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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4월 16일(토) 오후 1시,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는 이어말하기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진행중이다.
▲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는 이어말하기 집회   2022년 4월 16일(토) 오후 1시,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는 이어말하기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진행중이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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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혼란스럽다. 여성가족부 폐지가 연일 화두에 오른다. 수많은 여성들은 여성가족부 폐지에 우려가 크다. 우리는 할 말이 많다. 성평등한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차별과 혐오를 없애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내가 겪은 차별과 앞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사회를 말하고픈 여성들이 자유롭게 모여 말하기, 춤, 노래 등등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어말하기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각각의 방식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이어갈 사람들을 모으고 가수들과 댄스 공연팀도 섭외했다. 참가자는 방역수칙에 맞게 299명으로 제한하여 사전신청을 받고 질서유지와 안전을 위한 담당 활동가들도 배치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행사 장소. 방역수칙에 맞추더라도 299명. 300여 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최소 2시간 이상 행사에 참여하려면 안정적인 공간이 필요할 터. 가급적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안전한 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도로가 아닌 공원이나 광장 같은 공간을 물색했다. 청계광장,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내 야외공연장, 연세로 차 없는 거리 등 여러 곳이 물망에 올랐다.

이런 장소들은 모두 서울시설공단이나 구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곳으로 사전 신청 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있어 담당 부서를 확인하고, 신청서를 작성한 후 제출했다. 해당기간 다른 행사가 예정된 곳은 없었고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기 편안한 방식의 문화제를 준비했기 때문에 사용 승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담당 구청의 입장은 달랐다. 정치적인 성격의 행사나 집회는 승인을 할 수 없다며 심사도 전에 일단 승인 거부가 되었다. 그렇게 거부가 된 곳은 한 곳 뿐만이 아니었다. 서울시내 비슷한 장소들의 사용 규정을 찾아보았다.
 
[서울광장]
제6조(사용신고 수리)
① 시장은 제5조의 사용신고가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수리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될 때에는 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신고를 수리하지 아니할 수 있다. <개정 2012.11.1>
1. 광장의 조성 목적에 위배되거나 다른 법령 등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
2. 시민의 신체ㆍ생명 등에 침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3. 동일 목적의 행사를 위해 7일 이상 연속적으로 광장을 사용하고, 다른 행사와 중복될 경우.
② 제1항에 따라 사용신고를 수리할 때에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에는 신고순위에 따라 수리하되,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행사를 우선하여 수리할 수 있다. 다만, 신고순위가 동일한 경우에는 그 신고자들과 협의를 통해 조정하고,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사용신고의 수리를 결정할 수 있다. <개정 2012.11.1>
1.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2.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집회신고를 마친 행사
3. 공연과 전시회 등 문화ㆍ예술행사
4. 어린이 및 청소년 관련 행사
5. 그 밖에 '공익적 행사'로서 위원회에서 결정한 행사
③ 시장은 광장 사용신고자의 성별ㆍ장애ㆍ정치적 이념ㆍ종교 등을 이유로 광장 사용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 <개정 2012.11.1.>
[전문개정 2010.9.27]
 
[광화문광장]
제6조(사용허가 또는 사용제한)
① 시장은 제5조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 사항을 검토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며, 공공질서를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조건을 붙일 수 있다. <개정 2016.1.7>
1. 광장의 조성목적에 위배되는지 여부
2. 다른 법령 등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
② 제1항에 따라 사용을 허가하는 경우에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에는 신청순위에 따라 허가하되,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행사를 우선하여 허가할 수 있다. <개정 2017.1.5>
1.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2. 공연 또는 전시회 등 문화ㆍ예술행사
3. 어린이ㆍ청소년 또는 여성 관련 행사
③ 시장은 사용허가 또는 사용제한에 관한 세부기준을 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
 
[청계광장]
제6조(사용허가)
① 시장은 제5조에 따라 사용허가의 신청을 받은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검토한 후 허가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1. 이용시설 설치목적에 위반되는지 여부
2. 다른 법령 등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는지 여부
② 시장은 제1항에 따라 이용시설의 사용을 허가하는 때에는 허가조건을 부여할 수 있다.
[전문개정 2009.9.29.]
제7조(허가순위)
시장은 사용허가의 신청과 관련하여 사용일 및 사용장소가 중복되는 경우 신청순위에 따라 허가한다. 다만, 신청순위에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각 호의 순에 따라 우선하여 허가할 수 있다.
1.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 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2. 공연과 전시회 등 비영리적 문화ㆍ예술행사
3. 어린이ㆍ청소년 및 65세 이상의 노인 관련행사
[전문개정 2009.9.29.]
 
