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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는 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해보는 글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기자말]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데 가장 많이 참고한 정보원은 무엇인가? 어떤 경로로 이용한 정보에 선택을 굳혔냐는 질문이다. 보기에서 2개까지 응답하게 했는데 이 중 가장 많이 차지한 답이 'TV토론'(46%)이다. 그 다음은 신문·방송보도(29%), 인터넷뉴스(26%),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등 SNS(18%), 가족이나 주위 사람(12%)이다. 2012년, 2017년 대선에서도 'TV토론'과 '신문·방송보도'는 상위 2개 정보원으로 꼽혔다.

한국갤럽이 대선에서 투표한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후 조사> 결과를 보자. 가장 많이 참고한 정보원 1순위로 신문·방송보도(40%)를 뽑은 7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은 'TV토론'이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데 가장 많이 참고한 정보원이라고 답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을수록, 진보 성향일수록 TV토론에 더 의존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조사일시: 10일(1일간)/ 조사대상: 전국 제20대 대선 투표자 1,002명/ 응답방식: 유·무선 전화 면접 조사/ 응답률: 15.5%/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

TV토론, 정치 유불리 떠나 노필터 검증 기회

유권자 입장에서 TV토론은 언론의 프레임을 배제한 채 후보자들을 직접 평가할 수 있게 한다. 후보의 정책을 TV토론만으로 비교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유권자가 알아들을 수 있게 정책의 필요와 근거를 야무지게 이야기하는가도 중요하지만, 다른 후보의 질문과 공격에 어떻게 방어와 대응을 하는가에 따라 관심이 요동치기 때문이다.

주도권 토론에서 예측하지 못한 주제에 답변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유권자들은 후보자가 모든 정책에 전문적 식견을 가졌는가를 따진다기보다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이 궁금하고,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하는가에 주목하는 편이다.

이런 이유에서 TV토론의 가치와 효과를 높이기 위한 언론의 노력이 안팎으로 필요하다. 토론의 형식과 내용을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토론 이후 주요 내용을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도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 정책 대결보다 거친 입말과 네거티브 공방 부각

민주언론시민연합이 TV토론 다음날 주요 신문의 관련 기사 제목을 비교한 논평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2월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첫 TV토론은 경제를 주제로 한 토론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신문 지면 1면은 대선 후보들의 경제 정책보다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간에 벌어진 대장동 특혜 의혹을 중심으로 실었다. 이미지는 동아일보 2월 22일 1면 기사이다.
 2월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첫 TV토론은 경제를 주제로 한 토론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신문 지면 1면은 대선 후보들의 경제 정책보다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간에 벌어진 대장동 특혜 의혹을 중심으로 실었다. 이미지는 동아일보 2월 22일 1면 기사이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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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1차 TV토론의 주제는 경제 분야였다. 네 명의 후보는 코로나 손실보상과 규제완화 정책, 확장재정 여력을 둘러싼 토론을 벌였다. 그렇지만 중앙일보는 1면에 <대장동 녹취록 충돌 "윤 죽어" "이 게이트">(2월 22일 현일훈 기자), 동아일보는 <尹 "법카 횡령" 공격에… 李, '尹 죽어' 패널 꺼내>(2월 22일 권오혁, 윤다빈 기자)라고 큰제목을 냈다. 조선일보도 정치면 아랫기사에 <李, '尹은 죽어' 적힌 김만배 녹취록 들자… 尹 "녹취록 끝에 이재명게이트 말 나와">(2월 22일 김승재, 김승현 기자)라고 제목을 썼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사이의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대치 상황이 민감한 사안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렵겠지만 '죽어'와 같은 거친 표현을 써가며 부각한 것이 적절할까?

2월 25일 2차 TV토론은 '권력구조 개편'과 '외교·안보 정책' 등 정치 분야를 주제로 공방을 벌였다. 핵심 쟁점은 선거제도 개편과 사드 배치, 안보관, 모병제 등이었다. 조선일보 <李 "싸울 필요없는 평화가 중요" 尹 "굴종으론 평화 지속 안돼">(2월 26일 김승재 기자), 중앙일보 <이 "우크라, 6개월 초보 정치인 결과" 윤 "평화는 확실한 억제력 가져야 유지">(2월 26일 송승환 기자)에서 알 수 있듯이 후보의 안보관에 상당한 이견이 노출됐다. 동아일보는 정치면에 <윤석열 "李, 유약한 태도 평화 위협" 이재명 "尹, 큰소리 뻥뻥 '안방 장비'">(2월 26일 장관석, 이윤태 기자)를 썼지만, 정작 1면에는 <윤석열 "단일화 노력하고 있다" 안철수 "경선 하겠다면 모르죠">(2월 26일 강성휘 기자)를 냈다. 윤 후보와 안 후보 사이의 '단일화'를 이번 대선을 둘러싼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되리라 예측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하지만 에둘러 의미를 넣어 강조했다는 느낌은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3월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마지막 TV토론은 사회 분야를 주제로 했다. 기본소득, 복지증세, 성인지 예산 등 여성 정책과 사회 전반에 대한 토론이 오고갔지만 대장동 논쟁을 부각한 기사가 쏟아졌다. 미지는 한국일보 3월 3일 1면 기사이다.
 3월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마지막 TV토론은 사회 분야를 주제로 했다. 기본소득, 복지증세, 성인지 예산 등 여성 정책과 사회 전반에 대한 토론이 오고갔지만 대장동 논쟁을 부각한 기사가 쏟아졌다. 미지는 한국일보 3월 3일 1면 기사이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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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3차 TV토론은 사회 분야 주제로 토론했다. 한겨레는 <페미니즘‧성인지예산…윤석열 '성평등 인식' 뭇매>(3월 3일 이정연, 서영지, 심우삼 기자), 경향신문 <이‧윤, 마지막 '페미니즘‧대장동'으로 맞붙었다>(3월 3일 박홍두, 조문희, 탁지영 기자)라고 1면 제목을 썼다. 기본소득, 복지증세, 성인지 예산 등 여성 정책에 대한 후보 입장차가 팽팽했다. 하지만 동아, 조선, 중앙은 '대장동 논쟁'을 부각한 제목을 썼다. 한국일보 <이 "몇번째 우려먹냐" 윤 "애들 반장선거냐" 대장동 막장 싸움>(3월 3일 이성택, 홍인택 기자) 기사 제목처럼 지지율 높은 두 후보의 거친 입싸움으로 감각을 집중시켰다. "대선후보들의 마지막 TV토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대장동 특혜 의혹'을 둘러싼 낯뜨거운 네거티브로 막을 내렸다"라고 한국일보는 기사의 첫 문장에 썼다. 의료비 상한제, 복지 예산, 성평등 정책, 일자리 확대,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지적 대결은 대장동 논쟁으로 흐려지고 지지층 결집만 관건으로 남게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3월 4일 대선후보 TV토론 보도에 관한 논평에서 "언론의 보도가치 판단기준이 정책 대결보다 잠깐의 자극적 네거티브 공세와 대결구도에 방점을 둔다면 어떤 후보가 정책을 성실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진영의 갈라짐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모로 가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로 귀결한다는 점이다. TV토론이 입씨름장이냐 훈계했던 언론이야말로 토론회를 난장판으로 기억하게 만든 장본인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수정(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입니다.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민주언론시민연합, #민언련, #TV토론, #대장동, #네거티브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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