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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바라보는 동네라니, 이름만으로도 낭만적인 망월리(望月里)는 인천시 강화군 하점면에 있습니다. 드넓은 망월평야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망월리에서는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이요, 둘은 바다에 뜬 달입니다. 수로에도 달은 떠 있고 동네 우물에도 달은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있으니, 그대의 눈동자에 떠 있는 달입니다.

다섯 개의 달을 만날 수 있는 망월리로 지난 3월 초순에 갔습니다. 들판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수로에는 봄 농사를 앞두고 물이 가득 실려 있었고,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도 드문드문 보였습니다.

망월리는 드넓은 망월평야 한가운데 위치해 있습니다. 이웃 동네까지 가자면 논 사이로 난 길을 몇 킬로미터는 가야 합니다. 주변에는 온통 논밖에 없습니다.

망월리가 원래부터 이렇게 들이 넓었던 건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망월리라는 동네뿐만 아니라 들판 자체도 없던 곳이었습니다. 망월리는 뽕밭이 변해 바다가 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아니라 '벽해상전', 곧 바다가 변해 논이 된 곳입니다. 망월 들판은 바다를 메워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다를 메워 만든 망월평야

원래의 강화도는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몽골의 침입으로 강화로 천도를 한 고려 때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간척을 해서 지금의 강화도가 되었습니다. 망월리가 있는 망월평야 역시 간척을 해서 만든 땅입니다.

몽골의 침입으로 강화로 천도를 한 강도(江都) 시대 강화의 인구는 수십만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개경의 십만 호(戶)가 거의 다 옮겨왔다고 하니 졸지에 강화도는 사람이 차고 넘치게 되었습니다. 고려 조정은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바다를 메우기 시작했습니다.
 
물이 빠지면 갯벌이 드러납니다.
 물이 빠지면 갯벌이 드러납니다.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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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절요>에 보면 고려 고종 43년(1256), 군량을 충당하기 위해 둔전(屯田)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이후에도 계속 간척을 합니다. 강화도 전체 면적(424㎢)의 30% 정도가 간척으로 이루어진 땅입니다. 여의도 면적(2.95㎢)의 44배에 달하는 130㎢의 간척지가 강화도에 있습니다. 이처럼 넓은 간척지가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 또 있을까요.

망월평야는 강화도에서 가장 큰 간척지이자 가장 넓은 들입니다. 망월평(望月坪)은 고려 공민왕 때부터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골을 토석으로 막아 제방을 쌓았습니다.

만리장성 둑과 망월돈대
 
망월돈대를 알리는 알림판.
 망월돈대를 알리는 알림판.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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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광해군 10년(1618)과 영조 21년(1745)에 다시 고쳐 쌓았던 망월평의 제방은 너비 1.5미터, 길이 7킬로미터에 달했습니다. 누각(樓閣)이 있는 출입문이 6군데, 물길이 드나드는 수문이 모두 7곳이나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컸습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장성 둑' 또는 '만리장성 둑'이라고 불렀습니다.

바닷물을 막고 있는 긴 '장성 둑' 한가운데쯤에 돈대가 하나 있습니다. '망월돈대'입니다. 이 돈대 역시 조선 숙종 5년에 만든 48개 돈대 중의 하나입니다. 다른 돈대들이 대부분 해안가의 언덕이나 바닷가로 툭 튀어나온 산자락의 끝 부분에 있는 것과 달리 이 돈대는 들판이 끝나고 바다와 만나는 평지에 있습니다. 아니 평지라기보다는 갯벌에 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망월돈대는 바다를 건너온 외적이 수로를 타고 육지로 들어오는 것을 경계하고 막기 위해 축조 했습니다. 고려산(436m)에서 내려온 물이 아래로 흘러 내려와 망월돈대 부근에서 바다로 들어갑니다. 망월돈대는 이 수로를 방비하고 그 앞 바다를 관측하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썰물이 지면 바닷물은 멀리 밀려나지만 밀물이 들면 바닷물은 갯골을 타고 내륙 깊숙이 들어옵니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말올포(末㐚浦)라는 포구가 있었는데, 망월돈대는 말올포와 수로를 지키는 임무를 수행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돌을 빨아들이는 갯벌

돈대를 만들려면 갯벌을 다지는 작업부터 해야 합니다. 갯벌은 물렁물렁해서 아무리 돌을 갖다 퍼부어도 끝없이 돌을 빨아들일 뿐입니다. 그래도 또 갖다 붓고 또 가져다 부었겠지요. 망월돈대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만한 공력이 들어갔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지반을 다지고 그 위에 돌을 한 층씩 쌓아 올렸습니다. 작게는 40센티미터 정도에서 크게는 1미터도 넘는 크기의 돌을 층층이 쌓았습니다. 돈대의 둘레가 124미터나 되니 작은 규모도 아닙니다. 얼마만큼의 돌이 들어갔을 지 짐작도 되지 않습니다. 
 
