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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7시 순천시립 연향도서관에서는 '교육, 유쾌한 혁명을 위한 포럼'이 열렸다.
 18일 오후 7시 순천시립 연향도서관에서는 "교육, 유쾌한 혁명을 위한 포럼"이 열렸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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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열은 일찍이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부러워하는 한국의 교육이지만 아이들은 전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학교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교육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다 한국은 자살률, 산재사망, 우울증 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소수의 기득권자들만 행복한 교육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가?

8년 전인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 사회도 교육이란 이름으로 행했던 일들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일기 시작했다. 그 해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그들의 공약 중 하나가 유럽형 전환학년제 도입이었다.

2012년 대선을 기점으로 전환학년제 논의가 시작된 이래 오디세이학교가 시작된 지도 7년이 지났고 현재 운영 중이거나 전환교육을 준비 중인 학교도 10여 개가 넘는다.

교육 방식을 크게 분류하자면 공교육과 사교육, 대안교육과 전환학년제로 나눌 수 있다. 교양있는 시민을 만들어내고, 건전한 사회 구성원을 육성하기 위한 공교육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고 학원이나 개인지도가 주된 사교육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안교육은 공교육 바깥에서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고 공교육에 영향을 주고자 했다. 대안교육의 일환으로 공교육 내에서 작은학교 운동이나 혁신학교운동 같은 혁신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반면 전환학년제는 과도한 경쟁교육으로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있는 아이들에게 1년 동안 주체성을 일깨우고 스스로 배우는 힘과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설립됐다. 주체성을 찾은 학생들은 다시 공교육으로 돌아가 진로를 개척해나간다.

전환학년제를 실시한 아일랜드와 덴마크의 사례

한국 교육만 문제가 있을까? 아니다.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교육활동의 문제점을 경험한 나라는 아일랜드다.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입시학원이 존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경험한 것도 우리와 비슷하고 먹고 살기 힘든 환경이기도 하다. 잘살기 위해서는 일류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성공의 보장방식이었다. 때문에 아이들은 경쟁에 내몰렸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공부를 위해 밤샘 공부를 해야했다.

학교폭력과 왕따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자 아일랜드 정부는 1974년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만 15세 나이에 1년간 '갭이어(Gab Year)'성격의 전환학년제를 도입했다. 전환학년제는 시험없이 1년 동안 학생들이 스스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제도이다.

행복지수 1위라는 덴마크 교육의 핵심은 1년짜리 기숙형 학교인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다. 최소한 1년의 이탈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지원하는 교육제도이다. 현재 덴마크 인구 580만인 나라에 250여 개의 에프터스콜레가 운영 중이고 14~18세 청소년 가운데 25~30퍼센트가 이곳을 거쳐갔다.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하기 전 4명 중 1명이 1년 이상 유예 기간을 통해 자신의 진로와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전환기를 보냈다. 때문에 에프터스콜레는 '인생설계학교'라 불린다.

우리나라 교육 현장으로 되돌아가 보자. 공부에 흥미가 없고 미래에 대해 불안함을 느낀 학생들은 책상 위에 엎드려 잠자기 일쑤고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낸다. 뿐만 아니다. 학창시절 제 스스로 진로를 결정해보지 못한 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관성적으로 진로를 앞두고 헤멘다. 하여 이런 불행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용감(?)하게 나선 이들이 있다.

지난 18일 오후 7시, 순천 시립연향도서관에서는 '전환, 청소년 삶의 학교 천개를 상상하다'라는 포럼이 열렸다. 40여 명이 참석한 포럼에 앞서 순천 사랑어린마을배움터 김민해 촌장이 인사말을 했다.
  
개회식이 열리기 전 좌석에 앉아있는 분들(왼쪽부터)로 허석 순천 시장과 김민해 순천사랑어린마을배움터촌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개회식이 열리기 전 좌석에 앉아있는 분들(왼쪽부터)로 허석 순천 시장과 김민해 순천사랑어린마을배움터촌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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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취지는 청소년들에게 1년의 쉼을 주는 전환교육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멈춘다는 건 상상이 안됩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자기 삶을 돌아보고 전환을 위한 계기를 마련해보자는 취지입니다. 전국에 같은 뜻을 지닌 학교가 여러 곳에 생기고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뜻이며 특히 관의 변화를 유도하고자 포럼을 열었으며 공고한 교육시스템에 변화를 시도해 보자는 취지입니다"

