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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작가. 사진은 대한성공회 예산성당 심규용 신부가 찍었다.
 이동호 작가. 사진은 대한성공회 예산성당 심규용 신부가 찍었다.
ⓒ 심규용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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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의 이동호 작가는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귀촌해 사는 농촌 청년이다. 책에는 돼지 세 마리를 키우며 좌충우돌 겪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솔직한 유머가 담긴 그의 글은 카카오 콘텐츠 브런치가 주관하는 제8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가는 요즘 농사도 짓고 동시에 축산 관련 일도 하고 있다. 여행작가이기도 한 그는 글쟁이로서의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18일 대한성공회 예산성당에서는 이동호 작가의 북토크가 열렸다. 예산성당 심규용 신부가 주선한 자리이다.

작가는 지난 2014년 스물여덟에 홍동으로 귀촌했다. 올해로 귀촌 8년차다. 그는 도축한 동물과 축산업계의 열악한 현실을 목격하고 채식을 결심했다. 요즘은 홍동의 한 마을에 작은 집을 짓고 그만의 '농촌 살이 시즌2'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이동호 작가는 '내 이웃이자 벗'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본 작가는 말보다는 글이 더 재미있는 청년이다. 진지한 편인 그의 글에는 숨겨둔 개그 본능이 번뜩인다. 이날 토크도 작가의 특징이 잘 드러났다.

채식주의자 작가, 돼지 세 마리를 키우게 되다
 
좌측 이동호 작가, 우측 이날 토크를 보조 진행한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좌측 이동호 작가, 우측 이날 토크를 보조 진행한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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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들여 키운 돼지를 결국에는 도축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고민과 농촌 문제,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이 작가는 "부사관으로 10년 동안 군 생활을 했다. 군 제대 후 배낭여행을 다녔다. 각국의 도시들의 모습은 내가 태어난 서울과 다르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농촌에 가면 그 나라다움이 남아있고, 좀 더 인간적이면서도 여유로워 보였다"고 말했다. 그가 농촌을 선택한 이유이다.

그가 귀촌지로 선택한 홍성군은 돼지만 60만 두를 키우고 있다. 그만큼 축산업의 비중이 높은 곳이다. 자연스럽게 축산으로 인한 주민과 축산업자 사이의 갈등을 접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작가는 축산이 야기하는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축산에 대한 관심은 작가를 자연스럽게 채식주의로 이끌었다. 하지만 작가는 '돼지와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실험'하기 위해 돼지 세 마리를 키우게 됐다고 했다.

"과거 돼지에게는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주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농사를 통해 얻은 것을 남김없이 활용하는 방식으로 가축을 키웠다.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다. 농업의 중심이 가축 사료를 생산하는 것으로 변했다.

축산을 위해 대량생산뿐 아니라 유전자변형, 화학비료가 쓰이고 있다. 고기를 먹는 행위 자체는 인정은 하지만, 지금의 축산 방식은 지나치게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전 세계 항생제의 70%가 가축에 쓰인다. 항생제가 수생태계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돼지 세 마리를 키우며 느낀 점에 대해서도 이 작가는 "실제로 돼지를 키우며 배운 것이 있는데, 돼지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돼지가 누운 모습, 목욕하는 모습, 낮잠을 자는 모습 등 그 습성이 인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죽음 맞이한 돼지들... 생명과 윤리를 생각하게 하다

하지만 예고된 '불행'은 결국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별의 시간이다. 애써 키운 돼지를 도축할 수 있을까. 그날을 대비해 작가는 돼지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정이 들까 봐서다. 돼지를 도축하는 것은 생명을 빼앗는 일이다. 작가는 도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윤리적인 고민에 대한 답도 생각해야 했다"고 말했다.   돼지의 엄청난 식성과 배설 양을 매일 감당하며 돼지를 애완용으로 애지중지 키우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결국 애써 키운 돼지들에 대한 도축을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순간이 왔다.

이에 대해 작가는 "생태적으로 기르는 것만 생각했지, 윤리적 질문은 상상하지 못했다. 냉정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며 "어느 문화권이나 동물을 죽이는 것에 대한 거부와 터부가 있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동물을 잡아먹어서 하나가 된다는 믿음이 있다. 인디언과 이누이트족 같은 일부 부족은 곰을 잡아먹으면 곰과 한 몸이 된다거나 환생할 때 곰이 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세 마리의 돼지는 죽음을 맞게 된다. 육식에 대한 윤리적 과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책의 말미에 작가는 이렇게 전한다.

"먹방의 시대다. 우리는 고기의 식감과 육질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고기도 한때 숨 쉬는 생명이었다. 우리처럼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고, 따뜻한 피가 흘렀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않는다. (중략). 공장식 축산은 동물권이 아니라 인간의 윤리 문제로 보아야 한다. 가축은 우리 사회의 이면이고 우리 자신이다. 생명에 대한 감각을 잃는 것, 그 자체로 우리는 이미 벌을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명랑할 것 같았던 이 날의 토크도 결국 생명과 윤리에 대한 깊은 고민을 숙제로 남긴 채 끝을 맺었다.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이동호 (지은이), 창비(2021)


태그:#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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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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