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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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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4일 오후 3시 15분]

지난 21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단연 화제가 되었던 질문은 바로 기자회견 마지막 질문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 기자는 윤석열 정부의 남성 편중을 꼬집으며 성평등을 위한 윤 정부의 향후 기조를 물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금 공직사회에서 예를 들면 내각의 장관이라고 그러면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며 "아마 이게 우리가 각 지역에서 여성의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그래서 (여성들에게) 이러한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답변에 야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국제사회에 부끄러운 성평등 인식을 보여줬다"며 "내각 남성 편중 인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은 군색한 책임회피였다"고 비판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도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면서 어떻게 여성들에게 기회를 '매우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장태수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 역시 "준비된 성차별 인사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냈다"고 지적했다.

"여가부 폐지 주장" → "남녀평등 이루도록 노력"  

그런데 이렇듯 화제에 오른 WP 기자의 질문을 일부 언론들이 잘못 번역해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 <중앙일보>, <매일경제>, <조선비즈> 등은 WP 기자의 질문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대선 기간 남녀평등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한국 같은 곳에서 여성 대표성 증진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남녀평등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일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나"
 
하지만 당시 공동기자회견 영상에서 WP 기자의 질문 전문을 살펴보면 이는 잘못된 번역임을 알 수 있다. 백악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공동기자회견 영상(30분 50초부터)에 나오는 WP 기자의 질문의 영어 원문과 번역은 다음과 같다.
 
"your cabinet nominees are overwhelmingly male. South Korea consistently ranks low among developed countries on professional advancement of women. And you, yourself, during your presidential campaign, proposed abolishing the ministry of gender equality. What role should a leading world economy like South Korea play in improving representation and advancement of women? And what will you and your administration do to improve the state of gender equality"

"내각 지명자들이 압도적으로 남성이다. 한국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과 관련해 선진국들 사이에서 일관되게 낮은 순위를 보인다. 그리고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다. 한국과 같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나라에서 여성의 대표성 증진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리고 윤 정부는 성평등 증진을 위해 무엇을 할 계획인가"
 
같은 질문, 다른 번역... 왜?

이처럼 질문 전문의 순서에 따르면 일부 언론이 "대선 기간 남녀평등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는데"라고 번역한 문장은 사실 "그리고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주장했다"였다.

질문의 맥락을 감안하면 내각 지명자의 남성 편중과 한국이 여성 고위직 진출 수준이 낮음에도 여가부 폐지를 주장한 윤 대통령의 모순적인 지점을 날카롭게 질문한 문장이 남녀평등을 이룩하겠다고 주장했다는 평범한 문장으로 둔갑한 것이다.

한편 <한겨레>, <한국일보> 등의 언론에서는 "대선 기간 여성가족부 폐지를 약속",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다"며 원문을 그대로 번역해 보도했다. 같은 기자의 동일한 질문임에도 언론사에 따라 그 내용이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 지난 21일, 국가 소속기관인 KTV는 생방송으로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을 동시통역했다. 그런데 WP 기자의 질문 당시 동시통역자가 기자의 여가부 폐지 관련 질문을 "지금 대선 기간 동안 윤 대통령님께서는 이러한 남녀평등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하셨다"로 잘못 통역하였다. 이러한 오역을 일부 언론이 원문과 대조하지 않은 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언론이라면 동시통역의 특성상 발언의 내용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원문을 확인한 뒤 해당 내용을 보도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확인이 미비한 결과, 공공연히 공개된 기자회견의 질문마저도 왜곡 수준의 번역으로 보도되고 말았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대중의 언론을 향한 불신은 심해져만 갈 수밖에 없다. 언론의 신뢰 회복은 결국 언론 스스로에게 달려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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