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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서울로 가는 빨간색 광역버스를 탄다. 정류장에 내려 회사 근처 카페로 향한다. 카페 앞 계단을 하나 오르고 유리 문을 밀면서 계단을 하나 더 올라 안으로 들어간다.

출근 시각이 다 되어 회사로 향한다. 회사 건물의 출입문은 내 몸 쪽으로 당겨야만 열리고 꽤 무겁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가 근무하는 층으로 올라간다.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바로 우측에 있는 화장실에 들러 비누로 손을 씻는다. 문이나 턱은 없지만 출입구가 좁아서, 들어오는 사람과 나가는 사람이 마주치면 서로 몸을 약간 비켜야 한다. 화장실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사무실로 들어간다. 

그런데 내가 휠체어를 탄다고 가정해 보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우선 광역버스를 탈 수 없다. 광역버스는 좁고 가파른 계단을 세 개 올라가야 탈 수 있다. 대신 조금 돌아가는 파란색 저상버스를 타야 하는데, 출근 시간에는 사람이 무척 많다. 나는 버스를 그냥 보낼 때도 많고, 탄다고 해도 무척 눈치가 보인다.

회사 근처 카페를 지나쳐 회사로 바로 간다. 그 카페에는 경사로가 없기 때문이다. 회사 건물 1층에 근무하는 관리원들이 나를 보고 문을 열어준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은 2층에만 있으니, 근무하는 층으로 가기 전에 매번 먼저 2층부터 들러야 한다. 

그럼 점심시간은 어떨까? 남편이 얼마 전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옆 팀에 새로 전입한 직원과 식사를 했는데, 식사 장소를 정하는 게 매우 어려웠다고 했다. 나는 이 직원이 비건인가 싶어, 회사 주변의 샐러드 가게와 비건 버거를 파는 가게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말을 꺼냈다. 

"그 직원이 휠체어를 타서, 같이 이동하기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더라고. 평소 가던 식당에는 턱이 있어 들어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어. 결국 도시락 배달해서 회의실에서 먹었지." 

그렇다면 그 직원은 평소에 식사를 어디서 하냐고 물었더니, 구내식당에서 먹거나 도시락을 싸온다고 했다. 남편과 내가 같이 다니는 회사는 서울 번화가에 있어서 주위에 엄청나게 식당이 많다. 일부러 예약하고 찾는 유명한 식당도 여럿 있다. 단지 이동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뭘 먹을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들어갈 수 있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니. 

최근에 지은 거대한 빌딩의 경우, 곳곳에 경사로가 있거나 엘리베이터가 잘 갖추어져 있어 휠체어로 이동이 편한 곳도 일부 있다. 하지만 식당 좌석 사이에 휠체어를 놓을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는지도 살펴야 할 문제다. 나는 아직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식당에서 한 번도 휠체어를 탄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홍은전의 《그냥,사람》표지이다. 다양하게 이동하는 비/인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홍은전의 《그냥,사람》표지이다. 다양하게 이동하는 비/인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 봄날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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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과 오른쪽

홍은전의 <그냥, 사람>에는 서울 지하철 신길역에서 한경덕씨가 사망한 이야기(p.146)가 적혀 있다. 그는 1호선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는 중이었다. 계단을 내려가기 위해서는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야 했고, 역무원 호출 버튼은 그의 왼편에 있었다. 왼팔이 마비된 그는 오른팔을 사용해야 했다. 오른손으로 버튼을 누르기 위해 휠체어를 후진하는 과정에서, 앞바퀴가 미끄러지면서 휠체어가 균형을 잃고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한경덕씨가 버튼의 위치를 보고 난감해 했을 그 순간에도, 식은땀을 흘리며 휠체어를 후진했을 순간에도, 그의 옆에는 사람들이 바쁘게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었을 거다. 일 초의 주저도 없이 계단으로 향하는 사람들과, 버튼의 높이 때문에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사람들.

2001년 오이도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추락하여 사망한 이후, 본격적으로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는 장애인 이동권 운동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시 29개 역(서울교통공사 관할 21개, 한국철도공사 관할 8개)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통계 출처: 하민지 기자 '서울시 '지하철 승강기 100% 설치' 두 번의 약속, 모두 파기', 비마이너, 22.03.21). 

나에게도 계단이 거대한 암벽처럼 보인 적이 있었다. 이십 대 후반에 발목을 접질려서 3주간 부목을 대고 붕대를 감은 반깁스를 했다. 당시 출근을 할 때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환승을 한 번 해야 했다. 늘 가던 길로 가려고 절뚝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 길에는 계단밖에 없었다.

당연히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근처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없어서, 지하철역 안내 지도를 보고 찾아갔다. 출구로 나올 때도 회사와 가장 가까운 출구를 이용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주는 곳으로 올라가는 방법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다리를 다쳐보니 그제서야 내가 너무 당연하게 이용해왔던 시설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이라는 걸 알았다. 장애는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지 않더라도, 언제든 사고나 질병, 노화로도 생길 수 있다.

비장애인이라고 자신과 장애가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을 수 없는 이유다. 장애인 앞에 놓인 일상의 장애물들을 비장애인들도 잘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 하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버튼의 높이나 위치를 섬세하게 정할 수 있을까? 

나와 다른 삶을 상상하는 마음

나는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찾아보다가 협동조합 '무의'를 알게 되었다. 한자로 없을 무(無), 뜻 의(意)를 쓰는 '무의'는 장애를 무의미하게 만들자는 의미라고 한다.

장애인들이 어디나 갈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한다. '무의' 홈페이지에는 서울·인천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 서울 4대문 내 지하철역 근처 체험학습 갈 만한 곳의 지도, 경복궁 등 6개 고궁 지도가 실려 있다. 

'무의'의 서울지하철 환승지도에서 신반포역에서 반포역까지 가는 길을 찾아보았다. 9호선 신반포역에서 고속터미널역으로 한 정거장 가고, 7호선으로 갈아탄 다음 반포역으로 한 정거장 가면 된다.

비장애인은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약 12분이 소요된다. 같은 길인데 장애인이 갈 때에는 엘리베이터를 6번 타고, 리프트도 1번 타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총 35분이 걸린다. 내가 단지 이동하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이유만으로 이동 시간이 최소 20분 이상 차이가 난다는 거다.
 
왼쪽은 포탈에서, 오른쪽은 '무의'지도에서 검색한 경로이다.
 왼쪽은 포탈에서, 오른쪽은 "무의"지도에서 검색한 경로이다.
ⓒ 무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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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40년 전 지하철을 처음 만들 때부터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면 어땠을까? 나와 다른 삶을 상상하며 길을 내고 건물을 지었다면, 장애에 상관없이 어디나 편안하게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그냥, 사람>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고 느끼는 마음 말이다.

당장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휠체어를 탄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다. 자주 오지 않는 저상버스와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거나 턱이 높은 식당, 휠체어가 통과할 수 없을 만큼 좁은 테이블 간 거리가 이들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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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출근 전에 잠시 카페에 들렀다. 광역버스와 카페 입구의 좁고 높은 계단이 자꾸 눈에 밟혔다. 휠체어를 타든, 발로 걸어 다니든 망설임 없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먹고 싶은 메뉴를 파는 식당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점심때도 4차선 대로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횡단보도에서 휠체어를 밀고 지나가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과 식사를 할 때, 문턱과 비좁은 통로, 화장실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이렇게 묻고 싶다. 

"오늘은 뭐 드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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