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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이화여대 명예 석좌교수가 26일 암 투병 끝에 생을 달리했다. 향년 88세.

그는 1956년 23살(서울대 국문학과 재학 중)에 평론 '우상의 파괴'가 당선돼 비평가로 등단한 이후 인문학 전반을 아우는 필력을 발휘하면서 한국 대표 석학이자 우리 시대 뛰어난 지성으로 불렸다.

특히 노태우 대통령 때 신설된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을 역임했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고인은 문학과 역사, 철학 등 달통한 지식과 식견 등으로 60여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특히 한번 말을 시작하면 쉼 없이 쏟아내는 달변에, 우스개도 잘하면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은 이 시대의 가객이기도 했다.

지역방송 인터뷰서 '화엄'에 대한 탁견 피력
 
안동 MBC 특집 다큐멘터리 <화엄>에 출연한 고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 석좌교수. 사진은 방송 화면 갈무리
 안동 MBC 특집 다큐멘터리 <화엄>에 출연한 고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 석좌교수. 사진은 방송 화면 갈무리
ⓒ 안동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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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전 장관은 지난해(2021년) 연말 방송된 안동 MBC 특집 다큐멘터리 <화엄>임유주 연출)에 출연해 그의 달변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암 투병 중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방송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서울 자택 근처 카페까지 나와 신라 거유(巨儒) '최치원(崔致遠)'과 '화엄(華嚴)'에 대한 탁견을 여러 시간 동안 피력했다.

안동 MBC 특집 다큐멘터리 <화엄>은 2부작으로, 1500년 전 신라 시대, 중국 당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한류를 이끈 불교 '의상대사', 유교 '최치원', 도교 '김가기 선생'을 재조명한 프로그램이다.

당나라 유학파 출신인 그들은 '화엄'이란 화두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는 한중일 3개국 현재 취재를 통해 고대 동아시아의 문화 지형도를 바꾼 위대한 철학자 3인 방의 행적과 철학을 재해석하고, 화엄 정신과 유불선 삼교회통(三敎會通)의 현대적 가치를 묻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프로그램에서 이어령 전 장관은 "한 사람의 움직임은 내가 움직이는 것 같지만 전부 연동돼서 움직이니까, 불교의 연기설이 하는 것이 이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전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개체 속에 전체가 있고, 전체 속에 개체가 있어서 맞물려 돌아간다. 그런 세계를 화엄이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마디로 융합이다. 개체와 전체가 대립하는, (예를 들면) 밤낮이라든가, 또는 선악이라든가, 모든 대립하는 것들이 따로 개체가 있고, 전체가 있는 즉 하나가 움직이면 전체의 것이 연동돼서 움직인다"라며 화엄에 대한 그의 철학을 역설했다.

그는 특히 신라 거유 최치원 선생에 대해 "유교로 시작해 불교로 가셔서, 유교를 발전시키고 불교와 습합(習合)한 뒤, 마지막에 불교와 도교(道敎)를 습합했다. 그 순간 최치원 선생은 이 세상하고 끊어지는데, 곧 우화등선(羽化登仙) 신선이 됐다"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안동 MBC 다큐멘터리 '화엄' 인터뷰 후 기념 사진. 앞 : 고 이어령 전 장관, 최병주 세계금선학회장 / 뒤 : 임유주 다큐멘터리 연출자
 안동 MBC 다큐멘터리 "화엄" 인터뷰 후 기념 사진. 앞 : 고 이어령 전 장관, 최병주 세계금선학회장 / 뒤 : 임유주 다큐멘터리 연출자
ⓒ 임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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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전 장관은 중앙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쫓아갔다. 지방과 중앙방송사도 구분하지 않았다. 그는 카메라가 돌아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열정을 쏟았다.

고인은 지난해 한국 문학 발전에 헌신한 공로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는 말년에 기독교에 귀의했다지만 하늘에 올라 최치원 선생처럼 '유·불·선'이 공존하는 신선이 됐을지 모르겠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안동MBC 다큐멘터리 <화엄> 보기]
▶1부 https://youtu.be/sYg5-FbVKq8
▶2부 https://youtu.be/C3ahZb2Rw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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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사는 善山人. 待人春風 持己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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