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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의 관공서 건물이 러시아군의 로켓포 공격으로 무너진 가운데 잔해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의 관공서 건물이 러시아군의 로켓포 공격으로 무너진 가운데 잔해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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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이래, 전황을 전하는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서방 언론을 비롯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있는 가운데, 간혹 '객관적'으로 상황을 지켜본다며 오히려 침략자인 러시아에 치우친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또, 언론 보도의 제목등을 보더라도 러시아 중심의 단어 선정 및 표현이 상당 수 보인다. 

언론의 표현에서 보이는 침략자의 시선

대표적인 것이 마리우폴 함락 '초읽기', 마리우폴 함락 '임박'과 같은 표현이다. '초읽기'란 바둑에서 제한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을 때, 기록담당자들이 차례가 된 기사에게 시간이 흐르는 것을 초단위로 알려주는 것을 말하는데, 급박한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널리 사용된다. '임박'이라는 단어 역시 어떤 때가 가까이 닥쳐오는 것을 이르는 말인데, '초읽기'와 '임박'의 공통점은 어떤 정해진 상황이 닥쳐옴을 이른다는 것이다.

즉, 마리우폴 함락에 '초읽기'와 '임박' 같은 단어를 결합시키는 것은, 마리우폴 함락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며 당연히 함락될 것이라는 뉘앙스를 포함하게 되는 것이다. 마리우폴의 상황이 절망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러시아에 의해서 당연히 함락될 것이라고 정해놓고, 그것을 기대하는 듯한 뉘앙스의 '초읽기' '임박' 등의 표현을 결합시켜 사용하는 것은 다분히 침략자인 러시아의 시선에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침략 피해국인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보자면, 마리우폴 함락은 '위기'인 것이다. 

부차 학살과 관련된 기사에서도 유사한 용어 사용례를 찾아볼 수 있다. 언론에서는 러시아군에 의해 살해된 민간인들에 대해 '처형'되었다는 표현을 심심찮게 사용한다. '처형(處刑)'이란 '형벌에 처한다, 사형에 처한다'라는 의미로, 처형되는 대상은 형벌을 받는 자, 즉 범죄자라는 의미가 된다. 

자기 나라를, 자신들이 사는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우크라이나의 민간인들이 범죄자인가? 그들은 '처형'이 아니라 '살해' 혹은 '학살' 당한 것이다. 희생당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향해 '처형'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인들을 네오나치라고 주장하면서 공격대상으로 삼는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의 원인을 우크라이나에서 찾는 시각

이번 전쟁의 원인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추진이 러시아에게 위협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우크라이나가 왜 NATO에 가입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 세계 2위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와 세계 22위 군사력을 가진 우크라이나. 과연 누가 더 위협적이겠는가.

만약,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우호적인 관계라면, 양국의 군사력 차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소련에 병합되는 과정 역시 볼셰비키와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병합되었을 뿐 아니라, 소련 시절에 가혹한 수탈을 당한 역사가 있기에, 우크라이나인들은 푸틴이 이끄는 전체주의적인 러시아 정권에 대해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거기에 소련 해체 후에도 우크라이나의 친러 정치인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내정간섭을 하는 등 우크라이나에 있어서 러시아는 오랜 기간 위협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자초한 것이라 주장하는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추진이 러시아에 위협이 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애초에 러시아의 내정간섭이나 위협이 없었다면 우크라이나가 무리한 NATO 가입은 추진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 구소련권 국가 중 우크라이나만 NATO 가입을 추진한 것은 아니다. 과거 소련에 속했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즉 발트3국은 이미 NATO 가입국이다. 구소련의 위성국이자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이었던 폴란드,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등의 국가들 역시 이미 NATO 가입국이다.

