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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이라 자동차들이 섬을 나오고, 섬 너머로 노을이 불빛을 마저 태우고 있었다.
▲ 케이블카 위에서 바라본 제부도 주변 풍경 저녁 무렵이라 자동차들이 섬을 나오고, 섬 너머로 노을이 불빛을 마저 태우고 있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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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에 보석처럼 빛나는 별빛을 간직하며 산다. 내 마음속에 가장 빛나는 보석이 있으니, 그건 딸이다. 몇 해 전 마이스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기도 화성에서 직장생활을 한다. 또래 친구들이 대부분 대학을 다니는 시기라 마음속에 부러움이 싹틀 만도 한데, 동요하지 않고 열심히 제 밥벌이를 하고 있다.

딸과 제부도 등대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다. 제부도는 화성시 서신면에 있는 섬인데, 그곳 빨간 등대가 제법 유명하다. 그리고 썰물에 잠 '모세의 기적'이 열리는 틈에 섬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것도 제법 운치가 있다고 들었다. 마침 7일에 대전에서 바른지역언론연대가 주최하는 설명회가 예정돼 있었는데, 출장길에 행사 하루 전날 섬을 찾기로 했다.

6일, 설 연휴 뒤에 맞는 첫 일요일이라 제주공항에 인파가 넘쳤다. 카메라와 짐 가방을 메고 탑승장 입구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탑승장 안에서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데에도 수십 분이 걸렸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오후 3시 30분경 청주공항에 도착했는데, 평상시 같으면 주차장에서 손님을 기다릴 렌터카 사장님이 이날은 로비 안에서 만나자고 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 계약서에 글씨를 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차를 받고 딸이 사는 화성시 향남으로 차를 몰았는데, 내비게이션이 길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했다. 회사가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하지 않아 이게 신설된 도로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잘하면 5시에 딸을 태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리가 만난 건 5시 30분 무렵이다. 화성도시공사에 따르면, 이날은 6시 30분 무렵이면 '모세의 기적'이 끝나고 제부도로 들어가는 찻길이 막힌다. 향남에서 제부도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차를 몰고 제부도를 방문하는 일은 어림도 없다.

그런데 딸이 "전곡항과 제부도를 연결하는 케이블카가 1월에 완공됐는데, 미리 탑승권을 예매했어"고 했다. 아빠가 도착하는 시간을 계산해보니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저녁 6시 넘어서 전곡항 승강장에 도착하고 케이블카에 탑승했는데, 손님이 별로 없었다. 케이블카 안에는 우리 둘뿐이었다. 밀물 시간을 앞두고 섬을 빠져나오는 자동차 불빛 행렬이 눈 아래 펼쳐졌다. 어스름 회색 바다 위에 섬은 실루엣만으로 형체를 드러냈고, 섬 안에 불빛과 조명이 이 섬이 관광지임을 알려줬다. 섬 너머에는 노을이 남은 빛을 마저 태우고 있었다.

10여 분 탑승한 동안, 케이블카의 흔들거림으로밖에 바람의 세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제부도에 도착했는데, 추위가 장난 아니었다. 해진 뒤라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는데 바람까지 몰려오니, 제주도에서 온 아저씨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딸이 너무 춥다며 손을 잡아달라고 했다. 내 왼쪽 손으로 딸의 오른손을 꼭 쥐고 내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우린 이렇게 손을 꼭 쥐가 어두운 해변을 걸어 등대가 있는 곳으로 걸었다. 이렇게 딸의 손을 오래 쥐어본 지가 언제였던가?
 
누군가 제부도등대에 조명 장식을 가득 설치했다.
▲ 제부도 등대 누군가 제부도등대에 조명 장식을 가득 설치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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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찾아간 제부도등대, 그런데 이게 뭔 일인가? 예쁘다고 소문난 그 등대를 현란한 조명장식이 덮고 있다. 등대 꼭대기에서 아래로 와이어등이 주렁주렁 달렸고, 거기에 별과 함박눈, 돼지, 토끼 등의 모양을 띤 조명이 걸렸다. 빨간 등대에 별빛처럼 영롱한 등대 불빛을 기대했건만, 등대를 유흥주점 홍보 간판처럼 만들어버렸다. 이건 도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나는 그 등대 앞에서 곱은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조명불빛보다 훨씬 예쁜 딸의 사진을 연신 찍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도 내 딸의 손을 놓지 않았다. '현란한 장식을 보려고 낮에 비행기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 여기까지 왔던가'하는 실망이 몰려왔지만, 가슴에 따뜻한 추억 한 아름 품고 간다. 내 품을 떠난 딸의 손을 오래 잡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곡항 대합실에서 봤는데, 딸의 손등이 추위에 붉게 상기돼 있었다.   
추위에 딸의 손이 붉게 상기됐다. 난 오랜만에 품을 떠난 딸의 손을 오래 꼭 쥐었다.
▲ 딸의 손 추위에 딸의 손이 붉게 상기됐다. 난 오랜만에 품을 떠난 딸의 손을 오래 꼭 쥐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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