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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결(활동명 또바기) 활동가가 기후대선 피켓팅을 하고 있다.
 이한결(활동명 또바기) 활동가가 기후대선 피켓팅을 하고 있다.
ⓒ 이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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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지구적 기후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광주에도 기후위기에 맞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청소년, 청년들의 그룹이 생겨나고 있다.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아래 삶디)에는 기후위기 행동 모임 1.5°C(일점오도씨)가 있다.

삶디는 광주광역시가 지원하고, 전남대학교와 광주YMCA가 하자센터와 협력하여 운영하고 있는 시립 청소년 특화 시설이다. 3일 청소년 기후위기 행동 모임 일점오도씨의 이한결(활동명 또바기)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바기는 순우리말로 한결같다는 뜻이다. 아래는 또바기와의 일문일답.

- 기후위기 관련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저는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환경 감수성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런데 2019년에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전에는 지구온난화나 기후변화 같은 단어들이 쓰였는데, 위기라는 명칭을 들으니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러다가 운 좋게 기후위기에 대한 강의를 들었어요. 강의를 듣고 한동안 기후 우울증에 빠졌던 거 같아요. 이 사회에 꼭 필요한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왔다는 무기력함에 빠졌어요. 지금이 너무 위기라서, 아무리 노력해도 안될 것 같다는 생각들이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쳤어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제가 삶디에서 일하고 있었는데요. 우선 기후위기를 주제로 특강을 열었어요. 많은 분들이 강의를 들어주셨는데, 특히 청소년분들이 많이 오셨어요.

강의가 끝나고 그분들께 일일이 연락을 해서 모임을 가졌어요. 모임에 참여했던 7명 중 4명이 굉장히 우울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화가 난다고 말해주었어요. 그래서 마냥 우울하게 내버려 두지 않기 위해서,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공부하기 위해서 일점오도씨를 만들게 되었어요."

"결국 생활 양식이 많이 변해야 할 것"
 
기후위기 행동 모임 1.5°C 활동가들이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기후위기 행동 모임 1.5°C 활동가들이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 이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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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C(일점오도씨)는 무슨 뜻인가요?
"저희가 넘지 말아야 할 임계점이에요. 지구 평균 온도가 1.5°C 상승하면 이산화탄소 흡수 등의 역할을 하는 지구의 자가 회복력이 크게 손상되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돼요. 생태계가 단계적으로 무너지는 거예요. 이 임계점을 지키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비행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나 육식, 축산업에서 비롯되는 탄소 배출 문제가 크다고 생각해요. 결국 생활 양식이 많이 변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1.5°C도 평등하지 못한 임계점이에요. 지금도 기후위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터전을 잃고, 일자리를 잃고, 식량난,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어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재앙들의 원인인데, 그 직격탄을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에서 먼저 맞고 있어요. 해수면 상승으로 난민이 발생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같은 곳들이 그래요. 이 문제도 인권이나 불평등의 관점에서 굉장히 주의 깊게 다루어져야 할 거 같아요."

- 1.5°C(일점오도씨)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처음에는 수다를 떨었어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주의 깊게 들어주지 않고 되레 좋지 않은 이야기가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타박을 하거나 눈치를 주는 식으로요. 그래서 처음에는 사회에서 외면받았던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그렇게 마음을 회복하니까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모였어요. 이 문제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창의적인 액션이나 퍼포먼스를 진행해 보고 싶어졌어요.

저는 모임을 처음 만들 때, 마음의 여유만큼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조금이라도 바쁘고 부담스러우면 참여를 쉬다가 여유있을 때 참여하는 식으로 하고 있어요. 어떻게 활동할지 의논해 보고, 감사하게 여길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서로 깊은 유대 관계를 쌓게 되었던 거 같아요. 단순 행동 모임을 넘어 서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관계가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뻐요."

"크든 작든 한결같이 행동하는 사람이고 싶어"
 
광주 청소년 기후위기 교류모임 활동가들이 '기후제'를 진행하고 있다.
 광주 청소년 기후위기 교류모임 활동가들이 "기후제"를 진행하고 있다.
ⓒ 이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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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희가 했던 여러 액션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기후제'였는데요. 9월 25일은 세계 기후정의를 위한 행동의 날이에요. 세계적으로 이 날은 청소년 기후행동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요.

2021년에 일점오도씨를 중심으로 6개 청소년 단체가 모여서 광주 청소년 기후위기 교류모임(아래 광청기교)을 꾸렸어요. 광청기교에서 9월 25일을 맞아 액션을 진행하기로 했는데요. 하필 이때가 추석이 끝나는 주여서 추석 특집으로 제사를 지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비건식으로 상을 차려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로 한 거예요.

그러다가 아예 제사상이 있는 연극제를 꾸리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기후 연극제를 열었어요. 멸종위기에 처한 음식들이 제사상에 올라가서 각자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식이었어요. 염소, 고사리, 물살이, 나물들, 과일들, 다 사연이 있었어요. 그렇게 제사를 치르는 과정을 연극으로 연출했는데, 예컨대 제사상에 오른 어떤 동물이 내가 왜 멸종위기에 처했는지 이야기했어요. 이때의 기억이 되게 인상깊어요."

- 광주 기후위기 금요행동에도 참여하셨다고 들었어요.
"2019년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광주시청, 동구청, 광산구청, 민주당 광주시당사 등지에서 피켓팅을 했어요. 초창기부터 참여했는데, 광주 기후위기 비상행동이라는 단체가 있고 거기에 저희 일점오도씨도 함께하고 있어요. 광주시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함께 실천해줄 것을 촉구하기 위한 행동이에요."

- 1.5°C(일점오도씨)에서 앞으로 하고 싶으신 활동이 있다면요?
"저희 모임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공부, 행동에서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문제들까지 생각하고 성찰하는 점인 거 같아요. 저희는 항상 고마움에서 생각을 시작하려고 노력해요.

자연이 있어 우리가 있어요. 우리는 이미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어요. 이 감사한 마음을 시작으로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요. 그래서 지식만을 위한 공부를 넘어서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책이나 영상을 함께 보는 등의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늘 성찰하는, 깨어있는 사람으로서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문제들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요. 예민한 감각을 계속 가지고 있고 싶고, 행동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크든 작든 한결같이 행동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태그:#기후위기 행동 모임 일점오도씨,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기후위기, #광주 금요행동, #1.5°C(일점오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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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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