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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이 우보농장 대표. 지난 8일 청운면 토종벼 전시관에서 이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생긴 게 멋있다며 가장 좋아하는 품종으로 북흑조를 꼽았다.
  이근이 우보농장 대표. 지난 8일 청운면 토종벼 전시관에서 이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생긴 게 멋있다며 가장 좋아하는 품종으로 북흑조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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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이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이 지나서인지 완연한 봄을 알리는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농부들은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파종 준비로 분주하다.

경기 양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2개 읍면과 청운면 가현리 일대 논에서 토종벼를 재배한다. 지난해보다 더 다양한 품종을 재배해 농가들의 선택지가 넓어질 예정이다.

지난해 1월, 양평 토종벼 농사를 진두지휘하는 이근이 우보농장 대표와 처음 만났다. 1년이 흐른 지난 3일, 이 대표는 '토종쌀 프리미엄 맥주 시음회' 개최 소식을 알려왔다.

대선을 하루 앞둔 8일 토종자원 거점단지에서 이 대표와 만나 지난해 성과와 토종쌀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2개 중 11개 농가 토종벼 농사 동참
  

- 지난해 토종벼를 처음 재배한 농가들의 반응은 어땠나?

"12개 농가 중 한 농가를 제외하고는 올해 토종벼 농사에 동참한다. 기본적으로 토종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농약 사용은 물론 거름도 주지 않아야 한다. 토종은 특성상 야생성이 강하고 키가 대체로 큰 편인데, 거름으로 인해 키를 너무 키우기 때문이다. 거름 사용이 제한되면서 수확량은 당연히 떨어졌지만, 군에서 수확량이 아니라 평당 기준으로 수매해 농가들이 손해를 입지 않도록 했다.

또, 지난해에는 토종 볍씨가 부족해 일괄적으로 포트 묘 파종을 진행했다. 해당 파종기와 이앙기가 한 대뿐이라 저희 쪽에서 12개 읍면 농사에 많이 관여할 수밖에 없었는데, 올해는 충분한 볍씨를 농가들에게 나눠줄 수 있게 됐다. 파종부터 수확, 건조까지 농가에서 모두 진행할 예정이다."

- 수확량은 어땠나?

"수확량은 품종마다 다르다. 현재는 수확량 대비 어떤 품종이 괜찮은지 찾아가는 시기다. 3년 정도는 해 봐야 평가할 수 있다. 수량은 많지만 맛이 떨어질 수도 있고, 가공으로는 어떤 품종이 좋은지, 밥쌀용으로 적합한 품종은 무엇인지 테스트해 나가는 단계다."
 
지난 3일 토종쌀로 만든 맥주 시음회가 열렸다. 쌀 맥주는 고제, 에일, 라거 등 총 3가지 종류로 나뉘며 북흑조, 한양조, 아가벼, 향곡, 검은깨쌀벼 등 5품종이 재료로 사용됐다.
 지난 3일 토종쌀로 만든 맥주 시음회가 열렸다. 쌀 맥주는 고제, 에일, 라거 등 총 3가지 종류로 나뉘며 북흑조, 한양조, 아가벼, 향곡, 검은깨쌀벼 등 5품종이 재료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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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쌀로 맥주를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유기농으로 홉을 재배하는 '맥주 만드는 농부'와 주류회사인 '몽트비어'와 함께했다. 홉을 재배하는 분이 이전에 저한테 토종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홉을 키운다고 해서 홉 막걸리를 만들어 보라고 권했는데 쌀 맥주를 만들고 싶다며 찾아와 토종쌀을 제공하게 됐다. 토종쌀로 맥주를 만들면서 토종에 관한 이야기 즉, 토종의 역사성이나 태생, 고유한 특성이 담긴 이야기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런칭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적합한 품종 5가지를 추천했다.

