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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83호 반가사유상 ⓒ 오창환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이 그렇게 멋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그래서 오늘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한다. 이촌역에서 내려 박물관으로 가는 길은 편리하고 편안하다. 지하에서 올라와서 걸어가면  국립중앙박물관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입장료는 무료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부처님을 한 분도 아니고 두 분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니 좀 설레긴 하다. 박물관에 들어서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사유의 방'이 나온다. 통로를 거쳐 사유의 방에 들어선다.

방에 들어가면 마치 연극 배우가 무대에서 있듯이 두 분 부처님이 사유에 잠겨 있다. 빛과 소리가 모두 이 무대에 집중되어 있다. 국보 78호와 83인 두 반가사유상은 제작 연도도 50여년 차이고 형태도 비슷해서 원래 교차 전시를 한다. 그런데 이번 특별전에서는 두 분 부처님을 동시에 전시하고 게다가 유리관도 없이 직접 볼 수 있다. (만지면 안 되지만)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다. 
 
사유의 방 입구 ⓒ 오창환
 
중앙박물관에 수없이 많은 유물이 있지만 반가사유상이 가장 인기 있는 작품에 속한다. 루브르 박물관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유물이 있지만 사람들은 그 박물관을 모나리자로 기억한다. 이번 전시는 한시적인 특별전이지만, 상설 전시로 상당 기간 이렇게 전시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불상은 결가부좌 상태로 명상을 하고 있다. 해탈한 부처상이다. 그런데 반가사유상은 반만 가부좌를 한 상태로 명상이 아니라 사유를 하고 있다. 어찌 보면 해탈한 부처가 아니라 부처가 되는 과정에 있다. 예술에서 완전 균형 상태는 재미가 없다. 경계에 서 있어야 갈등이 생기고, 거기서 예술이 탄생한다. 반가사유상이 매력적이고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런 점 때문이 아닐까. 

두 분 부처님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생각해 본다. 1400여 년 전, 이 불상을 거푸집에서 빼낼 때 이 작품을 만든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박물관 내 다른 전시관에서는 서서라도 스케치를 하겠는데 여기는 너무 어둡고 사람이 많다. 사진을 찍어서 돌아왔다. 집에서 찍어온 사진을 보면서 그림을 그려야 할지 아니면 사람 없을 때 한번 더 가서 그려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손에 펜이 들려있다.

수채로는 사유의 방 분위기를 그려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다른 재료(media)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사쿠라에서 나온 메탈릭 페인트 <마카 팬터치> 골드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이 펜에는 불투명 안료가 들어있고 칠하면 금색으로 반짝거린다. 금동 불상을 그리기는 최적이다.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금색 펜으로 채색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잉크 위에 다른 미술 재료가 올라가질 않는다. 수채 물감, 마카, 색연필 모두 이 잉크 위에서는 둥둥 떠 있어서 손으로 문지르면 바로 지워진다. 또 다른 색의 페인트 마카로 칠하면 되겠지만 불상의 은은한 분위기를 낼 수 없다. 그런데 연필이 이 물감 위에 잘 발라지는 거 아닌가! 그래서 연필로 불상을 마무리하고 주변도 간단하게 연필로 마무리했다.
 
두분 부처님이 무대에 있는 듯하다 ⓒ 오창환
 
어반스케쳐스 선언문 5번째는 다음과 같다.

5. 우리는 어떤 재료(media)라도 사용하며 각자의 스타일을 소중히 여긴다.

어반스케쳐들은 수채 물감을 가장 즐겨 사용한다. 수채화는 색표현이 자유롭고 휴대하기도 비교적 편해서 많이들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매체를 사용하는 스케쳐도 많다. 각자 자신의 스타일과 개성대로 그리는 것이다.

어반스케치 모임에 가면 펜만 가지고 스케치하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 펜 하나에 스케치북 하나면 언제 어디서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표현의 질이나 깊이에도 문제가 없다. 

색연필이나 마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색연필은 특유의 따뜻한 질감이 있다. 마카나 사인펜 등 수성 펜을 사용해서 스케치 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이 모든 재료를 같이 써도 된다.

같은 재료를 써도 그림 그리는 사람에 따라서 여러 가지 스타일이 나오고, 재료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 다양성이 어반스케치의 즐거움이고, 우리는 서로 다른 스타일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긴다.

반가사유상 그림은 집에서 사진을 보고 그렸으니 어반스케치는 아니다. 그래도 그림을 그리러 가서 실물을 보고 왔으니 마음이 동해서 그림을 그린 것 같다.

언제 날씨가 따뜻해지면 국립중앙박물관에 한 번 더 가야겠다. 입구의 대나무 숲도 그릴만 하고 비석이 모여 있는 모습도 좋다. 호수와 정자도 있다. 건물 사이의 넓은 계단을 올라가면 보이는 남산의 뷰도 좋다. 그리고 그날은 작은 스케치북을 하나 가져가서 도자기 전시장에서 눈여겨봤던 철화 문양 백자를 그려야겠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태그:#사유의방,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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