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양주화훼단지의 봄꽃들(2022.3.20)
 양주화훼단지의 봄꽃들(2022.3.20)
ⓒ 김현자

관련사진보기


봄이다. 이즈음엔 화원 앞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색색의 꽃들을 앙증스럽게 피운 작은 꽃들 때문이다.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 몇 개 골라 봄을 느끼기 좋다. 그런데 쉽게 들이지 못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정서를 위해 봄마다 몇 개씩은 사들이곤 했는데 꽃이 진 후 대부분 죽이고 말아 언젠가부터 미안함 같은 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잎이 예쁜 식물들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보는 것으로 만족하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얼마 전 자홍색 꽃망울을 준비하고 있는 히아신스 구근 하나를 들여와 며칠째 보는 즐거움과 꽃향기를 누리고 있다. 주워와 키웠는데 추운 한겨울에도 3년째 꽃이 피어 식물 키우는 재미와 마음 여유를 듬뿍 느끼게 해준 '칼랑코에(칼란코에)' 덕분이다.   

2019년 7월, 서울 은평구 모 아파트 앞을 지나는데 버려진 식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음료수 빨대 정도 굵기의 짧은 줄기 두 개에 주황색 꽃을 매달고 있는 칼랑코에였다. 그걸 가지고 와 마당에 놓은 화분 한 귀퉁이에 심었는데 잘 자라줘 3년째 겨울마다 꽃을 피운 것이다. 
 
1월 말 쯤의 칼랑코에. 가장 예쁠 때 집안 일로 미처 담지 못했다.
 1월 말 쯤의 칼랑코에. 가장 예쁠 때 집안 일로 미처 담지 못했다.
ⓒ 김현자

관련사진보기

 
2월 말의 칼랑코에.
 2월 말의 칼랑코에.
ⓒ 김현자

관련사진보기


사실은, 안쓰러운 마음에 집어 들긴 했지만 잠시 망설였다. 뿌리는 물론 줄기까지 썩어들어가고 있어 과연 살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안 봤으면 모를까. 두고 오는 것도 마음 편하지 못해 내려놓지 못하고 주워오고 말았다. 하지만 집에 와서도 후회했다.

차로 10분쯤에 양주화훼단지가 있다. 올해로 8년째 남편과 텃밭에 쓸 퇴비나 모종, 씨앗 등을 사러 자주 가곤 한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그곳에 갈 때마다 규칙으로 정해놓은 것처럼 식물을 파는 상가로 들어가 구경하는 것으로 그날 볼일을 끝내곤 했다.

구경 끝에 하나씩 사 오다 보니 몇 년 사이 키우는 식물이 많아졌다. 사 들고 오는 만큼 죽이는 것들도 많아져 후회와 가벼운 자책감도 잦아졌다. 특히 월동을 위해 집안으로 들여놓는 가을이면 어디에 둘 것인지 고민하며 '더 늘려선 안 돼' 다짐하곤 했다.

그러나 그때뿐, 다시 사 들고 오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그 카랑코에를 주워올 무렵, 그해 봄 남편이 원해서 사 온 칼랑코에도 죽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처럼 죽이고 말지도 모른다, 잘 키워보고 싶어 사들인 것도 걸핏하면 죽이면서 어쩌겠다는 건지? 잠시 고민했었다.

사실 칼랑코에를 주워올 때만 해도 다육식물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그래서 장마 중인데도 마당에 놓은 화분에 심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살려준답시고 더 많은 물속으로 밀어 넣는 잘못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그런데도 카랑코에는 기대 이상으로 잘 자라 가을쯤엔 제법 볼만해졌다. 그에 대견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애정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어떤 식물보다 자주 들여다보며 기분 좋아짐을 느낀다. '반려식물'이란 용어가 어색하지 않은 애정하는 꽃이 되었다. 
 
