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동치미'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직업층의 패널분들이 나와 그 주의 주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동치미' 애청자는 아닙니다. 채널을 돌리며 한번씩 봤던 정도였습니다. 지나치며 봤지만 프로그램의 주제가 흥미로웠습니다. <인생, 그래도 좋다 좋아>는 이 프로그램의 PD님께서 쓰신 책입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동치미' PD분이 쓰셨다는 것을 모르고 목차와 내용만 보고 선택해서 읽었습니다. 읽다 보니 이 책이 MBN 동치미 멘토들의 이야기를 정혜은 PD께서 엮으신 책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종편 방송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진 않았지만 이 책은 좋았습니다. 정혜은 PD의 진심이 읽혔고 출연진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공감되었기 때문입니다.
 
첫 방송날이 생생하다.
2012년 가을이었다. 잠 못 드는 밤이었다. 내일 시청률이 기대만큼 나올지 기대보다 못 나올지, 기대 이상을 해줄지 기대를 무참히 저버리지는 않을지, 왜 그렇게 떨렸는지 모르겠다. (입봉 프로그램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다음 날 새벽 6시 반에서 7시 사이, 시청률을 확인하고 안도와 기쁨이 교차했던 기억이 난다. 바야흐로 10년 전은 종편 초창기라고 할 수 있는 시절이었고, 첫 방송이 1% 중반만 나와도 성공이었다. 우리의 첫 방송은 2%를 살포시 넘었고 10회 만에 4%도 가뿐히 넘으며 승승장구했다. (들어가는 말 중)

글쓴이 정혜은 PD는 MBN이 첫 직장이라고 합니다. 몇 번 취업의 고배를 마신 뒤에 합격하여 물불 가리지 않고 첫 직장에서 혼을 불살랐다고 합니다. 그러니 '동치미'라는 프로그램에 얼마나 정성을 쏟았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 분 한 분 패널을 모시기 위해 부러진 다리로 목발짚고 섭외하러 간 사연, 오랜 시간 패널 하셨다고 그만둔 분 만나며 가슴 찡했던 사연, 생각지도 못했는데 패널분이 가방 사준 사연 등 책을 읽으며 '동치미'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보다 '동치미'를 통한 작가의 성장이 더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동치미'에 출연하신 분들은 나름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고 존경을 받는 분입니다. 그 분들이 자신들의 전공분야가 아닌 '인생'이라는 주제로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정혜은/매일경제신문사/2021.9.28/15,800
▲ 책표지 정혜은/매일경제신문사/2021.9.28/15,800
ⓒ 김용만

관련사진보기

 
이 책은 '가족', '결혼', '돈', '부부', '인생', 5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방송에서 다뤘던 내용이지만 그 뒷이야기와 해당 주제로 방송을 진행하며 작가님이 느꼈던 것들을 적절히 섞어 소개합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고부 사이에 낀 남편, 미안한 부모, 후회하는 자식, 그렇게 부모를 이해해간다. 결혼해서 잃은 것과 얻은 것, 아내 찐하게 고맙다. 아내도 남편도 자신만의 돈이 필요하다. 나에게 맞는 제테크 방법, 공감을 원하는 아내 해답을 제시하는 남편, 당신이 갱년기를 알아? 바람 피우고 싶어? 나이 상대적이고도 절대적인 것, 인생 끝까지 살아보세요.

책의 5가지 파트 속 작은 제목들입니다. 이 내용을 읽고 호기심이 안 드는 게 이상할 정도로 현실적인 주제들입니다. 한 장, 한 장을 읽어가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제가 34살 때 우리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그때 연극을 하고 있었는데, 엄마 때문에 울다가 연극 시간이 되면 가서 무대 위에서 막 웃고, 또 공연 끝나면 가서 울고,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어요. 그렇게 장례를 다 치르고 집에 갔더니 정말 나한테 냉랭하셨던 시어머니가, 또 별로 우리 친정엄마를 좋아하지도 않았던 분이셨는데, 나를 너무 따뜻하게 껴안아 주시는 데 그때 '이분이 우리 엄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쌓였던 모든 게 다 풀어졌던 것 같아요. 안고 토닥이면서 '그래 엄마는 여기 있다.'하시더라고요. 그 때 우리 시어머니의 마음이 확 느껴지면서 진심으로 감사하더라고요.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별게 아니에요. 좋은 것 사주고 명품백 사주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순간순간 작은 계기로 감동하고 그러는 거예요. (본문 중)

부부싸움을 하는 세 가지 목적이 있어요. 첫 번째, 분풀이에요. 충분히 분이 풀릴 때까지 싸워야 해요. 두 번째는 통제욕구예요. 싸움으로써 상대를 제압하고 싶은 욕구가 있거든요. 그래서 내가 충분히 분이 풀렸거나 싸움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생각되면 화해를 해야 하는 데 그게 충족이 안 됐는데 넘어가면 쌓여요. 마지막 세 번째가 상대의 행동변화예요. 내가 상대와 싸운 이유가 '상대가 술을 그만 먹게 하고 싶다'는 상대의 행동변화가 목적이라면 충분히 술을 안 먹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 용서해주면 안 되는 거거든요. 싸울 때는 항상 내가 부부싸움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인지 분풀이인지 상대의 행동변화를 보고 싶은 건지 명확히 하세요. (본문 중)

누구나 고민해봤을 만한 주제로 여러 패널들이 나눈 대화 중 작가가 인상적이었던 순간을 소개하고 그 일이 본인의 삶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담백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젊은 분부터 연세가 많으신 분들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토론하기도, 설득하기도, 싸우기도 했던 내용입니다.

하지만 패널들은 상대를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하나같이 '정PD가 특별했다. '동치미' 덕분에 내 인생이 바꿨다. 방송 덕분에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라고 표현하셨습니다. 방송을 위해 시작했지만 결국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저도 한 파트씩 읽으며 미소가 지어졌고 공감했습니다. 특히 '갱년기' 부분을 읽을 땐 더 집중했습니다. 심각하게 생각지 못했던 부분인데 갱년기를 겪으신 분들의 경험담을 읽으며 '우와, 갱년기가 이런 거였어? 내가 너무 무관심했구나. 사춘기 뿐 아니라 갱년기도 과정을 이해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족부터 인생까지, 어른이 되고 나서의 인생에 대해 남녀의 입장, 세대의 입장에 대해 분명하게 핵심적으로 짚었습니다.

쉽게 읽히는 책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인생에 대해 논하는 많은 책 속에서 빛나는 책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자의 솔직함과 순수함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정혜은 작가님은 본인의 방송을 위해 일했지만 그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삶을 접했습니다.

작가님에게 '동치미'는 직장의 일거리가 아니라 가족 이상의 멘토를 만난 특별한 만남입니다. 우리가 사는 삶에 대해, 다르지만 공감되는 이야기, <인생, 그래도 좋다. 좋아>를 읽으며 느끼실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씩 고민하지만 시원한 답을 못 찾는 분들게 권합니다. 이 책은 더운 여름철, 갈증을 씻어주는 시원한 동치미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와 실천교육교사모임에 게재합니다.


인생, 그래도 좋다 좋아

정혜은 (지은이), 매일경제신문사(2021)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