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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여성들의 일상에 켜켜이 스며 있는 차별과 혐오, 폭력을 해소하고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여성들의 일상 공간이 존엄의 공간, 평등의 공간으로 바뀌어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변화를 만들어야 할 책무를 가진 중요한 주체 중 하나는 지방정부다. 그런 그동안 '성평등 사회 실현'이라는 헌법적 책무에 대해서는 주로 중앙정부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면서 지방정부의 역할에 크게 주목하지 못했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이후 지역의 특성, 상황과 조건에 따라 성평등정책을 발굴·시행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지방정부 성평등정책은 많은 부분 중앙정부의 사무를 위임받아 집행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방정부의 조직형태나 구조도 중앙정부의 기능에 기초하여 주관 부서의 명칭과 하부구조들이 구성되어 왔다.

이런 현실 때문에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중앙정부의 부처 개편의 문제를 넘어서 지방정부 성평등정책의 바탕까지 흔들 수 있는 위험한 공약이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지방정부 성평등정책 추진체계를 단단히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지방선거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차별과 혐오 선동정치를 심판하고 성평등정책의 퇴행을 막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글은 지방정부 성평등정책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특히 그 동안의 성평등정책 추진체계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선도적으로 지방정부 성평등정책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실행한 지방정부 사례들의 교훈을 참고하여 민선 8기 지방정부 성평등정책 추진체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특히 성평등정책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들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독립적인 법률제정권, 예산권은 성평등정책 전담기구의 필수 조건

만연한 성차별 해소와 여성의 권익 증진 및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할 정부기구가 중요하다. 1975년 유엔 세계여성회의는 각 국 정부에 성평등 책무를 맡을 정부기구를 설립할 것을 권고했고 이후 최초의 여성정책기구(Women's Policy Agencies)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995년 북경 세계여성대회에서는 성주류화 전략을 담은 '베이징행동강령'(한국을 포함한 189개국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국제규범)을 채택했고 이 강령에는 적절한 예산과 인력을 보장받는 성평등정책 전담기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또한 2021년 유엔여성지위위원회는 제65차 합의결론((E/CN.6/2021/L.3) "국가기구는 성평등 증진의 주요 촉진자이다. 회원국은 북경행동강령 이행에 있어 ① 성평등 전담 기구 강화 ② 성주류화 정책 증진과 성평등 발전 ③ 젠더 통계의 수집, 배포, 활용을 위한 노력의 배가 등 3가지 활동을 추진한다" 라고 각 회원국에 권고함. 북경 비전의 달성은 매우 제한적이고 부분적일 뿐 아니라, 이미 획득한 성평등과 여성인권 성과들도 글로벌 경제위기, 기후 위기, 코로나19 상황, 반여성인권적인 저항 등에 부딪혀 후퇴하고 있다고 보았을 때 더욱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전담기구가 필요함. 특히 국가기구가 성평등 증진의 주요 촉진자라는 것, 적절한 예산과 인력을 보장받는 여성정책 전담기구가 필수라는 것을 명심해야 함.)에서 북경행동강령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각 국의 성평등정책 전담기구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2020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성평등정책 추진 기구는 194개국에 설치되어 있고 160개국에 독립부처 형태의 성평등정책 전담기구가 있다.(박선영 외. 2021)
 
* 그림 출처 : 황정미. 2022. “한국 성평등 정책의 역사적 맥락과 향후 과제 ”
 * 그림 출처 : 황정미. 2022. “한국 성평등 정책의 역사적 맥락과 향후 과제 ”
ⓒ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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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북경 세계여성대회에 참가하며 성평등정책 전담기구의 의미를 확인한 여성운동은 1996년부터 성평등정책 전담기구 설치를 요구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1998년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설치되었다. 그러나 독립적인 입법권과 예산권 등 실질적인 성평등정책 집행 방안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는 한계를 확인했다. 2001년 여성운동의 지속적인 요구에 의해 정부부처로서 여성부가 신설되었고 이후 여러 가지 변화들을 거쳐 현재의 여성가족부가 되었다.

지방정부 성평등정책 전담기구는 중앙정부 성평등정책 전담부처의 기능과 역할, 구조 변화에 따라 함께 변화해왔다. 지방정부의 성평등정책 전담 기구는 대부분 여성가족부의 위임사무를 집행하는 수준의 정책 기구만을 가지고 있고 주로 여성·아동·청소년의 안전과 복지 등을 중심으로 역할이 한정되었다.(장윤선 외, 2020)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대부분 가족, 복지 정책이 통합된 국·실의 명칭에 '여성'을 포함하고 있지만 실질적 전담 부서는 담당과의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예산도 열악한 수준이다. 독립적인 조례 제정권과 예산권 등 성평등정책 전담기구로서의 필수 요건은 갖췄지만 지역의 특수성과 변화된 정책 환경, 지역 여성들의 현실과 요구에 따른 독자적인 성평등정책의 확장, 강화가 요구된다.