2부 포럼 발제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맡았다. 언론의 새로운 길에 이어 교육의 새로운 길을 가는 오연호 대표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오연호 대표는 강화도에서 전환학교인 꿈틀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오연호 대표가 꿈틀리학교를 설립하게된 연유를 설명하고 있다.
 오연호 대표가 꿈틀리학교를 설립하게된 연유를 설명하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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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 대표가 보여준 그림으로 청소년기에 다른 길로 가봐야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는 그림이다.
 오연호 대표가 보여준 그림으로 청소년기에 다른 길로 가봐야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는 그림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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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순천에서 고향인 곡성까지 걸어가며 점심때가 되어 농부들에게 밥을 달라고 요청하러 갔는데 말은 못하고 인사만 하고 왔어요. 오후 2시가 되어 너무 배가 고파 농부들에게 밥을 달라고 해서 얻어 먹었어요. 정말 간절해야 이루어진다는 걸 경험했고 '나도 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교육개혁을 해야 할 간절한 때가 되었습니다."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의 인생 설계는 '스스로'와 '더불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고 말한 오연호 대표는 "덴마크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학생 시절부터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를 해봐야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하는데 맞는 말 아닌가요?"하고 반문하며 '옆을 볼 자유를 허하라!'는 말을 특별히 주문했다. 오연호 대표가 청중들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우리는 학교 다닐 때 '딴짓하지 말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덴마크는 딴짓을 해봐야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음을 안다는 것을 가르쳐줬다. 학교 다닐 때 착실히 공부하고 좋은 대학에, 좋은 직장에 들어간 후에 인생을 즐기라는 데 그게 가능한가? 결혼한 후에, 아이 낳아 키운 후에, 부장, 국장이 된 후에 50대가 되고 은퇴한 후에 '나는 누구였나? 내 인생은 어디로 갔는가?"

이어서 발제에 나선 순천마을인생학교 박정은 대표가 "우리는 앞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삶의 주인은 자신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삶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다"며 순천마을인생학교가 가는 길을 설명해줬다.
 
포럼에 참가한 분들이 연단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포럼에 참가한 분들이 연단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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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마을인생학교는 쉼과 치유의 1년 기숙학교이다. 한 학기는 순례라는 이름으로 길위에서 자연을 벗삼아 쉼과 치유, 자기 삶 설계의 시간으로 보낸다. 나머지 한 학기는 예술과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들을 오롯이 배우며 다음 걸음을 준비한다. 현재 4~5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초등학생은 주로 순천지역이지만 중등 학생은 전국에서 오고 있다.

주제토론에 나선 김경옥 공간민들레 대표는 서울시교육청이 재정을 지원하고 학력을 인정하되 민간 대안교육 현장의 교육과정과 활동을 도입한 오디세이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오디세이학교 교육활동의 특징은 '삶의 방향과 가치를 찾는 교육'이라고 주장한 그녀는 교육이 일어나는 원리 네 가지로 '스스로 배운다. 서로(함께) 배운다. 하면서 배운다. 넘나들며 배운다'로 규정했다.

사례발표에 글을 보낸 순천마을인생학교 학부모 이용남씨의 이야기는 학부모라면 공감할 내용이다. 아이가 마을인생학교를 선택했을 때 몇가지 고민이 있었다. 첫째는 아이가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나이에 따라 정해진 학년제 교육과정을 벗어나도 괜찮을까에 대한 걱정이다. 둘째는 1년의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관점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요즈음 정해진 과정에서 벗어난다는 건 일년을 허비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세 번째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다.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고 정규교육과정으로 돌아간 지금 배우려는 사람이 스스로 배울 것을 선택하고 그 결정을 존중해 지켜보는 것은 중요한 것이었다고 말한 그는 "두려움은 존재하지도 않는 허상임을 고백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오디세이학교를 졸업해 사회로 진출한 조규원 학생은 학창시절 학교가기가 싫었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학교 쉬는 시간에는 학원숙제하고, 학원 쉬는 시간에는 학교숙제를 해야지만 집에 가서 잘 수 있었다.

10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갈 때면 저절로 피곤하고 우울해져서 삶의 모든 것들에 대해 무기력해졌다. 어느날 심리검사에 솔직하게 대답했더니 자살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엄마한테 자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했다.
   
포럼이 끝한 후 무대에서 '교육, 유쾌한 혁명을 위한 순천 100인 선언문'을 낭독하는 사람들의 선창에 청중들도 함께 따라했다.
 포럼이 끝한 후 무대에서 "교육, 유쾌한 혁명을 위한 순천 100인 선언문"을 낭독하는 사람들의 선창에 청중들도 함께 따라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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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이 끝난 후 모든 참석자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럼이 끝난 후 모든 참석자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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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학교로 전학한 그는 표정이 밝아지고 잃었던 생기를 되찾았다. "21살이 된 지금도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망설임 없이 오디세이학교를 다녔던 때라고 대답한다"는 그의 말이 귀에 생생하다. 포럼이 끝난 현장에서는 '교육, 유쾌한 혁명을 위한 순천 100인 선언문' 낭독이 있었다. 선언문의 주요 내용이다.

"이제 우리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경쟁을 통해 상대를 누르고 각자 능력껏 살아남으려는 교육은 멈추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는 그런 교육 말이다.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고 모두가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전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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