칼랑코에는 여러 색의 꽃이 2달 가까이 피는데다가 값도 저련한 편이라 인기가 많은 다육식물이다(2022년 3월 20일 양주화훼단지)
 칼랑코에는 여러 색의 꽃이 2달 가까이 피는데다가 값도 저련한 편이라 인기가 많은 다육식물이다(2022년 3월 20일 양주화훼단지)
ⓒ 김현자

관련사진보기

 
칼랑코에는 이즈음 화원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흔하다. 빨강색, 노랑색, 주황색, 보라색, 흰색 등 여러 색의 꽃이 꽤 오랫동안 핀다. 게다가 저렴한 편이다. 적은 돈으로 분위기를 바꾸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물인 것이다. 물 주는 것을 놓쳐도 쉽게 죽지 않고 잘 자란다. 이처럼 장점이 많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봄이면 꽃집에서든 어느 가게나 어린이집 화단 등에서 워낙 흔하게 보곤 했던 꽃이라 자연스럽게 봄에 피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내 생각은 판에 박힌 지식에 불과하다는 듯 주워온 그해 12월이 시작되자 줄기마다 꽃대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크리스마스 무렵부터 꽃망울을 활짝 활짝 터트려 1월 내내 피어 있었다.

칼랑코에를 키워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꽃은 늦겨울인 2월부터 4월까지 대략 두 달 정도 핀다. 그 후 여름이나 초가을까지 조금씩 피기도 한다. 그러다가 해가 많이 짧아지면 더는 피지 않는다. 그때부터는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는 것을 멈추고 다음 꽃을 위한 성장(영양 생장)을 한다. 그런 후 2월 말쯤 피기 시작해 봄내 피어난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우리 집 칼랑코에는 다른 칼랑코에들과 정반대로 꽃을 피운다. 겨우내 화분 가득 피웠던 꽃은 2월 중순을 지나며 시들어 버린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칼랑코에들이 색색의 꽃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3월 이즈음엔 전혀 꽃을 피우지 않았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주워올 때와 전혀 다른 색의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분명히 주황색 꽃이 피어 있었다. 그런데 첫해부터 지금까지 3년째 노란색의 꽃만 피운다. 불가사의하게도 말이다.
 
왼쪽의 굵은 줄기 2개가 주워온 줄기. 시련의 흔적이 있다.
 왼쪽의 굵은 줄기 2개가 주워온 줄기. 시련의 흔적이 있다.
ⓒ 김현자

관련사진보기

  
4년째 자란 3월 이즈음의 우리집 칼랑코에. 뿌리에서 여러 갈래의 줄기를 내 
 자라는 관목 모양새로 자라고 있다.
 4년째 자란 3월 이즈음의 우리집 칼랑코에. 뿌리에서 여러 갈래의 줄기를 내 자라는 관목 모양새로 자라고 있다.
ⓒ 김현자

관련사진보기

  
'타고난 강한 생명력으로 무난하게 뿌리 내려 자라는 것으로 보였던 그 여름 칼랑코에는 어쩌면 어떤 색의 꽃을 피울 것인가와 관련된 유전자까지 손상될 정도의 혹독한 시련과 부단히 싸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살아준 칼랑코에. 우리도 그처럼 어떤 시련이나 고통도 이겨내며 야무지게 살아내야 하리라.'

원래의 색깔인 주황색을 버리고 노랑색 꽃이 피는 것은 생물학적인 어떤 이유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집 어떤 조건이 겨울에 피게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집 칼랑코에를 생각하면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 태어남'을 뜻하는 '환골탈태'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작은 위로가 되곤 한다.

이참에 알게 된 건데 칼랑코에는 관리만 잘하면 20년을 살기도 한단다. 줄기를 자르거나 잎을 떼어내 흙에 묻는 것으로 쉽게 번식할 수 있다니 꼭 해보고 싶다. 어느 유튜버가 꽃이 진 후 꽃대는 그대로 두고 시든 꽃송이만 잘라내면 꽃이 다시 핀다고 해 따라 했더니 요즈음 꽃봉오리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식물 키우는 재미와 자신감을 안겨준 칼랑코에이기도 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