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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내가 '글쓰기'를 선택한 이유, 글을 쓰는 진짜 이유는 바로 이게?아닐까.
 그럼에도 내가 "글쓰기"를 선택한 이유, 글을 쓰는 진짜 이유는 바로 이게?아닐까.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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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오늘을 기억하려고, 마음을 전하려고, 나를 위로하려고 글을 쓴다. 하지만 기억하고 소통하고 위로하는 방법이 꼭 글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글쓰기'를 선택한 이유, 글을 쓰는 진짜 이유는 바로 이게 아닐까.

글 쓰는 게 좋아서.
글 쓰는 게 재밌어서.

글쓰기는 내 가장 오랜 취미다. 초등학교 때는 일기 쓰는 걸 좋아해 방학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개학 전날 일기까지 미리 써두기도 했고 중학교 때는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방송반 작가로 활동했다. 방과 후 활동으로 글짓기반을 선택했고, 친한 친구들과 백일장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내 첫 책은 중2 때 교내 작품전시회에 내려고 만든 '씨앗'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그 책을 만드느라 친구네 프린트기를 빌려 쓰러 간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 글이 한 장 한 장 활자화돼 나오는 걸 보는 설렘과 친구가 당장이라도 '이제 그만 써. 너무 많아' 할 것 같은 조바심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프린트기 출력 속도는 왜 그렇게 느리던지! 그렇게 만든 책은 지금도 우리 집 책장에 꽂혀있다.

누군가 수영을 좋아하듯, 누군가 낚시를 즐겨하듯,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시간이 빨리 흐르고,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나면 뿌듯하다. 내가 쓴 글이 모여 책 한 권이 되었을 때의 기쁨은 어디다 비할 수 있을까. 책 쓰는 걸 출산에 비유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책 쓰기가 아이를 낳는 것만큼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감격스러운 일이기도 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취미로서의 글쓰기는 장점이 꽤 많다.

먼저 글쓰기는 몸집이 가볍다. 글을 쓰는 데는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거창한 준비물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시간만 허락되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수영이나 골프처럼 정해진 장소에 가야만 할 수 있는 일이거나 정해진 시간에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두 아이를 키우는 지금은 내려놓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종이와 펜만 있다면, 아니, 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만으로도 가능한 취미다. 직장에 다닐 때는 점심식사 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도 누릴 수 있는 취미였다. 밤늦게 아이들을 재우고 침대에 누워서도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쓸 때는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티브이를 보는 나보다 글을 읽는 내가 더 마음에 들고, 글을 읽는 나보다 쓰는 내가 조금 더 마음에 든다. 글쓰기는 수영이나 골프처럼 꾸준히 연습해서 높은 기록을 내야만 대단하다고 평가받는 영역이 아니라, 단지 쓰겠다 마음먹고 실행에 옮긴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평가받는 영역이다. 나보다 훨씬 재능 있고 똑똑하고 한마디로 대단한 사람들이, 내가 책을 냈다는 사실 하나로 '대단하다' 평가해준다.

좋은 글을 쓰고 싶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글쓰기는 이미 즐겁다. 여느 취미들처럼 글쓰기도 어떤 보상을 바라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20대 때는 길거리 쇼핑을 즐기는 편이었는데,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며 옷을 입고 벗고 구경하는 시간이 뭘 살지 결정해 쇼핑의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보다 더 즐거웠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무얼 쓸까 고민하고 맞는 단어를 고르고 쓰고 고치는 과정이 모두 재밌다. 직업으로서의 글쓰기가 아니라서 그럴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 내 이름이 붙은 책이 세상에 나온 순간 이미 기쁘다. 팔리고 아니고는 다른 문제다. 물론 많이 팔리고 널리 읽혀서 돈도 벌면야 더 좋겠지만.

평생 취미 같은 걸 가질 여유가 없던 엄마가 퇴사를 앞두고 계시다. 늘 빼곡하게 채워져 있던 시간이 텅 비게 될 걸 걱정하는 엄마에게, 글쓰기를 권하고 있다. 재작년에는 가볍게 쓰기 좋은 노트도 한 권 사드렸다. 엄마는 자꾸 '내 주제에 무슨 글을 쓰냐' 말씀하신다. 엄마야말로 글로 쓸 주제가 넘쳐나는 인생인데.

아직 엄마의 노트는 비어있지만, 퇴사 후에는 더 본격적으로 권해볼 생각이다. 엄마가 대충이라도 써주시면 같이 다듬어서 책으로 만들어드리고 싶다. 평범한 일도 글로 쓰이면 특별해진다. 엄마 삶이 '내 주제에~'라고 폄하할 만큼 별 볼 일 없지 않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이렇듯 글쓰기는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을 만큼 나를 행복하게 하는 취미. 우리 남편이 침대에 누워 웹툰을 볼 때, 내 친구가 월급을 털어 식물을 살 때, 회사 선배가 점심도 굶고 골프를 배우러 갈 때, 나는 글을 쓰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함께 게재됩니다.(https://brunch.co.kr/@no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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