망월돈대
 망월돈대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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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디넓은 들판 끝에 있는 망월돈대입니다. 앞에는 바다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돌은 고사하고 자갈도 없는 갯벌입니다. 그 많은 돌들은 다 어디서 어떻게 가져 왔을까요?

망월돈대에 들어간 석재(石材)들은 매음도(현 석모도)에서 가져왔습니다. 매음도에는 해명산을 비롯해서 상봉산 등 여러 개의 산이 있습니다. 돌을 깨고 다듬는 석수가 바위덩이에서 돌을 떼어내면 운반꾼들이 그 돌을 바닷가까지 옮겼겠지요. 그리고 배에 실어 건너편 강화도의 망월돈대 만드는 곳까지 옮겼을 겁니다.

진무영 직접 관할

망월돈대를 만드는 공사는 난공사 중의 난공사였습니다. 터다지기 작업에서부터 석재를 수급하는 일까지 하나도 쉬운 게 없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망월돈대입니다.

망월돈대는 진무영(鎭撫營)에서 직접 관할하는 돈대였습니다. 진무영은 조선시대에 해상경비의 임무를 맡았던 군영입니다. 강화에 있는 54개의 돈대들 중 진무영에서 직접 관할하는 돈대는 6개밖에 없었습니다. 망월돈대가 그만큼 중요했다는 뜻이겠지요.
 
돈대 출입문에서 본 모습.
 돈대 출입문에서 본 모습.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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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평지에 쌓은 망월돈대.
 바닷가 평지에 쌓은 망월돈대.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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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20㎝ 크기의 네모난 돌을 가로 38m, 세로 18m, 높이 2.5m나 되게 쌓아 올렸습니다. 성곽 위에는 흙벽돌로 허리 높이 정도의 담장을 또 쌓았습니다. 몸을 숨기고 적에게 활을 쏘아 화살을 날릴 수 있도록 할 목적으로 쌓은 이 담장을 여장(女牆), 또는 성가퀴라고 하는데 망월돈대에는 42개나 있었습니다.

달과 함께 놀아 보자, 망월돈대

바닷가 평지에 돈대가 있다 보니 바닷물이 드나드는 쪽의 성벽은 많이 허물어지고 물살에 실려 돌이 다 사라졌습니다. 2002년도에 정비 복원공사를 하고 옛 모습을 되살렸지만 여장은 복원되지 못했습니다. 원래대로 온전히 되살리는 게 맞겠지만 비슷하게라도 복원했으니 그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는 음력 보름에 망월돈대에 가 볼까요. 하늘에도 달이 있고 바다에도 달이 있습니다. 찰랑찰랑 물을 담고 있는 수로에도 달은 떠 있습니다. 우물이 사라져서 우물에 담긴 달은 볼 수 없지만 그대와 내 눈동자에도 달이 있을 테니 망월리의 달은 5개가 분명하겠네요.

교교한 달빛 아래 시를 읊고 노래를 부르면 이곳이 바로 선계(仙界)가 아니고 그 어디일까요. 보름달이 뜨면 우리, 망월돈대로 가볼까요? 그곳에서 온 몸에 달빛을 가득 받아 봐요.

<망월돈대 기본 정보>
. 소재지 : 강화군 하점면 망월3리 2107 
. 인천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1호
. 지정일 : 1995년 3월 2일
. 크기 및 모양, 규모 : 긴 사각형 형태이며 둘레는 약 124미터임. 가로 38m, 세로 18m, 높이 2.5m
. 망월돈대의 특이 사항 : 바닷가 평지에 있음. 앞에는 바다 뒤는 드넓은 평야임.
. 근처 돈대 : 북쪽으로 무태돈대가 남쪽으로 계룡돈대가 있음.
. 현재 상황 : 지표 조사 후 복원공사 완료. 여장이 복원되지 않아 미완전 북원임.
. 주변 볼거리 및 편의시설 : 강화나들길 16코스 '서해황금들녘길' 구간이며 석양 무렵의 해넘이 보기에 좋음. 주변 수로에서 민물낚시를 할 수 있다. 돈대 인근에 빈 터가 있지만 여러 대가 주차하기에는 불편하다. 공용주차장 및 화장실 등 편의시설 없음.

덧붙이는 글 | - '강화뉴스'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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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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