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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내만세운동_김명심
 머내만세운동_김명심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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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급하게 돌아가는 세상에 살다 보니 걷는다는 의미를 생각해볼 여유가 없습니다. 걸으려 해도 어디를 어떻게 걸어야 할지 모를 경우가 많습니다. 걷는 게 좋아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길을 만나는 것에서부터 걷기는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길은 각각 하나의 작품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길에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같은 길이지만 내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이야기는 그만큼 풍성해집니다.

혼자 걷는 길보다 함께 걷는길은 또 다른 이야기를 선사해줍니다. 그래서 길을 인생에 비유하기도하나봅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직선도 있지만 곡선도 있습니다. 혼자 걸으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함께 걸으며 소통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유명한 길이 참 많습니다. 굳이 유명한 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우리 동네에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길이있습니다. 그 마을길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5년간 이어온 걷기행사

매년 봄이 오면 우리동네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만세를 부릅니다. 1919년 3월29일 당시 고기리·동천리 주민 400여 명이 조선의 자주와 독립을 위해 외쳤던 순간을 기념하고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마을역사 동아리 '머내여지도'팀에서 역사적 고증을 거쳐 고이 숨겨져 있던 마을길을 역사적으로 재조명 했습니다.

그리하여 2019년 만세운동길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석을 고기초등학교 앞에 세우고 2020년에는 애국지사 11명을 기념하는 표지판을 마을5곳에 설치했습니다. 누가 시켜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동천마을네트워크 소속 단체들과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역사를 기념하는 걷기행사에 마음을 모았습니다. 해마다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준비합니다. 2018년부터 5년째 봄이 오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함께 우리동네 만세길을 걸으며 역사를 숨쉬는 특별한 걷기문화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메타버스에 구현된 머내만세운동
 메타버스에 구현된 머내만세운동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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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살아있는 공부

2022년에는 한 주민이 가상공간플랫폼 메타버스 '게더타운'에 가상기념관과 만세길을 만들었습니다. 실제지도의 축척을 고려해 고기초등학교부터 낙생저수지 그리고 머내주막거리, 풍덕천동을 지나 언남동 옛 경찰대사거리까지 이동경로를 구현했습니다.

마을주민 누구나 아바타를 통해 1919년 당시의 만세운동 방향에 따라 만세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가상공간이지만 마을역사와 관련된 중요지점마다 1분이내의 설명영상을 연결하여 현실감을 더했습니다.

머내만세운동 가상 기념관에서는 그동안 발굴한 마을역사 자료와 행사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가상공간에서 자발적으로 마을역사를 스스로 공부하고 체험한 후에 걸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이 가능하다면 가상공간에 접속하여 마을역사를 살펴보고 아바타로 걸어보는 것입니다. 게더타운을 활용하면 재미와 의미가 곱해지는 걷기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도 걷지만 거기에 더해 살아있는 학습으로 연결된걷기가 디지털기술로 인해 가능해 진 것입니다.

함께 걸어보자

학생들에게 학교가 위치한 마을에 어떤 역사적 사건이 있었는지 가르치고, 함께 걸었습니다. 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오갔던 등굣길이 단순한 동네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1919년 우리 선조들이 만세를 외쳤던 길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마을길이 달리 보이고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게 되었고, 마을에 대한자부심도 느껴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걷는 동안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교사로서도 학생들과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마을길인 머내만세길을 걷다보면 계절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이들과 소중한 추억을 남기기에도 충분합니다. 마을에 대한 마음이 더 넓어지고 커져갑니다.

수지구인 우리 동네 동천동, 고기동에서는 머내만세운동길을, 기흥구, 처인구에서는 그곳의 만세길을 친구나 가족, 지인과 함께 걸어보는건 어떨까요? 용인에서 이런 만세길이 발굴되고 기억하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가 사는 곳의 역사를 숨 쉬며 함께 걸어보는 건 분명 특별한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머내(한자로는 險川 또는 遠川)는 고기리와 동천리를 부르는 순 우리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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