맥주는 3가지 종류로 나뉜다. 고제는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가장 좋은 재료가 들어간다. 토종쌀 품종으로는 붉은색의 한양조와 녹색의 북흑조가 사용됐다. 북흑조는 북한의 대표적인 품종으로, 트럼프 만찬 때 북한을 상징하는 북흑조와 남한을 상징하는 자광도를 섞어 지은 돌솥밥이 제공돼 한민족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기도 했던 쌀이다. 북흑조와 한양(서울)을 대표하는 한양조, 유기농 홉, 한식 재료를 블랜딩해 만든 쌀맥주다.

에일은 품종의 이름에 중점을 뒀다. 아가(아기)에 대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아가벼와 향기를 노래하는 벼라는 뜻의 향곡이 들어갔다. 실제로 향곡은 남다른 향이 난다. 현재 한 화장품 회사에서 아가벼를 사용해 아가글로우라는 화장품을 출시해 수출하고 있다. 화장품 재료에 친환경 재료와 재료명이 환기시키는 이미지를 마케팅으로 이어가는 것 같다.

라거는 색에 중점을 뒀다. 검은깨쌀벼가 들어가면서 색이 짙은 붉은색이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토종쌀 프리미엄 맥주 ‘음미하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토종쌀 프리미엄 맥주 ‘음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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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벼'는 쇠락지역 살릴 수 있는 계기"

- 토종쌀 재배가 활성화되려면?

"일반적으로 쌀맥주 1000L를 만드는데 보통 쌀 450kg 들어간다고 한다. 많은 쌀이 소비되는데 이번에 납품한 쌀 수매가는 일반 유기농 농가 수매가보다 1000원 이상 높은 가격을 받았다. 농부 입장에서 그 가격은 받아야 한다고 보고, 평당 1만 원까지 끌어올리는게 제 목표다.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할 텐데, 만약 고제맥주 판매가 좋다면 해당 맥주에 납품되는 품종을 재배하는 농가가 안정적인 재배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농부가 자기 품종화한 종자를 아끼면서 신나게 농사지을 수 있도록 다양한 토종벼를 심어 선택하게 할 거다. 이후 민간업체와 계약 재배를 맺으면 유통으로 인한 마진이 높지 않을 거다. 즉, 각각의 농부들이 자기 품종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 정확한 판로를 연결시켜 나가야 한다."

- 지난해 '토종' 관련 군 예산이 대다수 삭감됐는데.

"아쉬운 점을 꼽자면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기반시설 조성 비용으로 몇십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자체 지원 없이도 할 수 있다. 민간에서 움직이면 된다. 농부가, 토종쌀 농사가 괜찮다고 느끼고 민간업자와 파트너를 맺어 잘 끌어간다면 무슨 상관인가.

그런데 이제 막 시작하는 토종 교육사업 지원예산도 모두 삭감했다는 건 토종은 무조건 싫다는 것으로 보인다. 양평군이 토종종자를 재배하면서 전국적인 입지를 가져갈 수 있는 기회이다. 지난해 토종벼 농부대회, 대학생 대외활동 등 각종 토종 관련 행사를 통해 외부에서 1500여 명이 청운면을 다녀갔다. 양평군민이 아니라 쉐프나 문화활동가, 도시농부, 대학생 등 다양한 외지인들이 청운을 찾아온 거다. 청운이라는 곳, 양평이라는 곳을 그냥 자연스럽게 알리는 거다."

- 토종종자 사업의 가능성은?

"토종벼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확산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는가는 굉장히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단순히 쌀을 판매만 하기보다 문화예술과 연결 짓든 경관 농업으로 연결하든 다양한 이벤트나 행사를 통해 판을 다시 그려야 한다. 그 중심이 양평이었으면 하는 거고, 외부 사람을 끊임없이 불러들이는 요소로 작용하길 바란다.

그래서 절기마다 열리는 토종장터를 만들었으면 한다. 토종의 핵심은 잡곡과 벼인데, 청운면은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다. 농부들과 토종작물로 연결하면서 특별한 장을 만든다면 전국에서 청운면을 찾을 거고, 청운면의 랜드마크가 되면서 자급하는 청운면으로 되살아날 것이라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양평시민의소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풀뿌리 지역언론 연대체 바른지역언론연대입니다.
태그:#양평시민의소리, #토종벼, #이근이, #우보농장, #양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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