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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고렌카에서 영토방위대원인 한 시민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집 뒷마당에서 얼굴을 닦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고렌카에서 영토방위대원인 한 시민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집 뒷마당에서 얼굴을 닦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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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대통령선거의 열기로 나라의 대소사를 잊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난 러시아의 우크크라이나 침공은 대선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관심을 돌리게 한다. 더군다나 전세계가 코로나19로 한창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전쟁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인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이 한창인 가운데 러시아가 코로나 이후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에 관한 여러 가지 답안 중의 한 가지 답안을 분명하게 제시한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며칠 전인 2022년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동안 국내 한 대학에서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관해 환경적 관점에서의 국제 학술 대회가 있었다.

한 대학의 한 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치고는 꽤 큰 규모였다. 주최 측에 의하면 전 세계 6개 대륙 30개국에서 총 176명의 학자, 법률가, 정부 및 NGO 관계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다빗 초케우안카 세스페데스(David Choquehuanca Céspedes) 볼리비아 부통령, 반기문 전 UN총장, 강금실 전 장관과 유엔 '하모니 위드 네이처(Harmoy with Nature)' 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인 마리아 메르세데스 산체스(María Mercedes Sánchez), 세계적으로 명망있는 포르투갈 출신의 석학 보아벤투라 드 소우자 산투스(Boaventura De Sousa Santos) 등이 기조연설자로 참여했으니까 말이다.

이들이 한 마음으로 모인 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 코로나로 대변되는 환경문제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마지막 기조 연설자로 나선 보아벤투라 드 소우자 산투스의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인류가 대처할 수 있는 세 가지 시나리오는 비단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인류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가는가에 관한 평범한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 것이다.

첫째, 코로나, 기후 변화 등의 위기에도 원래 우리가 살던 방식 그대로 사는 것. 둘째, 우리가 살던 방식에 친환경적인 정책을 일부 도입하는 것. 셋째 인류뿐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생명체 및 지구 자체와 공존하기 위해 인류의 가치관을 바꾸는 것.

여기서 보아벤투라 드 소우자 산투스가 얘기하는 원래 살던 방식은 무한 발전주의, 자연을 고려하지 않는 인간 중심주의, 경제적 이익만 생각하는 근대적 가치관을 말한다.
  
   외대 중남미연구소 주최 제2회 국제학술대회<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안 세계관, 지구법학과 라틴아메리카 자연권>의 마지막 기조연설자 보아벤투라 드 소우자 산투스 사진 출처: 상기 학술대회 포스터
  외대 중남미연구소 주최 제2회 국제학술대회<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안 세계관, 지구법학과 라틴아메리카 자연권>의 마지막 기조연설자 보아벤투라 드 소우자 산투스 사진 출처: 상기 학술대회 포스터
ⓒ 박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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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벤투라 드 소우자 산투스의 관점에서 두명의 유력 대선후보들을 지켜보면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양자 모두 발전주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친환경정책도 유지하겠다는 두 번째 시나리오를 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절충주의적 입장은 우리 대부분의 국민의 선택이라 할 수 있고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러시아 지역학 전문가가 아니라 푸틴 대통령이 친환경론자인지 발전론자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자국의 경제적 이득 및 안보 강화 내지 지역 패권을 노리는 침략행위가 보아벤투라 드 소우자 산투스가 제기한 세 가지 시나리오 중 첫 번째 시나리오에 속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동식물이나 자연의 권리를 존중할 가능성은 많지 않으며, 20세기 이후 그릇된 민족주의내지 국가이기주의, 집단주의가 발전과 번영이라는 이름으로 인류의 공존을 위협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대개 이런 집단주의는 말로는 한 국가와 민족, 한 집단의 번영을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 인류 전체는 물론 해당 집단에도 해를 끼치는 경우기 많았다. '일단 우리만 잘살고 보자'는 근대국가 국민들에게 언제나 매혹적인 구호였다. 그러나 집단이기주의는 확장된 개인 이기주의에 불과하고 개인 간은 물론 집단 간에도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심리란 묘해서 재난의 와중에도 한 사람이 이타적인 행위를 하면 전파돼 같은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안정시키고 같은 상황에서도 한 사람이 대놓고 나만 살겠다고 하면 그 심리는 순식간에 주변에 전파된다. 이런 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비단 정치, 경제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인류가 나아갈 방향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새로운 국제 공조의 필요성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연재난이 만연하면 이는 결국 전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역사적 전례를 살펴보면 코로나 발생 이후에도 인류는 비교적 잘 버텨온 셈이다.

더군다나 전세계 환경론자들은 코로나가 오히려 인류가 국가정책이나 국제질서를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회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섰던 강금실 전 장관은 환경보호의 측면에서 조심스럽게 '세계정부의 필요성' 내지는 적어도 '국제 공조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상기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하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 사진 출처: 필자
  상기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하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 사진 출처: 필자
ⓒ 박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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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UN이 지난 70여 년간 무력했던 것은 단지 환경 분야뿐만이 아니다. 국제 정치 분야에서 UN의 무력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UN의 이 분야에서의 역할이란 규탄 성명을 내는 것뿐이었고, 사실 안전보장 상임이사국의 몇몇 국가들이 바로 국제질서를 어지럽히는 당사국들이기도 했다.

코로나로 우리가 깨달은 것은 우리가 공존하고 공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강금실 전 장관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국제 공조를 강조했다. 비단 환경문제 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 경제면에서 바로 선 국제법과 그 강행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세계정부의 수립은 아니더라도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보다 안정되고 공정한 국제질서 수립은 단순한 이상이라기보다는 절실한 현실이다.

그러나 그 실현은 약소국인 쥐들이 강대국인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는냐는 문제로 여지껏 귀결됐다. <삼국유사>에는 "여러 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라는 경구가 있다. 현대 산업문명의 최대의 특징은 인터넷이든 비행기이든 빠른 흐름으로 국경을 넘어 무언가를 전파시킨다는 것이다. 푸틴의 선공은 일단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뒷감당은 녹녹치 않을 것이다. 새로운 국제 공조에 관해서는 다음에 논하기로 한다.

덧붙이는 글 | 한국법률경제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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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립대 중남미 지역학 박사학위 소지자로 상기 대학 스페인어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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