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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 동안 나는 세 동생과 함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그 주변 도시를 여행했다. 내가 방문했던 시기, 스페인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Spth(Spain travel health) 앱을 다운받아야 했다. 비행기 타기 48시간 이내에 개인 정보와 비행기 정보를 입력하면 QR코드가 생성됐다.  

4월 4일, 카타르 항공편으로 도하를 경유해 20시간이 넘는 비행 시간을 거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바르셀로나 공항에서는 Spth QR코드, 그리고 백신접종증명서와 돌아오는 비행기표까지 꼼꼼하게 살펴본 후 입국을 허락했다.

4월 5일, 여행 첫날 바르셀로나의 아침은 맑고 화창했다. 우리가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었다. 지하철 역에서 교통패스인 T-casual 표를 샀는데 바르셀로나에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 거라면 1회권보다는 T-casual을 끊는 게 유리하다. 10회 권인 T-casual은 11유로, 1회에 원화로 1500원 정도니 부담스럽지 않다.

내 눈으로 봐도 믿기지 않는 피사체 
 
22년 4월 5일 가우디 광장 연못을 배경으로 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모습
 22년 4월 5일 가우디 광장 연못을 배경으로 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모습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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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다 파밀리아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자마자 내 눈 앞에는 거대하고 장엄하고 눈으로 봐도 믿기지 않는 피사체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돌이라는 자연의 재료로 인간과 역사와 신의 이야기를 섬세한 웅장함으로, 정성을 다한 거룩함으로 표현해 냈다. 그래서 그런지 140여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지금도 공사 중인 성당을 보는 순간 나는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김희곤 저 <스페인은 가우디다>라는 책에 의하면, 건축가 가우디는 31살에 이 성당 공사 감독직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책임자로서 가우디는 1891년 성 요셉 영성회 회원들에게 버섯 모양의 탑들이 하늘을 항해 삐죽삐죽 솟아 있는 스케치 한 장을 들고, 성당의 구조와 평면 구성, 외벽면 장식, 지붕의 탑에 이르기까지 사진을 보고 말하듯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전에 건축 설계를 맡았던 비야르의 고딕 양식 도면을 해체했다. 가우디는 동, 서, 남 각각의 정문에 다른 성당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양식과 디자인으로 설계된 4개의 탑을 세웠다. 이는 예수님의 제자 12사도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1926년 가우디가 사망하기 전까지 전력을 다해 만들어 낸 동쪽의 예수님 탄생 파사드, 가우디 사후 수비라치가 서쪽 편에 만든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수난의 파사드, 그리고 지금도 공사 중이어서 폐쇄되어 있는 남쪽의 영광 파사드까지 성당을 전체적으로 보기 위해 멀리서 한 바퀴 돌았다.

성당 옆에는 가우디 광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연못을 배경으로 물에 비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동쪽 파사드는 매우 아름답다. 그래서 연못 주변에는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 4남매도 그들 사이에 끼어 사진으로 인생 샷을 남겼다.

성당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예매를 해야 한다. 입장료는 우리 돈으로 3만5000원 정도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을 만큼 인류가 보존해야 할 가치 있는 건축물일 뿐만 아니라 입장료가 성당 공사 비용으로 쓰인다고 하니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11시 30분으로 예약한 우리는 코로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길게 줄 서 있는 인파에 놀랐는데 다행히 오래 기다리진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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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는 성당 외벽의 조각들은 성서 속 이야기로 가득 했다. 동쪽의 탄생 파사드에는 성당 이름인 성가족의 모습과 천사와 나팔, 동방 박사들과 목동, 당나귀와 오리까지 섬세한 곡선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서쪽의 수난 파사드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모습을 중심으로 로마 병사와 말, 고통에 휩싸여있는 베드로와 배신하는 가롯 유다의 모습까지 직선의 단순함을 특징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성당 내부는 1만30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로 설계되었다는데 위를 향해 쭉 뻗은 기둥들은 숲 속의 나무들처럼 가지를 뻗고 천장에는 꽃이 피어 있는 듯했다. 나뭇잎 모양의 조각들은 조화롭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다양한 색깔로 빛을 발하는 스테인드글라스는 초록으로 파랑으로 빨강으로 노랑으로 분홍으로 햇빛을 내부로 들여와 환하게 밝혀준다.

에덴동산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관람객들 속에서 성당을 둘러보고 이리저리 느리게 거닐면서 신의 영광과 환희는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성당의 내부와 외부를 구경하면서 나는 이렇게 독창적이지만 친근하고, 거대하지만 주눅 들게 하지 않는 상상력은 어디서 나온 걸까 궁금했다.

가우디는 어린시절부터 류머티즘과 관절염으로 고생했다고 하는데 외로움이나 아픔, 고통이 인간의 영혼을 성장하게 하고 깊이 있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성당의 외벽을 성서의 이야기로 가득 채운 것은 신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삶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가우디의 철학을 담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1926년 가우디는 75세에 전차에 치여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전 재산과 노력과 열정을 들여 짓고 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지하 제단에 잠들어 있다. 지하 제단까지 가볼 수는 없었지만 그가 주춧돌을 쌓고 지금도 지어지고 있는 성당에서 나는 햇빛이 밝고 따사롭게 온 세상을 비추는 것 같은 천상의 모습을 보았고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성당 의자에 앉아서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예수님의 뜻을 생각했다. 자연의 빛을 통해 무지개 색깔로 빛나고 있는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세상 곳곳에 평화와 기쁨이 평등하고 조화롭게 비출 수 있기를 기도했다. 

다소 경건하고 평화로워진 마음으로 우리는 성당을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카탈루냐 광장으로 향했다. 맑은 하늘과 봄날의 햇볕은 걷기에 더할 수 없이 좋았고 카탈루냐 광장은 비둘기들의 천국이었다. 관광객들은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면서 사진을 찍거나 벤치에 앉아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하루 
 
22년 4월 5일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끝 바다의 모습
▲ 바르셀로나 해변 22년 4월 5일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끝 바다의 모습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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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르셀로나의 중심지인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 걸었다. 화요일 이른 오후의 거리에는 걷기 좋을 만큼의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지하철에서는 사람들이 거의 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거리에서는 조금 자유로웠다. 런던에서 온 남동생도 실외에서는 마스크 쓰지 않는 게 버릇이 되어 벗고 다니곤 했다.

람블라스 거리가 끝나는 곳에는 1888년 바르셀로나 엑스포 때 만들어졌다는 콜론 동상이 서 있다. 콜럼버스가 높은 곳에 우뚝 서서 서쪽을 가리키는 그곳엔 바다가 펼쳐져 있다. 우리는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홍합이 들어간 빠에야, 해산물 튀김, 그리고 망고 샐러드 등을 먹었다.

스페인에서 오늘은 모든 것이 처음인 하루였다. 4남매가 여행하는 것도 처음이고 바르셀로나에서 지하철을 타는 것도 처음이었다.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만나고 람블라스 거리를 걷고 지중해를 보고 낯선 음식들을 먹어 보며 우리는 처음을 경험하고 공유했다. 

그렇게 바르셀로나에서 첫날의 여정을 마치며, 나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하고 감사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여행기로 이어집니다. 제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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