성평등정책 전담기구의 총괄·조정 기능 실질화 : 권한 강화

성평등정책 전담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독립적인 법률 제안권, 예산 편성권, 국무회의 참석 의결권 행사(국가 정책 전반에 걸쳐 성평등 관점을 적용할 수 있는 회의 참석 의결권)을 통해 성평등정책의 기획과 집행과 총괄⋅조정, 성주류화 기능을 담당했다. 그러나 동일한 부처의 위상인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약소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다른 부처의 정책이 성평등 관점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총괄·조정 역할을 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여성가족부장관의 부총리급 격상이다. 모든 사회정책 영역을 포괄하며 관련 모든 부처 정책을 성평등의 관점에서 견인, 통합·조정할 수 있는 역할을 사회부총리가 할 수 있다. 현행 규정은 교육부장관이 사회부총리 역할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분권과 지방자치에 대한 고민들이 확대되면서 지방정부 성평등정책의 주류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대안들이 고민되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 지역의 행정체계, 규모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서울시의 젠더전문관(2015년), 제주도의 행정부지사 직속 성평등정책관 설치(2018년)(성평등정책 총괄은 정책관에서 이외에 여성·가족 정책은 기존의 보건복지여성국 내 여성가족청소년과에서 담당하게 하여 민선 7기 여성·가족 및 성평등정책을 혼합형 추진기구 형태로 구성, 성주류화 실행 주체 삼각연대의 확장형이 실행된 결과로 평가함.(장윤선 외, 2020) 성인지 관점 사전 검토제, 정책 권고제 등 마련), 대전시의 기획조정실 내 성인지정책담당관 설치(2019년)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 그림 출처 : 강경숙 외. 2021. “제주특별자치도 양성평등정책 성과와 과제 ”
 * 그림 출처 : 강경숙 외. 2021. “제주특별자치도 양성평등정책 성과와 과제 ”
ⓒ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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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성평등정책 담당조직 (성평등정책관- 여성가족청소년과)을 성 주류화 정책과 여성가족정책을 이원화했다. 기존 여성정책 내 성 주류화 전략이 주변화되는 현상을 개선하여 성 주류화 전략의 실행력을 보다 강화하고자(강경숙 외 , 2018) 한 모델이었다. 이를 통해 '주요 정책 성인지 관점 사전 검토 의무제', '부서별 양성평등담당관제(205개 부서)', 관광콘텐츠 및 축제, 홍보물 등에 대한 특정성별영향평가 지속 추진 등 성 주류화 정책을 다각화하였다. 다만 제주도의 경우 두 기관 간 협업 강화를 위한 개선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는 진단하고 있다.

각 부처의 성평등 책무성 강화, 전담 부처와의 협업체계 구축

2018년 미투운동을 계기로 2019년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제도가 교육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대검찰청, 경찰청, 국방부의 총 8개 부처로 확대되었고 양성평등정책담당관협의체가 만들어졌다. 성평등정책 전담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모든 부처의 성평등정책을 견인, 총괄하던 방식에서 각 부처가 부처 고유의 특성에 맞게 성평등 정책 수행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전담부처인 여성가족부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제주도의 경우도 부처 고유의 특성에 맞게 성평등 정책 수행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전담부처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중앙정부 사례와 유사하다. 제주도는 부서별 성평등목표를 수립하고 추진하는 양성평등담당관 및 양성평등 담당을 도입했다, 2019년 도본청을 시작으로 2020년 제주시와 서귀포시, 2021년 읍면동으로 확대 지정했고 2021년 8월 현재 총 205개 부서에 양성평등담당관을 지정했다. 다만 총괄과 운영주체가 달라 유기적 연결을 위한 개선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경우 모든 부처에 성평등정책 전담기구인 성평등정책담당관을 설치하고 성평등정책담당관협의체를 내실화하여 여성가족부와의 확실한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방정부도 모든 정책 단위가 성평등을 목표로 정책 수행의 책무성을 갖게 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이므로 각 부서에 성평등정책 담당관을 설치하고 전담부서를 중심으로 협업이 가능하도록 '성평등정책담당관협의체'를 구성⋅운영하는 것이 요구된다.

정책결정권자의 '성평등 실현' 의지와 다층적 협업 구조 마련

성평등정책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것이 정책결정권자의 의지다. 시장 또는 도지사가 자치단체 행정 전체를 조망하면서 성평등정책의 비전과 방향을 설정하고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보좌할 인력이 필수적이다. 서울시나 강원도의 젠더특보가 그 예이다.

