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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를 읽으며,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기원하는 온라인 줌(ZOOM) 집회가 열렸다.

이 책은 폴란드를 떠나 이민자로 평생을 살아온 조시아 자이칙이 들려준 이야기를 폴란드의 르포작가 아가타 투신스카가 다시 쓴 것이다. 글에는 폴란드어를 오랜만에 쓴 조시아의 말투가 살아있고 청자에게 말을 건넨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는 과거의 이야기를 담은 쓴 글과 그림이지만 현재와도 이어진 부분이 많이 있다.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아가타 투신스카 (지은이),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이지원 (옮긴이)사계절(2022) 원제 : Mama zawsze wraca (2020년)
▲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아가타 투신스카 (지은이),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이지원 (옮긴이)사계절(2022) 원제 : Mama zawsze wraca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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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 집 앞에 '부다buda'라고 부르던 커다란 독일 군용 트럭이 왔다. 독일인들이 유대인들에게 빵을 나눠 주겠다고 소리쳤다. 할아버지는 내려가고 싶어 했다. 엄마는 안 된다고 했다. "머리에 총 맞을 일 있어요?" 할아버지는 아니라며 나가고 싶어 했다. "하셈, 신은 자기 자식들을 챙기신다." "아무도 아버지를 챙기지 않아요. 내가 챙기죠. 여기 집에 있어요. 내가 가져다줄게요."
전에 엄마가 게토에 안 들어가겠다고 했을 때 엄마는 할아버지에게 곱슬머리를 자르고 유대인 모자를 벗고 다른 옷을 입고 아무도 우리는 모르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봐요. 아버지, 아버지는 좋은 외모예요. 정말 좋은 외모예요. 누가 아버지를 유대인이라고 생각하겠어요. 수염을 깎으세요." "어떻게 유대인이 수염을 깎는단 말이냐. 도대체 무슨 말이냐? 어떻게 유대인이 카포타를 벗을 수 있단 말이냐. 도대체 무슨 소리냐. 그럴 일은 없다."……(중략)…… 엄마는 계속해서, 신은 유대인 모자나 곱슬머리를 보고 계시는 게 아니다. 위험에 빠지면 교리를 꼭 지킬 필요는 없다고 쓰여 있다고 말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저항했다. 울고 소리를 질렀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 열쇠를 빼앗아 대문을 열고 나갔다. 엄마 손에는 검은 카포타만 남아 있었다. 할아버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중)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본문 그림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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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타 투신스카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19살이 된 후에 유대인 혈통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전쟁 때 유대인들의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책을 계속 써왔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생각하는 ABC>로 BIB 황금사과상을, <마음의 집>, <눈>,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세 번(논픽션, 픽션, 뉴호라이즌 부문) 수상하고,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로 두 번이나 오른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이다. 

떨리는 목소리의 낭독을 듣자 집회의 참가자들은 울컥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구인의 도시 사용법>의 저자 박경화씨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슬픈 이야기다. 전쟁을 겪은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고 답했다. 
 
엄마는 보통 웃는 얼굴로 여러 가지를 가지고 왔다. 엄마의 귀환은 축제와 같았다. 항상 무언가를 이 주머니에서 하나, 저 주머니에서 하나 꺼냈는데 그건 사과 한 개일 때도 있고 당근 한 개, 양파 한 개일 때도 있었다. 한번은 나뭇가지를 가져와서 외삼촌들에게 새총을 만들어도 된다고 했다. 한번은 인형 머리를, 종이 죽으로 만든 머리만 있는 인형을 가지고 왔다. 나는 독일인들이 몸통을 가져갔냐고, 팔다리는 어디 있냐고 물었다. 엄마는 "없어. 하지만 생길 거야, 내가 만들어주지."하고 말했다. 난 엄마가 뭐든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중)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본문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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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이번엔 먹을 것을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 살렉과 다비드는 자기들이 그 커피를 팔아보겠다고 우겼다. 엄마는 허락하지 않았지만 둘은 지지 않았다. 둘은 밖에 나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는 헛되이 그들을 찾아다녔다.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중)

이 책의 역자인 이지원 님은 책 표지의 띠지부터 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들어 있는 꽃으로 된 자수를 완장처럼 감싸서 엄마의 보호와 사랑을 나타내는 의미로 이 책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PDF로 그림을 한 장씩 보여주면서 일러스트레이션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겨울에 겨우살이가 붙어 있는 나무가 전쟁의 상황이라면 엄마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이의 느낌은 꽃이 잔뜩 핀 나무 같은 것을 표현하고, 전쟁 시기라고 하더라도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있는 장"이라고 설명했다. 

충남 금산 제원면에서 서점 <책방에書>를 운영하는 한연숙님은 책방에 전쟁에 관련된 책들을 전시하고, 포스터를 붙여놓았다고 하면서, 이런 시간을 통해 함께 생각하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19일(일)에는 노근리 양민학살사건과 민간인 희생이라는 제목으로 우리가 전쟁을 기억하고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는다. 

21일(월)에는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의 번역자 이지원 님이 <폴란드의 작가들은 어떻게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는가?> 라는 주제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어떻게 돕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듣고, 폴란드 문학과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이는 이 집회는 매일 밤 8시에 온라인 줌(ZOOM)으로 이루어진다. 31일까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6612415

태그:#우크라이나, #러시아침공, #우크라이나전쟁, #전쟁반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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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사랑하고 평등한 삶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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