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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하루 끝에서 마음의 온기가 채워지는 순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오늘도 잘 살아냈다'라고 토닥여주는 듯 우리는 찰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해가 지는 곳으로 향한다. 

해가 뜨는 걸 보려면 평소보다 부지런히 움직이어야 하지만 해가 지는 건 요즘 전보다 해 늦어져 타이밍만 잘 맞추면 언제든 마주할 수 있다. 매번 찬란함을 마주하기 어렵다는 게 관건일 뿐.

바다에 내려앉는 노을 보는 걸 좋아해 2년 전 일부러 찾아간 곳이 있었다. 일몰공원이다. 수십 번 지나다녔음에도 이곳이 우리 동네 노을 맛집이라는 걸 몰랐다. 

완도대교를 지나 국도 77호선 서부 해안도로(당인리 방향)를 따라 달리다 보면, 이름 그대로 일몰을 조망할 수 있는 일몰공원, 탁 트인 바다 전망과 함께 시원한 갯바람을 맞을 수 있는 갯바람공원, 해안 경관이 뛰어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미소가 진다는 미소공원에 차례대로 다다른다. 

일몰공원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가지런히 수놓아져 있는 대나무 김발 사이로 삶을 일구느라 애쓴 누군가의 시간이 흘러가는 듯해 애잔함이 더해진다. 

시선 끝 건너편에는 백일도와 흑일도, 날이 좋으면 멀리 보길, 노화, 제주까지 크고 작은 섬들이 닿는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내가 있는 곳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오후 6시 30분쯤 되자 서서히 하늘이 주황빛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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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해가 구름에 에워싸여 보이지 않고, 바다 위로 옅은 붉은빛이 은은하게 번지기도 했다. 어떤 날은 자연이 마법을 부리듯 색채의 향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고맙게도 오랜만에 찾은 그곳, 그날의 노을은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빛의 파장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그러데이션. 노을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빛의 산란에 대해 알아야 하지만, 때론 그보다 무언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게 나을 때도 있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오롯이 담기 위해서 말이다. 

해가 느릿느릿 산등성이 아래로 내려올수록 주황빛이 점점 더 진해졌다. 아름답다, 눈부시다라는 형용사는 이때 쓰라고 만들어 놓았나 싶었다. 잠시 시간이 멈춰도 좋을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멍하니 보고 있노라면 짙은 그리움이 피어나기도 하고,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와 다가올 날들에 대한 다짐 등 많은 감정이 교차하게 된다. 

마음의 날씨가 어떤가에 따라 매일 보던 노을도 다르게 기억된다. 그날은 복잡한 생각들로 얽혀 흐림이었는데 넋을 놓고 노을을 한참 바라보고 나니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해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듬어줄 것 같은 노을에 위로받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건지 모른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토록 고마운 존재일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자연이 주는 힘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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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공원은 해안 도로를 달리다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며, 노을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운치 있는 곳이다. 멀리서 보는 것보다 몇 곱절 이상의 감동이 전해져오니 일몰공원에서 꼭 노을을 만나 마음의 온도를 높여보길 바란다.

서부 해안도로 중 대신리에서 대문리까지 4km 구간에 가리포 노을길이 조성된다.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완도 명소길, 주민들의 삶을 담은 완도 흔적길, 어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완도 마을길, 해안 길을 따라 걸으며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완도 해안길 등이 갖춰진다. 몇 년 후엔 노을 맛집들이 문전성시 하지 않을까 싶다.   

노을이 질 때 정도리 방향으로 달리면 멍때리기 좋은 구계등이 나온다. 어스름이 깔렸을 때 자갈 계단에 앉아 몽돌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짐을 쓸려 보내도 좋다. 

우리 동네는 야경 맛집도 문을 연다. 완도타워는 야경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장보고기념관이 있는 장보고공원, 완도항 선착장도 가볼 만하다. 

반복되는 따분한 일상, 마음의 환기가 필요한 날, 서부 해안도로를 달리며 하루의 끝을 눈부시게 마감해 보는 건 어떨까.

<노을 맛집 정보>
▲일몰공원(완도군 군외면 대문리 189-3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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