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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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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윤 당선자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며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알렸다. 윤 당선자는 "제왕적 대통령의 상징인 청와대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며 집무실 이전의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 보인 모습만 보더라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거부하겠다는 윤 당선자의 의지가 과연 진심인지 의구심이 든다.

당사자와의 어떠한 협의도 없는 '불통' 결정

먼저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중요한 건 당사자와의 협의가 이루어졌냐다. 집무실 이전으로 5월 10일 취임일 전까지 급히 이사를 가야 할 당사자인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와의 협의는 얼마나 이루어졌는가.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관계자와 군 당국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국방부 청사에 근무하는 인원만 1100여 명인데, 이르면 3월 내에 그 많은 인원이 이사를 가야 하는 만큼' 결정 이전에 충분한 협의가 필요했다', '이전 기간이 너무 빡빡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관련 기사: "3월 중으로 건물 비우라 했다" 스산한 국방부).

또 다른 당사자는 문재인 정부다. 아직 대통령 당선자 신분인 윤 당선자에게는 국방부를 이전할 수 있는 권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방부 이전은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권한이다. 그렇기에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고 국방부는 합참을 비롯한 곳곳으로 쪼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취임 전에 실시하기 위해서는 문 정부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21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당선인 공약이나 국정운영 방향을 존중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정식 제안이 오면 정해진 과정을 통해 협의할 일"이라며 아직 양자 간의 협의는 없었음을 밝혔다.
  
보수 진영에서도 집무실 이전 반대... 진영논리가 아닌 이유

이처럼 윤 당선자는 이전 당사자인 국방부 및 군 당국과도, 실제 이전의 권한을 지닌 문 정부와도 아무런 협의 없이 집무실 이전을 결정했다. 이것이 불통이 아니고 대체 무엇인가. 이러한 막무가내식 졸속행정에 일각에서는 무속 논란도 제기됐다. 윤 당선자는 이와 관련해 "대선과정에서도 나왔지만 무속은 민주당이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필자는 윤 당선자가 무속이나 풍수지리를 이유로 집무실 이전을 국방부 청사로 결정했다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그러한 비판은 확실한 근거가 없는 비방에 가깝다고 여긴다. 하지만 왜 그런 얘기가 나돌게 되었는지에 대해, 윤 당선자 본인의 책임은 없는지 돌이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집무실 이전에 반대하는 이들이 민주당을 위시하는 이들뿐인가? 그렇지 않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방장관을 지낸 한민구 전 국방장관을 포함한 11명의 전직 합참의장들도 윤 당선자에게 집무실 이전에 대한 공개 반대 서한을 보냈다. 우파 언론인으로 유명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역시 반대 의사를 천명했으며, 오세훈 서울시장도 19일 오후 윤 당선자를 만나 집무실 이전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으니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관련 기사: 보수논객 조갑제도 "사람 문제를 장소에 전가하는 건 미신").

이처럼 보수 진영에서도 집무실 이전에 대한 반대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집무실 이전 반대 여론을 단순히 진영논리에 따른 발목 붙잡기로 보기 힘든 이유다. 하지만 윤 당선자는 "5월 10일 취임식을 마치고 바로 국방부 청사에 입주해 근무를 시작할 생각"이라며 집무실 이전에 대한 의지를 전혀 굽히지 않고 있다.

'국민소통'을 명분으로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면서도 정작 추진 과정은 불통으로 점철된, 모순의 극치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불통의 과정에서 윤 당선자가 비판 여론에 대한 합리적인 해명이 없으니 무속 논란과 같은 다소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공간이 문제? 문제는 '태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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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비판을 윤 당선자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20일 기자회견에서도 한 기자가 '집무실 이전이 오히려 당선인 시절부터 제왕적 대통령제를 실현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윤 당선자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는 방식을 제왕적으로 한다는 말씀인데, (지도자가)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며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의 기자회견 횟수를 보면, 공간이 '제왕적 대통령제'와 바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례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150회의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회, 박근혜씨와 문 대통령은 채 10회가 되지 않는다. 모두 청와대에서 집무를 보던 이들이지만 국민과의 소통으로 볼 수 있는 기자회견의 횟수는 천지차이였다. 이를 보면, 소통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소통에 임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보는 편이 더 옳지 않은가.

지금만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윤 당선자는 청와대가 아닌 종로구 통의동의 인수위에서 업무를 보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고 지역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소탈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정작 집무실 이전 과정은 불통 그 자체 아닌가. 태도가 그르면 제 아무리 공간이 완벽할지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공간이 아니라 태도다. 윤 당선자가 부디 이 사실을 알길 바란다.

태그:#윤석열, #국방부 청사, #대통령 집무실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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