지방정부의 모든 정책 영역에 성평등 관점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작동을 고려한 총괄‧조정 기구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동일한 위상의 부서가 다른 부서에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총괄‧조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면 총괄‧조정기구에 분명한 권한과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시장 또는 도지사 직속의 총괄⋅조정 기구를 설치하여 실질적 집행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수도 있고 성평등 부시장/부지사가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방안들은 부서 간 칸막이의 문제를 극복하고 여성정책 뿐만 아니라 전 지방자치단체 행정에 성평등 관점이 반영될 수 있는 다층적 협업구조라는 장점이 있다.

성평등정책 과제 발굴 연구 기능 강화

'젠더‧일‧돌봄'. 코로나19 이후 성평등정책 방향의 핵심 키워드이다. 2018년 미투운동과 온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텔래그램 성착취 사건,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사회안전망과 돌봄 위기로 인해 여성들의 생존 기반은 무너지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 폭력이 심화되었다. 이를 극복할 성평등정책의 강화가 무엇보다 절박한 상황이다. 특히 노동시장 성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 누구나 돌볼 권리와 돌봄을 받을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되는 돌봄 정책, 여성의 건강권과 다양한 위치와 조건에 놓인 존재들의 인권 강화를 위한 정책 등 성평등정책 전담 기구에서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적극적인 의제 발굴과 정책 시행이 필요하며 이는 지역 여성들의 삶과 현실에 바탕을 둔 실효성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 성평등정책 정책 연구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지역 여성들의 삶과 현실에 바탕을 둔 연구를 통해 지역성평등 수준, 주요 불평등 영역과 개선 방안 등 지방정부 성평등정책 선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성평등정책 연구기관들에서 수행했다. 현재 17개 시‧도 중 서울, 경기 등 13개 지역에서 성평등정책 연구기관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지역은 지역 연구원 산하 부서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조례의 목적에 따라 성평등, 여성지위‧역량강화, 정책연구 등의 역할을 하고 있고 지역마다 정책전문, 플랫폼, 중심축 등 다양한 역할모델을 가지고 있고, 거버넌스의 한 축이자 젠더거버넌스의 중심축으로 행정과 시민사회 활동 지원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장윤선 외, 2020) 성평등정책의 실질적 강화를 위해 성평등정책 연구기관의 신규 설치, 조직 분리 및 신설, 기능 강화 등 다양한 강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계기로 국가 성평등정책 추진체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정부 성평등정책 추진체계에 대한 관심도 또한 높아진 이때 어떤 원칙과 방향에서 지방정부 성평등정책 추진체계를 고민해야 하는지 살펴보았다.

2022년 5월 6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여성가족부의 법적 근거와 기능과 역할을 담은 조항을 완전히 삭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논리적 근거도, 구체적인 비전도 없이 단 7글자로 던져진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한 여성들과 전사회적인 강력한 반대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여성가족부 폐지 내용이 빠진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지 3일 만의 일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반드시 이행한다면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인선하고, 장관 후보자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동의한다면서도 '여성가족부의 순기능은 있다. 기존의 역할과 기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해야 한다'거나 '여성가족부 폐지가 여성정책의 폐지는 아니다'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를 인사청문회 내내 반복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여성과 국민에 대한 기만이며 혐오 선동의 정치의 연장선에 있다.

"우리는 지지치 않고 지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철회를 위해 거리로 나선 여성들이 함께 외쳤던 구호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노골적인 '여성'지우기에 맞서 지방정부의 성평등정책을 강화하고 성평등사회로의 변화를 지역으로부터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이를 가능하게 할 지방정부 성평등정책 추진체계를 보다 단단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주체는 페미니스트 주권자, 우리들이다. 6·1 지방선거를 통해 차별과 혐오선동의 정치를 심판하고 지방정부 성평등정책의 단단한 틀을 페미니스트 주권자의 힘으로 만들어내자.

 
<참고자료>
장윤선,김경희,박수범,김수지,and 정혜선. "지방분권과 성평등정책기반 조성방안."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 2020.
강경숙,고지영,이연화,이화진,양금선,염미경,이신선,정은숙. "제주특별자치도 양성평등정책 성과와 과제." 제주여성가족연구원 2021.
박선영,박복순,김복태,고현승,김은희.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 방안".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1.
이재경,심현아. "서울시 성주류화 추진전략 연구". 서울특별시여성가족재단. 2020.
황정미. "한국 성평등 정책의 역사적 맥락과 향후 과제 " 성평등정책 강화를 위한 긴급토론회 자료집. 2022.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입니다. 이 글은 한국여성단체연합 이슈리포트 '젠더 잇:다' 2022년 5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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