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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도롱뇽.
 고리도롱뇽.
ⓒ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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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 사송지구 대규모 아파트단지 조성 과정에서 우리나라 고유종인 고리도롱뇽이 폐사한 가운데, 외국인 학자가 '한국에서 제대로 서식처를 보전하지 못한다면 외국 학계로부터 비판받을 것'이라고 했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과 부산환경회의, 경남시민환경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사송 고리도롱뇽 서식처 보전 시민대책위원회'(아래 시민대책위)는 윤미향 국회의원, 양산시의회 기후위기연구모임, 부산대 담수생태학연구실과 지난 10일 양산YMCA에서 토론회를 벌였다.

볼체 교수 "서식처 훼손 현장은 끔찍하다"

'위기에 처한 양산의 도롱뇽'이란 제목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프랑스 출신의 양서류 전문가 아마엘 볼체(Amaël Borzée) 교수(중국 난징산림대)가 '양산 도롱뇽의 생태적 가치와 사송 서식 신종후보 도롱뇽'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의에 나섰다.

볼체 교수는 양서류 연구를 위해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특히 2018년 사송지구 현장을 다녀가면서 "택지조성공사로 도롱뇽의 넓은 서식처가 훼손된 현장은 끔찍하다(horrible)"는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된 강연에서 볼체 교수는 "멸종위기 생물 중 도롱뇽의 비율이 매우 높음에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양서류 한 두 종이 사라지는 것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나, 모든 양서류가 멸종한다면 우리는 모기를 포함한 수많은 벌레들로 인해 바로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서류가 사라지면 말라리아를 포함한 충인성 전염병이 창궐할 것이고, 병충해 역시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리도롱뇽', '꼬리치레도롱뇽'을 포함해 한국에 서식하는 도롱뇽과 관련한 논문을 양서류 관련 국제학술지에 게재 요청했다고 한 그는 "조만간 논문이 학술지에 나오면, 양산에 서식하는 도롱뇽들이 국제학계에서 신종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롱뇽 보호 대책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는다면, 외국 학계로부터 비판을 받을 것이고, 외국에서 한국에 보호대책 마련 요구가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볼체 교수는 "이름이 있건, 있지 않건, 보호가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차이가 없기에 양산시는 선제적인 보호 대책을 수립해야 하고, 시민들이 정부와 관계기관에 적극적인 호소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양서류 보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식처 보존이다"며 "사송지구를 보면, 남아 있는 '경암숲'을 중심으로 한 서식처 관리가 중요하고, 인근에 있는 수목원 보전도 필요하다"고 했다.
  
양산 사송지구 아파트 개발 현장의 고리도롱뇽.
 양산 사송지구 아파트 개발 현장의 고리도롱뇽.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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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산란터 기능 발휘는 일부에 불과"

이날 토론회에서 김합수 할동가(경남양서류보존회)는 "임시산란터 31곳 가운데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 장소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 활동가는 사송지구의 고리도롱뇽 서식처와 임시산란터를 계속해서 조사해 오고 있다.

임시산란터에 대해 김 활동가는 "수심이 깊고 경사가 급하며, 산란 후 서식처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경로가 연결되지 않는 큰 실수를 범했다"면서 "개체군이 매년 1/10로 줄어들 만큼 위협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사공혜선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사송지구 멸종위기종의 서식처 파괴만 놓고 보면,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겉으로만 표방할 뿐, 실질적인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는 "간단한 서식처 개선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이 무시되고 존중되지 않았다"며 "양산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의지가 없고, 시간을 낭비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야생생물보호법에 따라 양산시가 의지만 발휘한다면 얼마든지 서식처 보존이 가능하다"며 "비용이 크게 들지도 않고, 많이 어려운 일도 아닌데 시민들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을 두고 서식처 보존의 민원만 상대해 인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했다.

주기재 부산대 교수는 "지하수 유출 문제로 남아있는 서식처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며 "공사의 인허가 주무부처인 양산시는 전담부서가 없어 멸종위기종 관리에 대한 일관된 방침이 없다"고 말했다.

한석용 경암교육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절개사면에서의 지하수 유출로 꼬리치레도롱뇽류의 서식처인 계곡이 말라가고 있다"며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경암숲'과 그 계곡을 지키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토론에 함께한 임희자 경남시민환경연구소 실장, 최대현 부산환경회의 팀장, 진행자 강호열 대표는 '만약 양산시가 적극성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사송 지구의 환경의 질 훼손에 대한 책임은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양산시가 길이길이 가지게 될 것'이라며 '국제적인 웃음거리로 전락할 일이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2지구로 나눠 개발공사를 벌이고 있는 '사송 공공주택지구에서 고리도룡뇽이 집단으로 발견됐다. 이 일대에서 대규모로 발견된 도롱뇽이 멸종위기 야생생물2급 양서류인 고리도롱뇽이라는 사실은 2020년 10월, 사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유전자검사를 통해서 밝혀졌다.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고리도롱뇽은 1990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내 야산 습지에서 첫 채집돼 붙여진 이름이고, 2003년에 신종으로 발표됐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이 양서류를 적색목록(red list) 위기(Endangered, EN)에 등재했다.

사송지구 현장에서는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21년, 성체와 유생을 포함해 8000여 마리의 고리도롱뇽이 구조됐다. 환경단체는 당시 구조되지 않은 많은 도롱뇽이 폐사한 것으로 봤고, 시민대책위를 구성해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태그:#고리도롱뇽, #멸종위기종, #사송지구, #임시산란터, #경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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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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