게다가 발트3국과 러시아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들이다. 러시아는 이미 NATO 가입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만 NATO 가입이 러시아에 위협이 되었다며, 오히려 침략 피해국인 우크라이나를 비난하는 주장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의 프로파간다에 앞장서는 한국 최고의 대학
 
신범식 교수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신범식 교수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 서울대학교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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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3일 인스타그램의 서울대학교 공식계정에 게재된 영상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신범식 교수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분석한 영상이다. 신 교수는 이번 전쟁의 촉발요인에 대해 설명하면서 "2014년 유로마이단 이후에 친서방 분위기가 고조되었다"고 말하는데, 이러한 관점은 지극히 러시아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관점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2014년보다 훨씬 이전 부터 이미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분위기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2014년 친러정권의 일방적인 친서방 정책 폐기에 분노한 국민들이 유로마이단 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분위기를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부터로 한정하는 신 교수의 관점은,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사회적 분위기와 맥락은 무시한 채, 2014년을 기점으로 잡아 이번 전쟁의 촉발요인이 급격한 친서방화를 추진한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식의 논조를 전개하게 되는 것이다. 

권기창 주우크라이나 전 대사는 지난 4월 15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권기창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문제에 대해 "푸틴이 원하는 구소련의 영광을 재현시키기 위해서는 자기 세력권을 넓혀야 하는데,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게 되면, 자기 세력권이라고 생각하던 우크라이나에 미군이나 NATO의 무기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국경에 배치될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위협감을 느낀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권 대사는 우리나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성급하게 NATO 가입을 추진한 것이 전쟁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잘못된 주장이라고 선을 긋는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에 우크라이나의 2대 대통령이었던 쿠치마 대통령 당시 이미 EU와 NATO 가입을 목표로 설정했었다고 설명한다. 또, 오렌지혁명 이후의 유셴코 정권에서 2006년에서 2008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NATO 가입을 추진했고, 그 결과 2008년 부쿠레슈티 선언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언젠가' NATO에 가입 시켜주겠다는 약속받았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권 대사의 설명을 통해 신 교수의 관점이 얼마나 러시아의 입장에 치우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신 교수는 해당 영상에서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 국내정치적으로는 극우민족주의적인 분위기가 고조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면에는 아조우 연대와 우크라이나 자유당(Svoboda)의 마크를 제시했다. 아조우 연대가 창설 초기에는 극우주의 성향을 띄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 교수는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 민병대들의 극우주의가 더 강해진 원인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크름반도를 빼앗겼을 뿐 아니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반군들을 지원하면서 돈바스 내전을 부추겼다. 또, 일로바이스크 사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극우민병대의 반러 투쟁이 더욱 격화된 것이라는 배경은 숨긴 채, 마치 우크라이나 전체의 극우민족주의 분위기가 고조된 것 처럼 말한다.

(*일로바이스크 사건 :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내전 중 도네츠크 남동부의 도시 일로바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포위된 후, 러시아군 포로를 풀어주는 대신 우크라이나군의 퇴각로를 열어주기로 합의한다. 하지만, 러시아군과 친러반군이 합의를 어기고 퇴각하는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이고, 러시아가 자국의 포로들까지 희생양으로 삼은 사건이다.)

또, 신 교수가 제시한 극우주의 성격을 띠는 자유당(Svoboda)은 우크라이나 국회의 전체 450석 중 단 4석만을 차지한, 그 영향력이 극히 미미한 정당이다. 이를 두고, 마치 우크라이나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극우민족주의화 된 것인양 단언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신 교수는 루간스크, 도네츠크에 대해 돈바스 지역에 있었던 두 '공화국' 이라고 지칭한다. 러시아가 '루간스크 인민공화국'과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이라고 주장하는 이 두 지역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공화국'이 아니라 반군의 점령지역일 뿐이며,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이 두 지역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해당 영상에서는 우크라이나 지도에서 크름반도를 제외한 지도를 제시해 논란을 자초했다. 크름반도 역시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을 통해 실효지배하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크름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학자, 연구자, 전문가라는 이름을 내걸고 내뱉는 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어떤 명칭과 용어를 사용하는가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논을 전개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 교수의 발언은 단순한 말 실수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무게가 상당히 무겁다. 서울대라는 타이틀을 달고 게재된 해당 영상을 통해, 러시아 프로파간다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의 소위 학자, 전문가라는 이들의 씁쓸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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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다문화사회전문가. 다문화사회와 문화교류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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