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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지사 선거의 최대 쟁점은 '강원도 청사 신축 이전'입니다. 지난 1월 최문순 지사가 옛 미군기지 터(캠프페이지)로 강원도 청사 신축이전 계획을 발표했지만, 반대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캠프페이지 활용은 무엇일까요. 평화를 교육하는 시민사회단체 피스모모의 김가연 리서치랩 실장이 4회에 걸쳐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편집자말]
캠프페이지 터에 걸려 있는 접근금지 푯말. 시민들은 캠프페이지라는 공간에 접근할 수도, 그 공간을 둘러싼 결정에 관여할 수도 없다.
 캠프페이지 터에 걸려 있는 접근금지 푯말. 시민들은 캠프페이지라는 공간에 접근할 수도, 그 공간을 둘러싼 결정에 관여할 수도 없다.
ⓒ 피스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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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 평화로에는 반환된 옛 미군기지 터(아래 캠프페이지)가 있습니다. 1951년 한국전쟁 과정에서 건설된 춘천 캠프페이지는 2007년에 미군으로부터 반환된 후 오염 정화를 거쳐 2013년 시민에게 개방됐습니다.

이후 2020년 5월 폐아스콘층과 폐유가 담긴 드럼통 30여 개가 발견됐습니다. 2021년에는 토양 오염 기준치를 20배 웃도는 오염물질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2021년 3월과 10월, 두 차례 토양 오염조사를 거쳐 발견된 오염 토양 약 4만 7800여 톤은 올해 3월에 반출해 정화할 예정이었지만 계속 지연되고 있습니다.

캠프페이지 토양 오염 정화 작업이 착수되기도 전에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강원 춘천시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갑)은 지난 2021년 10월, 캠프페이지 내에 강원도 도청사를 신축 이전 건립하자고 춘천시에 공식 건의했습니다. 이는 캠프페이지 부지를 시민공원으로 조성하려 계획한 춘천시와 춘천시민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안이었습니다.

6년여 시민 의견 들어놓고, 반영은?

사실 춘천시민들은 캠프페이지의 용도를 놓고 여러 차례 의견을 모아왔습니다. 춘천시의 기록에 따르면, ▲2015년 10월 28일 ~ 11월 14일(1360명) ▲2016년 12월(3,300명) ▲2017년 11월 ~ 2018년 2월(176명)까지 서너 차례에 걸쳐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춘천시는 2018년 '캠프페이지 상상력 공모전'을 열고 시민들이 캠프페이지의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구상하도록 촉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설문을 통해 수렴된 시민들의 의견은 이내 번복되었습니다.

2016년부터 '춘천 K-WAVE', '시민복합문화공원', '미라클 페이지' '미세먼지차단숲' 등 춘천시는 여러 차례 캠프페이지 개발계획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최종 확정된 개발안인 일명 '미세먼지차단숲(춘천시 시민공원 수립 용역)' 계획은 2020년 5월, 부지 내 오염물질이 발견되며 멈추더니 앞서 언급한 도청사 신축 이전 제안으로 완전히 중단되었습니다.

춘천시는 2021년 12월, 춘천시민 2261명을 대상으로 하는 7일간의 설문을 근거로 제대로 된 공론화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강원도 도청사를 캠프페이지 부지에 건립하기로 최종결정했습니다. 도내 5개 시·군번영회와 춘천시 시민사회가 일방적인 도청사 이전 결정에 반대했지만, 강원도의회는 '강원도 신청사 건립기금 설치·운용 조례안'을 원안대로 의결하여 도청사 신축 건립의 기반을 빠르게 마련했습니다.

춘천시민들은 캠프페이지를 둘러싼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된 것입니다. 미군기지 반환 과정은 물론, 토양 오염 조사·정화 과정 역시 시민들에게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 민간검증단을 통한 토양 오염 조사는 춘천시민들의 노력으로 이룬 예외적인 성과입니다.

그렇다면, 미군기지 반환에 따른 캠프페이지 오염 정화·정화 비용 문제, 도청사 이전까지 여러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모두를 위한 결정은 어떤 모습이어야 했을까요.

템펠호프를 아시나요?
 
