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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준비생(이하 공시생) 오모(25)씨는 얼마 전부터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본격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 국가직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오씨는 스터디 카페와 집을 오가며 매일 8시간 이상을 공부하고 있다. 대학생이자 공시생인 김모(22)씨는 대학에 다니면서 공무원 시험을 위해 인터넷 강의로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 21일 잡코리아가 대학생 11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공무원 시험 준비 현황' 설문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3명은 올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설문 중 올해 공무원 시험을 볼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중 29.6%가 '현재 공무원 시험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고 단 26.1%만 공무원 시험을 볼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즉, 대학생 10명 중 7명(73.9%)이 공무원 시험을 볼 계획이거나 시험을 볼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1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코로나19, 비대면 산업 동향과 대학생 취업인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 6006명 중 1764명(29.4%)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공무원의 가장 큰 장점, 고용안정성 보장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공무원을 왜 선호할까. 잡코리아 설문에 답한 대학생 중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의견이 응답률 67.0%로 가장 많았고 '코로나19 발생 이후 채용 경기 침체로 취업하기 더 힘들어서'(51.5%)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40.5%) '공무원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해서'(33.7%) 등의 의견이 뒤를 이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보고서에서도 공시생의 시험 응시 이유로 '고용 안정성 보장'이라는 응답이 27.2%로 가장 높았으며, '급여 안정성 및 복리후생(24.6%)', '퇴직 후 공무원연금제도(17.3%)', '공무원으로서 적성과 소질, 소명의식(10.5%)'이 뒤를 이었다. 취준생들은 공무원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로 60세 법정 정년퇴직으로 보장되는 공무원의 안정성을 꼽은 것이다.

강원대학교 행정학과 임의영 교수는 청년들이 고용 안정성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가 경제위기 이후 고용 구조가 많이 변했다"며 "비정규직 비율이 커지고 고용 인원을 줄이는 추세이기 때문에 고용 안정성에 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이자 공시생인 김씨는 "청년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내 능력으로 이룰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을 고르다 보니 공무원이란 직업을 원하게 됐다"고 전했다.

4년제 대학교 행정학과에 진학한 김모(21)씨는 "대학 진학 당시 적성에 맞는 학과를 찾지 못했고 흔히 '철밥통'이라 부르는 안정적인 직장을 원했기에 행정학과에 오게 됐다"라며 "수업에 흥미를 느낄 순 없었지만 미래의 공무원이 되기 위해 전공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직업으로 공무원이 계속 언급되는 이유도 있다. 공무원과 달리 다른 기업체는 취직할 경우 법정 정년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공무원들은 국가·지방공무원법이 정하는 60세의 법정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이 아닌 일반 직장인들의 체감 정년은 50세를 조금 웃돈다. 기업들이 중장년 인력의 생산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중장년 인력관리에 대한 기업실태'에 따르면 젊은 세대 직원과 비교해 중장년 인력의 업무 능력이나 생산성이 어느 정도인지 묻는 설문에 많은 기업이 '비슷하다'(56.3%)라고 응답했고, '낮다'(25.3%)라는 응답이 바로 뒤를 이었다. '높다'는 응답은 18.4%에 그쳤다. 중장년 인력들은 장기간 근무로 인해 높은 인건비를 받음에도 생산성은 젊은 신입사원들과 비슷해 중장년 인력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느끼는 실제 정년 시기는 50세 전후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직장인 5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인 체감하는 정년퇴직 시기'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평균 정년퇴직 연령은 51.7세로 조사됐다.
 
늘어나는 공무원 선호 경향과 선발인원


공무원 준비 붐이 꾸준히 이어짐과 동시에 선발인원도 늘어나고 있다. 9급 국가직 접수 인원이 2021년 17만 1071명으로 작년도인 2020년에 비해 1만 241명 늘었다. 특히, 이런 공무원 선호 경향은 인문·사회 계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이공계열보다 인문·사회 계열이 민간기업 취업에 취약한 한국사회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0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 결과에 따르면 취업률이 가장 높은 의약계열(82.1%)과 공학 계열(67.7%)에 반해 인문계열(53.5%)과 사회계열(60.9%)은 비교적 떨어지는 취업률을 보였다.

임의영 교수는 "행정학과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면담해 보면 거의 100%가 공무원이 되겠다고 한다. 사실 행정학을 전공하면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은데, 다른 분야에 관해서는 관심조차 주지 않는 경향이 강한 것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공무원 선호경향과 동시에 선발인원도 늘어나 경쟁률은 되려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2021년도 선발인원은 지난해 4985명 보다 677명 늘어나 2020년 37.2:1, 2021년엔 35.0:1로 줄었다.

공시생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현직 공무원들도 공무원의 안정성과 장래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2017~2020년 동안 한국행정연구원이 현직 공무원 43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직실태조사'에 따르면 공직에 안정성과 공직에 장래성에 만족하냐는 질문에서는 50%가 넘는 응답자들이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공무원을 희망하고 있음에도 현직 공무원들이 체감하는 사회적 인식은 낮았다. '공무원은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질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 또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공무원은 무려 32%였다.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26%로 약 6%p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직업에 있어서 평판보다는 고용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게 된 현실이다. 이에 대해 임의영 교수는 "새로운 고용시장이 어떻게 형성될지 아직은 알 수 없으며, 아마도 한동안은 대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공무원이 고용안정 때문에 좋다는 것보다는 공익을 위해 일한 보람을 느끼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장점을 생각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공무원, #공시생, #공시생 통계, #공무원 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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