서울광장은 규정상 목적을 기준으로 사용을 배제하지는 않았고 광화문광장과 청계광장은 조성목적 혹은 이용시설 설치목적에 위배되는지 여부와 다른 법령 등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로 다소 모호한 기준을 두었다.
 
[마로니에 공원]
마로니에공원 시설물(야외공연장·다목적홀)은 대학로 및 마로니에공원에 걸맞는 문화·예술 행사에 한하여 허가하며, 당초 대관 승인된 행사내용(목적)외 정치·종교적 상징 및 행위가 포함된 행사, 금품모금·회원모집·판매행위 등 상업행위는 금지됩니다.
[홍대 걷고싶은 거리]
홍대 걷고싶은거리 내 장소 사용 시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① 사용 승인을 받지 않고 공연(행사)하는 행위
② 승인받은 장소, 목적, 시간 외의 사용 및 제3자에게 장소사용을 양도·양수(전대)하는 행위
③ 정당한 취소절차 없이 승인시간에 공연(행사)를 하지 않는 행위
④ 상품·기업홍보 및 광고, 물건판매 등 상업(영업) 행위, 정치·종교·집회 행위, 취사(조리) 및 화기 사용 행위
⑤ 사행성 도박 및 음주 등의 무질서한 행위
⑥ 안전 및 방역관리 지침을 위반한 행위
⑦ 기타 마포구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하는 행위
[연세로]
❚ 장소사용 유의사항
▢ 공통사항
▹ 연세로 내에서 상품·기업 홍보 및 광고, 각종 모금행위(목적불문), 물건판매 등 상업(영업)행위, 조리, 정당·종교·집회 행위는 엄격히 제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홍대 걷고싶은 거리 야외공연장, 신촌 연세로는 공통적으로 정치·종교적 상징 및 행위가 포함된 행사, 집회는 금지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사용 신청 과정에서 어느 한 구청 담당자가 '이런 행사를 해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매년 3.8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하고 있고 이때 기념식을 포함한 문화행사를 진행하는데 이와 비슷한 포맷이니 참고하라 답했다. 이후 그 담당자는 3.8여성대회를 찾아보니 집회에 가깝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비슷한 행사는 사용승인을 내줄 수 없다고 했다.

도대체 문화행사와 집회의 경계는 무엇일까?
- 문화(文化)「명사」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ㆍ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 행사(行事)「명사」 어떤 일을 시행함. 또는 그 일.
- 집회(集會)「명사」 여러 사람이 특정한 공동 목적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모임. 또는 그런 모임.
- 문화제(文化祭)「명사」 주로 문화와 관련한 일정한 주제나 소재를 가지고 여러 가지 문예 공연이나 문화 행사들을 일정한 기간 동안 한자리에서 벌이는 일종의 축제.

사전 그대로 보자면 성평등 실현이라는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이상을 실현하고자 구성원이 습득, 공유, 전달하는 것은 '문화'이고 성평등 이어말하기는 이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하는 '행사'이다. 그러므로 문화행사이다. 동시에 여러 사람이 성평등 실현이라는 공동 목적을 위하여 모이는 것이므로 집회이기도 하다. 무 자르듯 A와 B로 나눌 수 없다.

그럼에도 규정이 그러하다면 철저하게 문화행사를 준비하겠노라 전달했으나 이번엔 집회가 아니라 문화행사라고 해도 정치적이면 안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치적인 것은 또 무엇인가? 사용 신청 배제 기준이 되는 정치행위, 집회의 개념을 어느 곳에서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아서 다시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 정치(政治) 「명사」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 정치적(政治的) 정치와 관련된 것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라면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도대체 어디 있다는 말인가?

구청이 말하는 대로라면 문화행사는 그저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눈과 귀가 즐겁기 위한 무엇인가여야 한다. 어떠한 지향을 담아서도 주제의식이 있어서도 안 된다. 물총 축제, 맥주 축제는 되고 성평등 이어말하기는 안 되는 이유. 너무 구차하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자체의 조례나 세부 규정은 헌법과는 상반되는 이유로 시민의 자유를 규제한다. 원칙과 기준조차 모호하여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활동의 목적을 공익기준으로 삼아 원천적으로 공간 사용에서 배제하는 것이 타당한지 다시 한 번 검토가 필요하다. 상위법에 입각하여 원칙을 세우고 국민의 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의 분명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여성단체연합 이슈리포트 '젠더 잇:다' 2022년 4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글쓴이는 김미란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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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창립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고 여성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대를 이뤄나가는 전국 7개 지부, 27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들의 연합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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