베를린에 위치한 템펠호프 공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남아있다.
 베를린에 위치한 템펠호프 공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남아있다.
ⓒ ⓒ Manuel Frauendo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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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나치 체제 하에 공항으로 사용되다가 폐쇄된 템펠호프입니다. 폐쇄 이후 이 공간은 시민들의 바람을 100% 수용해 공원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템펠호프 공원은 1923년부터 2008년까지 공항으로 사용되었다가 폐쇄된 공간입니다. 1975년에는 미군의 군용 공항으로 전환되었다 1981년부터 2008년까지 민항기가 취항하는 공항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꽤 넓은 부지임에도 불구하고 템펠호프 공원은 공터로 남아있습니다. 시민들이 그것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2011년 9월에 설립된 '시민 주도의 100% 템펠호프 공원(Initiative 100% Tempelhofer Feld)'의 노력으로 2014년 5월에 시행된 주민 투표를 통해 템펠호프 공원 유지가 결정되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이 또 있습니다. 정부와 시민 사이의 치열한 토론의 결과로 채택된 '템펠호프 공원 유지 법안'이 '또 다른 과정'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사실입니다. 템펠호프 공원을 그대로 유지하라는 '템펠호프 공원 법(Tempelhofer Feld Law)'이 제정된 이후, 시민들은 2년에 걸쳐 유지 방법을 논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 공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시민의 장기적인 참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개발 목표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실현할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확실한 답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떻게'
 
6.1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
 6.1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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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펠호프 공원은 유지냐 개발이냐에 대한 이분법적인 결정에 갇히지 않았습니다. 공원을 어떻게 유지하고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어떻게'의 과정을 함께 구상했습니다. 그 결정에는 공원을 사용할 사람들, 즉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조직하는 체계가 포함됐습니다. 템펠호프는 시민들이 함께 구성하고 관리하는 공유지의 과정을 거친 것입니다.

반면 캠프페이지는 '무엇'을 다루는 논의에만 집중했습니다. ▲캠프페이지에 '무엇을' 지을 것인지 ▲캠프페이지에 '무엇이' 생겨야 춘천시 경제가 활성화될 것인지 ▲캠프페이지에 '무엇이' 있어야 관광객들이 자주 방문하게 될지. 무엇에 초점을 맞춘 결정은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바뀔 수 있습니다. 

6.1 지방 선거를 앞두고 강원도지사·춘천시장 후보들은 도청사 이전을 '시민 투표에 준하는 100% 시민 주도의 여론조사로 결정(춘천사람들, 2022년 2월 16일)'하겠다, '시민들의 중지를 다시 모아야 한다 (강원도민일보, 2022년 5월 11일)', '여론에도 귀를 열고 잘 들어보겠다(강원 CBS, 2022년 5월 9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청사를 이전 여부를 따지는 이분법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땅을 시민들의 것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캠프페이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 과정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중요한 것은 ▲공원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개발을 하기로 결정한다면 그 결정에 누가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어떠한' 방식으로 개발할 것인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오염 정화 작업은 누가 '어떻게' 이행하고 또 감시할 것인지 ▲분단된 한반도에서 캠프페이지라는 땅이 가지는 의미를 '어떻게' 기억하고 또 남길 것인지에 관한 논의입니다.

평화와 교육, 평화와 일상을 연결해 '평화를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플랫폼인 피스모모는 '모두의 것(commons)이어야 하는 것들을 온전히 모두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사회 구성원들의 책무와 이행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캠프페이지는 일부 누군가가 아닌 모두의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 춘천 시민들은 춘천 페이지에 대한 결정을 수립하는 주체가 되어갈 수도 있습니다. 

강원도청 신축은 후보나 정당의 승리를 위해 서둘러 결정할 주제가 아닙니다. 캠프페이지는 모두의 것이 될 수도 있고 사회의 구성원들은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되어갈 수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결과물로서 얻어질 그 '무엇'에 관한 숨 가쁜 결정보다 '어떻게 ' 결정할지 절차와 과정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의 땅이어야 하는 캠프페이지를 모두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어떻게'를 논의하는 과정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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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모모의 리서치랩 실장과 피스모모평화/교육연구소의 연구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덕적 상상력』(레더락 저, 글항아리, 2016)과 『체계적인 평화세우기』(리사 셔크 저, 대장간, 2014), 『갈등 영향 평가와 평화세우기』(리사 셔크 저, 피스모모, 2021)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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