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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숲-긴팔원숭이 박사의 밀림 모험기 / 김산하, 사이언스북스, 2015
 비숲-긴팔원숭이 박사의 밀림 모험기 / 김산하, 사이언스북스, 2015
ⓒ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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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가 집을 그리면 지붕부터 그리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리 주춧돌부터 그린다고 하던데,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로서 인도네시아 열대 밀림에서 긴팔원숭이를 연구한 김산하의 글을 보고 있으면 그가 자연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가 느껴진다. 

그가 표현하는 자연은 마치 사람 같다. 오감이 있으며 의지도 있다. 그의 글을 통해 느껴지는 자연의 모습은 꽤나 입체적이다.

'지구상의 가장 완벽한 자연현상' 우림. 우리말로 '비숲'.

책을 읽고 있는 당장은 나도 비숲에서 연구 보조원들과 함께 긴팔원숭이를 열심히 쫓고 있다. 긴팔원숭이를 보고 있으면 어쩜 이리도 인간과 비슷한지. 책에 나오는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해 본다. 

긴팔원숭이들이 그룹별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수컷은 보기에 어지러운 수준의 곡예를 부리며 나무 사이로 서로를 위협할 때, 암컷은 싸울 때에만 내는 특유의 외침으로 음성적 엄호 사격을 한다. 남자들이 벌이는 경기를 관전하며 소리로 응원하는 우리네 치어리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한 그룹의 수컷 원숭이가 싸움은 뒷전이고 제 배만 불리고 있으니 보다 못한 암컷이 머리를 거칠게 후려친다. 

이를 본 저자의 감상. '음, 저 종에서 남자의 위상은 저런 건가.' 

키득거림이 책을 읽고 있는 중간중간 효과음처럼 터져 나온다. 유쾌한 문장들 너머로 보이는 그의 철학에도 굉장한 공감이 된다.

'생물이 넘치는 비숲에는 오히려 인간이 적다. 아니 인간이 적어야만 여전히 비숲으로 존속한다. 그저 생물 다양성에 하나의 종을 추가하는 정도로만 존재감이 그쳐야 그것이 비숲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이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는, '크든 작든 주기적으로 찾아갈 수 있는 녹지가 있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녹지가 되어준 책이 고마울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동탄그물코(경기도 화성시 동탄중심상가2길 8 로하스애비뉴 205호) 오이책방지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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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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