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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5학년인 큰아들의 4학년 학교생활기록부, 담임선생님께서 좋은 이야기만 써주셨을 줄 알지만 그래도 보면 기분이 좋다.
▲ 큰아들의 4학년 학교생활기록부 지금 5학년인 큰아들의 4학년 학교생활기록부, 담임선생님께서 좋은 이야기만 써주셨을 줄 알지만 그래도 보면 기분이 좋다.
ⓒ 최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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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싱글벙글이다. 오늘 아침, 학교에 가면서 담임선생님께서 시험 점수를 알려주신다고 했단다. 잔뜩 기대하고 가더니 결과가 좋았나 보다. 점수를 들어보니 꽤 잘한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다음번에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가 생긴 것 같아 기뻤다.

지난 겨울방학 때 나는 아이들과 같이 학습 계획을 세우고 아이들이 성실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잔소리만 했다. 그때마다 괜히 애들한테 "엄마는 공부 많이 안 시키는 편이야!"를 강조했다. 공부로 인해 아이들과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도록, 엄마로 인해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서 잔소리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내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괜히 뿌듯하다. 나도 칭찬받은 것 같다.

우리 아이의 점수를 확인하고 나면 다른 아이의 점수가 궁금하다. 우리 아이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남들도 다 맞는 100점인 건지 우리 아들만 맞는 유일한 100점인 건지 알고 싶다. 타인과 비교하지 말라고 나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아이의 성적 앞에서는 그 고귀한 원칙이 늘 비껴간다. 앞으로도 적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바로 물어보지 않고 몇 분 기다렸다가 물어봤다. 다른 애들 성적은 어떠냐고...

아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잘한 것 같다. 잠시 기쁘더니 '시험이 너무 쉬웠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시험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다. "몇 과목 봤어?", " 과목당 몇 문제지?", "담임선생님께서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어?" 마지막 질문은 아마 담임선생님의 칭찬으로 아이가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한 것 같다. 왠지 선생님의 칭찬은 엄마의 칭찬보다 힘이 더 셀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아이의 시험 점수를 듣고도 온전히 기뻐하지 못한다는 것을, 시험이 쉬워서 잘 본 거 아닌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공부를 잘해도 걱정, 공부를 못해도 걱정이라더니 나도 이러고 있구나!

그래도 아이에게 칭찬은 듬뿍해줬다. 겨울방학 때 열심히 해서 그런가 보다고 과정을 칭찬하라는 칭찬의 원칙을 지키면서. 열심히 하니까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느냐고 그러니 다음에도 열심히 하자는 잔소리도 잊지 않았다.

가까이 지내는 은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부모는 기분만 좋아. 아이가 공부 잘한다고 부모한테 오는 혜택도 없잖아."

아이 공부시킨다고 너무 애쓰지 말라는 뜻이었다. 너나 잘 살아!라는 말로도 들렸다. 그래도 기분이라도 좋은 게 어디야! 이거 말고 기분 좋을 일도 없는데!

나에 대한 이해가 쌓여야 좋은 부모가 된다 

시험 점수에 대한 나와 아들의 마지막 대화다.

아들: "엄마, 이제 제가 공부를 잘해서 자랑스럽지 않나요?"
나: "아니, 엄마는 원래부터 아들을 자랑스러워했어. 네가 공부를 못해도 엄마는 자랑스러워할 거야. 공부 못하는 아들도 소중하고 엄마는 아들을 사랑할 거야!"


이렇게 말한 내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내가 말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가 어릴 때 부모님께 듣고 싶은 말이었다.

육아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부모의 양육태도는 아이의 발달과 성장에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것을. 부모가 양육했던 대로 내가 아이를 키우지 않으려면 뼈를 깎는 고통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나에 대한 앎이 많아지고, 나에 대한 이해가 쌓여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부모님께 들었던 비난과 평가의 말이 마음속에서 들릴 때마다 몸서리치게 놀란다. 그리고 내가 그 말을 아이들에게 할까 봐 멈칫한다. 대신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아이들에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오늘 내가 했던 말을 통해 나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조건 없이 사랑받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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