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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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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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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마무리하는 종업식날, 아이들을 보내고 교실 정리를 하고 있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하교한 아이의 생활 통지표를 받아 본 학부모가 통지표에 기재된 행동 발달 종합의견에 관하여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전화였다.     

"먼저, 1년 동안 아이들 돌보시느라 수고 많으셨고 감사드립니다."

마치 순서를 머릿속에 준비해서 말하는 사람처럼 서두에 인사말을 정중하게 꺼냈다. 다음 말은 서운한 마음을 누르고 싶지만 감정 조절에 실패한 자율신경계 탓에 감정이 묻어있는 말들이 순서 없이 쏟아졌다.

"다른 아이들은 그냥저냥 무난하게 썼다는데 어쩜 우리 아이에 대해서는 그렇게 기록할 수가 있나요? 선생님이 그동안 우리 아이를 얼마나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는지 단박에 알 수가 있더군요."     

"헉!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적은 내용은 1도 없답니다..."

"앞부분에 장점을 쓰신 건 예의상 써놓고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뒤에 있는 그대로 다 썼더군요. 단점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써놓은 것이 우리 아이가 배려받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 많이 서운하네요." 

아뿔싸!! 행동 발달 내용을 그렇게 기록한 것에 대해서 사실에 근거한 부연 설명을 20분가량 하고 오해가 해소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라는 것은 교사의 입장에서 바라본 아이의 장점과 단점을 있는 그대로, 포장하지 않고 기록한 점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포장하지 않고 적힌 표현에 대해 배려받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 서운한 생각이 들어 문의 전화를 한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전화를 해서 서운함을 표현해준 학부모님이 감사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많은 오해를 안고 다양한 해석을 했을 것인가. 오해를 갖지 않고 내 의도를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부연 설명을 할 수 있고, 목소리에서 전달되는 느낌까지 내용을 담고 있는 말은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얼마나 시원하고 통쾌하기까지 한 지. 글로써 자신의 의도를 상대에게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능력 있고 훌륭해 보였다.     

아동 행동 발달을 기록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행동 발달 과정은 누적된 행동 사실에 근거하여 발전 가능성이 있도록 긍정적인 문구로 적어야 한다. 특히 아이들은 성장 중에 있기에 어떤 행동도 성장을 위한 중간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그 또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평범한 행동들이라면 읽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그냥저냥 무난하게' 볼 수 있다. 

간혹 몇몇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성향이나 기질적 특성(그것이 단점으로 보여도)들은 자녀교육에 참고가 되도록 최대한 객관적 관점에서 기록을 한다. 그래야 학부모 입장에서 아이의 성장을 위해 무엇을 도와주고 지원해줄 것인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민낯을 마주하기 불편할 때가 있다. 감춰지지 않은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모습과 거울 속 보이는 민낯에 괴리감이 느껴질 때. 화장으로 민낯을 가릴 수는 있지만 내 민낯은 화장된 모습 안에서 더 움츠려 들고 감춰질 것이다.   

자녀의 모습에서 내가 보일 때 나는 뿌듯하기도 하고 때론 감추고 싶을 때도 있다. 감추고 싶은 내 부족함이 자녀 모습에서 보일 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시기에 부모로서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보고 싶은 모습만 보고 민낯을 가리듯 부족함은 포장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다른 아이들은 그냥저냥 무난하게 썼다는데 자신의 아이에 대해서는 그렇게 포장 없이 기록한 것에 대해 서운함을 보였던 그 학부모님을 이해시키기 위해 나는 아이들을 저마다 특성이 다른 꽃으로 봐 달라고 예를 들었다.      

아이들은 모두가 꽃이지만 피는 시기도 다르고 이름이나 특성도 다른 꽃이다. 나를 비롯해서 우리 어른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어렵다. 봄이 되었는데 꽃을 피우지 않는 꽃을 보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다른 꽃들은 다 잔치를 하고 있는데 너는 왜 꽃을 피우지 않느냐'고 뿌리를 들쳐 보는 조급함은 그 꽃에 대해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자세히 관찰해서 초여름에 꽃 피울 장미임을 알고 있다면 당연히 기다리며 봄에 재촉하는 실수는 범하지 않을 테니까.   

식물의 성장을 기다려주려면 그 식물에 대해 알아야 한다. 언제 싹을 피우고 꽃 피우는지, 계절에 따라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알아야 열매 맺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 아이의 발달 모습과 마음을 알려고 하지 않고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아이에게 투영해서 보고 싶은 모습만 보려고 하지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식물을 알지 못한 채 짓는 농사가 성공하겠는가.

육아는 아이의 존재를 인식하고 기질과 특성을 받아들임에서 출발해야 한다. 젊은 시절에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한 기준대로 아이를 키웠다. 내가 앞서서 경험했으니 내가 알아서 네게 필요한 것을 주마. 

얼마나 어리석고 무지한 엄마였는지 아이가 사춘기를 훌쩍 넘기고서야 깨달았다. 아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찾은 다음 지원하고 도움 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보이고 싶지 않은 민낯이어도 포장하고 감추기보다는 받아들임과 인정에서 출발해야 한걸음 나아가는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그냥저냥 무난하게 또는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포장'을 해서 행동발달상황을 기록을 해도 아이들은 잘 성장하고 민원전화는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실에서 내가 본 아이들은 모두 다 꽃이지만, 계절마다 다르게 저마다 특징을 갖고 피는, 이름 다른 꽃이었다.

'학교'라는 공동체 속에서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은 가정에서 보이는 그것과 차이가 있다. 학교에서 관찰한 아이들이 어떤 꽃인지 알려 주고 싶은 내 의도를 살려 내년에는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진실을 기록하도록 표현 공부를 더 많이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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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가꾸어 작품이 될때까지 읽고 생각하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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