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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심리학> 표지.?
 <영화관에 간 심리학> 표지.?
ⓒ 믹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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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남짓에 불과한 영화 한 편을 보고 인생을 논한다는 건 자못 어불성설로 보인다. '100세 시대'인 만큼 100년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86만7000시간이니, 2시간이면 인생에서 43만3500분의 1에 불과한 것이리라. 단순 수치상으로만 봐도 어이 없을 정도로 하찮지 않은가. 그럼에도 '영화'가 건축·조각·회화·음악·문학·연극·사진·만화와 더불어 인류의 9대 예술 중 하나로 자리잡은 데 이유가 있을 테다.

그렇다, 영화에는 산술적으로만 단순화시킬 수 없는 무엇이 있다. 2시간이 아니라, 20분짜리 단편에도 말이다. 그 '무엇'이 무엇인지 찾는 지난한 작업이 영화 보기 또는 영화 읽기일 것이다. 영화 만든이나 영화 평론가가 하는 일이 그런 일들일 텐데,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는 이들도 알게 모르게 또 자신도 모르게 그런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 영화를 영화로만 보지 않고 영화라는 프레임으로 '심리'를 읽으려고 한 작업의 결과물이 있다. 영화학자가 아닌 심리학자가 쓴 책 <영화관에 간 심리학>(믹스커피)이다. 영화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대체적으로 쉽게 읽어 진입 장벽이 낮다. 반면, 심리학 관련 내용은 꽤 심도 깊어서 그 자체로 이론적인 얘기를 받아들이려 하기 보다 영화와 결부시켜 이해하면 괜찮을 것이다. 파트를 5개로 나눠, 영화를 통해 사랑·가족·폭력·범죄·공포와 코미디에 얽힌 심리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총 26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소개된다. 

영화로 읽는 심리

책 자체가 다분히 학술서가 아닌 대중서를 지향하고 있는 듯, 영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심리 이야기는 보조를 이루는 것 같다. 하지만 양이 질을 담보하지 못하듯 영화 이야기가 많다고 해서 이 책의 핵심이 영화에 있진 않다. 이 책의 핵심은 심리다. 저자는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영화와 심리학의 조우에 대해 언급하는데, 영화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고 영화는 심리 치료적 특성을 갖으며 영화는 안전한 투사 도구라고 말한다. 

인간을 이루고 인간이 행하는 많은 것들 중 '사랑'을 콕 집어 책의 가장 앞에 둔 이유가 있을 테다. 잘은 몰라도 사랑과 심리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거니와 영화 또한 가장 많이 깊숙이 다루는 주제가 사랑일 것이기 때문이다. <7년의 밤>의 오영제를 통해 사이코패스도 사랑할 수 있는지 묻고 <무뢰한>을 통해 사랑에도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파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부부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부부 닉과 에이미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말도 안 되는 사건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다가 공범이 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함께 가야 하는 운명공동체가 부부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와 이태오 부부는 여지 없이 파국으로 치닫는 데 이태오가 위험에 처한 결정적인 순간 지선우가 달려간다. 죽을 만큼 사랑했다가 죽여 버리고 싶을 만큼 증오했다가 결국 다시 돌아오고 마는 게 부부 사이라는 것이다.

가족 그리고 폭력

'가족'을 다룬 파트는 짧지만 굵다. 문제작들만 다뤘기 때문인데, <킬링 디어> <케빈에 대하여> <기생충> 등을 다룬 이야기가 파트를 이룬다. <킬링 디어>는 가장 가까운 사이여야 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장이 가족 중 한 명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다뤘고, <케빈에 대하여>는 무기력하고 우울한 엄마가 아이한테 정녕 아무것도 해 주지 않은 결과 아이가 품행장애이자 반응성 애착장애의 상태를 띄게 된 이야기를 다뤘다. <기생충>은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보이는 두 가족이 공존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심리학에서 '원가족(구조적인 측면에서, 태어나 자라온 가족 또는 입양돼 자라온 가족)'을 가장 중요하게 취급하는데, 인간이 태어나 최초의 '관계'를 맺는 곳이 가족의 품이기 때문이다. 원가족에서 문제가 생기고 해결되지 않는다면, 성인이 되고 사회에 나가서 제대로 된 관계 형성을 할 수 없다. 속된 말로, 인간 구실을 하기 힘든 것이다. 

개인적으로 '폭력'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 세 번째 파트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존 윅>을 통해 정당방위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통해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공격성을, <아저씨>를 통해 폭력 미화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를 통해 그림자 이론을, <밀그램 프로젝트>를 통해 동조와 복종 이론을, <목격자>를 통해 방관 이론을 소개했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폭력의 대물림'이 소개되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는데, 지난 20여 년간 우리나라 독립영화에서 가장 많이 다룬 주제기도 하다. 

범죄 그리고 공포·코미디

마지막 두 파트에서 다룬 '범죄'와 '공포·코미디'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느낌이었다. 연쇄살인범 하나를 잡기 위해 뭉친 경찰과 범죄 조직 이야기 <악인전>, 경찰 조직과 범죄 조직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이야기 <불한당> <무간도> <신세계>, 연쇄살인범을 다룬 이야기 <세븐> <왓쳐> <살인의 추억> <추격자> <양들의 침묵>, 어둠의 영웅과 절대 악의 이야기 <배트맨> <조커>까지 지극히 대중적인 영화들이 주를 이루고 그에 따른 심리학적 설명도 평이하다. 

그런가 하면, <부산행>으로 부성애가 아닌 엄마 찾아가는 아이를 다루고 <킹덤>을 두고 사회병리학적 측면이 아닌 불안과 공포의 발현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봤다. 한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코미디'라는 단어 자체의 프리즘으로 들여다보려 했고 <극한직업>을 풍자와 해학의 측면에서 들여다보려 했다. 역시 웬만큼 영화를 본다 하는 이라면 알고 있을 만한 대중 영화들인데, 조금은 특이한 시선들이 눈에 띈다. 심리학적으로 들여다보려 했을 때 식상한 해석이 있고 특별한 해석이 있는 것 같다.

영화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영화를 신성시하거나 그 위대함에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다. 영화는 지극히 도구이자 수단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이 책 <영화관에 간 심리학>도 그 일환의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저자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런가 하면, 내 인생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된다면 좋은 영화일 테고 그렇지 않으면 나쁜 영화라고 했을 때, '내 인생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안 되는' 영화는 없으므로 모든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러니 인생에서 영화를 따로 떼어 별도로 생각하려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영화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일도 없을 테고 영화를 신성시하거나 그 위대함에 고개를 숙이는 일도 없을 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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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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