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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R검사는 배려입니다
▲ 보건소 가는길 PCR검사는 배려입니다
ⓒ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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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콧물이 주룩 흘렀다. 끈적임도 없는 맑은 콧물인데 왠지 불안했다. 내가 사는 25만 명 소도시에서 연일 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약속을 취소하고 몸 상태를 관찰했다. 저녁 무렵엔 약간의 몸살 기운이 돌았다. 다음 날 남편에게 자가진단키트를 부탁했다.

한 봉투에 2회분이 들어있었고 값은 1만2000원이라고 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검사 설명서를 두 번쯤 읽고 나서야 이해했고 시도할 수 있었다. 왠지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신중함이 더해졌다. 15분쯤 지났을까. 검정색과 빨강색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확진 가능성이 커졌다. 어디서 감염이 되었을까 더듬어보며 보건소로 향했다.

일주일 전, 시부모님이 다니는 노치원에서 연락이 왔다.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며 일주일간 집에서 머물도록 했다. 나는 먹거리를 준비하고 남편은 부모님 집 현관 입구까지 비대면 배달을 반복했다. 모든 대화는 전화로 해결했다.

그러나 귀가 어두운 어머니와 전달력이 부족한 아버님을 상대해야 하는 남편이 목청껏 소리쳐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비대면 약 처방을 위해 증상을 물어도 아버님은 괜찮다고만 하셔서 난감했다. 어제는 같은 약을 두 번 드시는 불상사로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있었다.

막내 시누이도 비슷한 시기에 확진되어 격리 되었다. 외출을 못할 만큼은 많이 아픈 것도 아니고 사흘 후부터는 컨디션도 좋아졌다. 특별한 케어를 받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혼자 지내는 일이 여간 답답한 게 아니라고 했다. 

보건소에 도착한 시간은 1시 10분. 소독 시간과 맞물려 기다려야 했다. 카카오톡으로 문진표를 작성해야 한다는데 단체문자만 주고받는 게 전부인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알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서툴기 짝이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아무 데고 앉을 만한 양지를 찾아 엉덩이를 걸쳤다. 소독이 끝날 때까지 50분을 바람 부는 천막 안에 서서 기다리다가는 병을 키울 것만 같았다. 대기 줄에 이따금씩 눈도장을 찍으며 내 자리를 확인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 둘 앉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나이 든 순서 같기도 하다. 

고령에 속한 경우이니 자가진단키트가 필요 없을 테지만 봉사자는 내 신원과 함께 키트도 확인했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도 코를 후비는 일은 적응이 안 된다. 눈물이 쏙 빠질 만큼 신경을 자극하는 검사로 몸이 바짝 긴장했다. '살살해주세요.' 말은 못하고 몸이 자꾸 뒤로 빠지려는데 검사원의 손짓을 거부할 수 없었다.

주사바늘과 면봉을 비교하는 건 과한 걸까. 나에겐 기다란 면봉이 콧속을 지나 속살을 후비는 쓰라림이 주사보다 훨씬 맵고 아프다. 오늘도 역시나... 에누리가 없다. 눈물을 꾹 누르고 코를 문지르며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다.

다음 날, 예상대로 PCR 검사 결과는 양성이었다. 문자를 확인한 남편은 슬그머니 마스크를 착용하고 앞뒤 창문을 열면서 환풍하는 눈치다. 나는 이틀 전 함께 했던 지인 단톡방에 오미크론 확진을 알리고 자가진단을 권했다. 네 명 모두 음성이었다. 다행이었다. 한 줄기 불안이 해소되었다.

앞집언니는 기저질환이 있는 나 같은 경우 산소포화도 측정을 권했다.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 이야기라며. 평소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오미크론을 가볍게 여기고 방심하다가 중증으로 오는 경우를 말해주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의료기 상사에서 구입했다. 이래서 전문가가 되나 보다. 나라에서 60세 이상을 고위험군으로 관리하고 있다는데 피부로 와 닿진 않았다.

전염은 증상의 여부나 경중과 상관 없이 퍼져간다. 부디 코로나를 치료하는 기간 동안,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고 잘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와 브런치 게재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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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육십부터.. 올해 한살이 된 주부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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