '맥박', 진주오광대 보존회, 서경방송, 진주환경운동연합, 청소년 문화패 '한누리', 극단 '현장' 등에서도 함께 했다.

여태훈 대표는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한약방을 이사장께서 해오셨지만 진주사람들의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그래서 그냥 지나갈 수 없어 꽃다발이라도 들고 와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는 게 도리이겠다 싶어서 왔다"고 했다.

백혜리 진주문화연구소 사무차장은 "오늘 이 자리에 오려고 꽃가게에 가서 꽃다발을 주문하면서 최대한 겸손하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 가게 주인한테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주인이 한약방 문을 닫는다고 하니 놀래면서 이제 어디 가서 약 짓느냐고 하시더라. 꽃을 사오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곤정 이사장은 "내년이 형평운동 100주년(1923년 시작)인데, 기념사업회의 첫 뿌리를 김 이사장께서 해주셨다"며 "형평운동의 정신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동안 고마웠기에 인사를 드리기 위해 왔다"고 했다.

최웅한 회원은 "저는 이사장께서 설립했던 명신고 2회 졸업생이다. 얼마 전에 졸업생들이 와서 인사를 드린 적이 있다"며 "사회를 위해 이사장께서 많은 일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많이 배웠다. 앞으로 건강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병권 진주오광대보존회 사무국장은 "진주오광대가 발굴‧보존된 지 올해로 27년째다. 이사장께서 큰 역할을 해오셨다. 명절 때 와서 인사를 드리기도 했는데, 오늘은 한약방이 문을 닫는다고 하니 와서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장께서 댁까지 걸어가시는 모습을 종종 보기도 했는데, 한약방을 그만 두시더라도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으로 시내에서 뵈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장하 이사장은 찾아온 사람들을 배웅하면서 "고맙다"고 했다.
  
민주노총 진주지부가 남성당한약방 김장하 이사장한테 "고맙다"고 쓴 꽃다발을 전달했다.
 민주노총 진주지부가 남성당한약방 김장하 이사장한테 "고맙다"고 쓴 꽃다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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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진주 남성당한약방에 전달한 꽃.
 시민들이 진주 남성당한약방에 전달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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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남성당한약방 내부.
 진주 남성당한약방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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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문화연구소가 남성당한약방 김장하 이사장한테 전달한 꽃다발.
 진주문화연구소가 남성당한약방 김장하 이사장한테 전달한 꽃다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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