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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풀을 끓여 머리를 감은 지 6년 차다. 노푸족(노 샴푸를 줄인 말로, 샴푸 없이 물로만 머리를 감는 것을 말함)이 되는 것은 실패했고, 그 대안으로 밀가루풀을 끓여 머리를 감는 '밀푸(?)족'이 되었다. 탈모 고민이 늘어나는 시대, 혹시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험담을 나누고자 한다.

한 번 끓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을 수 있는 올인원 세정제, 밀가루풀. 이틀에 한 번꼴로 머리를 감는 편이니 밀가루풀만 약 1000번 정도 끓였나 보다. 물론 어쩌다 여행을 가거나 하면 잠깐씩 샴푸를 쓰긴 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하다
▲ 머리 감을 때 머리카락이 점점 더 많이 빠진다 나이가 들수록 더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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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을 시도하게 된 이유는 머리숱이 줄어드는 것을 확연하게 느끼면서였다. '이제 나도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지는 나이가 되었단 말인가?' 머리 감은 물을 따라 뱅뱅 돌고 있는 머리카락을 보면서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물로만 감는 '노푸'를 시도해 보자고 야심 차게 마음먹었지만, 보름을 넘기지 못하고 샴푸를 다시 찾았다. 두피가 지성이라 머리에 포마드 바른 듯 진득거리는 것도, 가려운 것도, 냄새도 모두 참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계면활성제가 없어도 기름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열심히 검색에 들어갔고 그때 눈에 띈 것이 바로 '밀가루풀'이었다. 그러고 보니 삼겹살을 구워 먹고 밀가루를 이용해 기름기를 닦아냈던 일이 생각나면서 왠지 효과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밀가루풀로 머리를 감는다고 하니 사람들은 어떤지 궁금해했다. 거품이 안 나는 것이 생소하고 피부가 뽀드득거리는 느낌 없이 마무리(?)하고 나오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생각보다 괜찮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도 밀가루풀을 사용하기 시작한 초반에는 매일 엄마 코 밑에 정수리를 갖다 대고 "냄새 안나?" 물으며 정말 괜찮은지 확인하는 날들을 보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가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넘어가면서 거품이 안 나는 머리 감기에 적응했다. 그즈음 "이상하네, 예전보다 머리에서 나던 냄새가 훨씬 덜 하네"라는 긍정적인 말에 더는 엄마 코에 정수리를 갖다 대지 않았다. 

밀가루풀을 추천하면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에 언제 밀가루풀을 끓여서 머리를 감겠냐는 말을 듣는다. 습관이 되면 별로 불편하지 않지만, 매번 끓이는 것이 부담된다면 한 번에 많이 끓여서 냉장고에 뒀다가 필요할 때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단, 심한 지성 두피라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피부과 의사의 말도 있으니 자신의 두피 상태에 따라 선택하면 좋겠다. 또 헹구면서 물을 충분히 흘려보내 밀가루풀이 하수구에 남지 않게 해주는 게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점이 더 많은 밀가루풀. 특히 욕조 배수구를 막던 머리카락의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보면 원래 기대했던 목표가 이루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게다가 샴푸나 린스에 들어있는 미세플라스틱을 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샴푸를 쓰지 않으니 플라스틱 통을 버리는 일도 줄어든다.

잘 알려져 있듯이 샴푸의 계면활성제는 피부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분마저 없애기 때문에 두피는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기 위해 더 많은 기름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한여름 출근길 만원 버스 안에서 코로 훅 들어오던 불쾌한 냄새는 피지 분비가 과해지면서 생기는 것이다.

반면 씻고 나도 뽀드득 거리지 않는 밀가루풀은 적당히 기름기를 없애준다. 샴푸로 제거된 유분보다 더 많은 양을 뿜어내는 악순환을 끊어냈기 때문에 쉰내도 덜 난다. 덕분에 수건에서 나던 냄새도 줄어 빨래 삶는 수고도 덜 수 있었다.
 
열전도율이 좋은 양은냄비에 끓이는 밀가루풀. 끓인 뒤 샴푸 정도의 묽기면 쓰기에 적당하다.
▲ 밀가루풀 끓이기 열전도율이 좋은 양은냄비에 끓이는 밀가루풀. 끓인 뒤 샴푸 정도의 묽기면 쓰기에 적당하다.
ⓒ 박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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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궁금증이 하나 생길 수 있다. '간편하게 밀가루를 물에만 풀어 쓰면 안 될까? 꼭 끓여야 하는 건가?' 하는 궁금증. 귀찮음이 발동해서 해본 경험에 따르면, 세정력이 확실히 떨어졌다. 특히 여름철에 따뜻한 물로 씻어내면 아주 작은 밀가루 덩이들이 익어서 머리카락에 붙어 있는 것을 가끔 발견하기도 했다(젖은 머리에서는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니 웬만하면 끓여서 쓰는 것을 추천한다. 밀가루풀을 쉽게 만드는 팁을 공유하자면 찬물에서 거품기로 밀가루를 완전히 녹인 다음 전기 포트로 끓인 물을 붓고 저어주면 뜨거운 물을 섞었기 때문에 금방 끓는다.

밀가루를 물에 풀 때는 우유처럼 보이는 농도면 적당하다. 처음부터 뜨거운 물에 밀가루를 넣으면 풀어지지 않은 덩어리가 익어서 나중에 하수구를 점령하는 모습을 보게 되니 잘 저어서 끓이는 게 좋다.

태그:#탈모예방, #밀가루풀끓이기, #미세플라스틱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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