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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반려인의 세계'는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룹니다. 이번 주제는 '반려인이 대선 후보들에게 바라는 점'입니다. [편집자말]
얼마 전 시골에 사는 고모에게 전화가 왔다. 서로 워낙 멀리 살다보니 일 년에 얼굴 한 번 보기도 쉽지 않은 고모가 무슨 일인지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았다.

고모는 물어볼 게 있다고 했다. 어제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왔는데, 누가 인터넷으로 사료 주문을 해주긴 했지만 사료가 올 때까지 고양이에게 뭘 먹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줄 게 없어서 오늘 하루는 빵을 줬다고 한다.

"고모, 빵은 그만 주시고 근처에 편의점이나 마트 없어요? 편의점 가면 고양이용 캔을 팔거든요."
"여기는 시골인데, 여기 편의점에서도 팔까?"

"음, 편의점에 없으면 사람용 참치 캔이라도 있어요? 물에 잘 헹궈서 주시면 그거라도 괜찮은데."
"그래? 그럼 참치에다 밥 말아서 줄까?"

"네? 아뇨, 아뇨. 밥은 안 줘도 돼요!"


통화하는 도중에 편의점에 간 고모부가 다행히 고양이 캔을 발견했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고양이가 감기 기운이 있어 보이는데, 병원에 가려면 근처 다른 도시까지 나가야 한단다.

참치에 밥을 말아 줘야 하느냐는 고모에게 차마 꼭 동물병원에 가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고할 수는 없었다. 눈곱이 끼거나 기침을 자주 하느냐고 하니까,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생명을 책임지기 위한 노력
 
사료가 올 때까지 고양이에게 뭘 먹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화를 걸어 온 고모.
 사료가 올 때까지 고양이에게 뭘 먹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화를 걸어 온 고모.
ⓒ envato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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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걱정하지만 동물을 병원에 데려가는 건 상상한 적 없었을 고모의 따뜻한 목소리와 내가 고양이를 키우는 데 필요하다고 믿었던 실질적인 숙제들 사이에서 다소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고모는 근처에서 길고양이들이 태어났다가 또 금방 죽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봤다고 했다. 사람 손이 닿으면 좀 낫겠지 싶어 데려왔다는 고양이가 가능한 아픈 데 없이 잘 먹고 잘 컸으면 싶다.

사실 다방면의 보살핌을 받으며 '사람보다 팔자가 좋다' 소리를 듣는 개나 고양이도 있지만, 한편에는 무더위로 사람이 탈진하는 여름에도, 한파에 속눈썹까지 얼어붙는 겨울에도, 마당에 짧은 끈으로 묶인 채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시골 개들도 있다. 최근에는 이 역시 동물 학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많은 시골 어르신들은 그저 개는 원래 그렇게 키우는 줄로 알고 계셨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동물을 '잘' 키우는 방법에 접근하려면 사실상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정보를 찾는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그나마 낫지만, 인터넷을 잘 활용하지 않는 세대가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돌봄 방법을 배우는 것은 여전히 사각지대 안에 놓여 있다.

길에서 급하게 고양이를 구조하거나 우연한 기회에 입양하게 된 지인들도 고양이를 키우는 나에게 전화해서 어떻게 돌봐줘야 하는지 묻는 일이 많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만큼 필요한 정보를 얻을 만한 공식적인 창구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입양했을 때 동물 등록을 해야 하는 것처럼, 이들이 한 생명을 책임질 준비를 돕는 것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숙제가 아닐까.

대선을 앞두고 여러 후보들이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내세울 때마다 유기동물을 줄이고 번식장 문제를 해결하며 진료비를 표준화하겠다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논의된다. 모두 중요한 문제지만, 더불어 근본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단계부터 차곡차곡 다잡을 필요가 있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구체적으로 동물을 입양할 때부터 돌봄의 기본과 책임을 배울 수 있는 교육 이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입양자 입장에서는 번거로울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펫숍에서 귀여운 강아지를 '충동 구매' 하고 또 키울 수 없어 버리는 일은 줄어들 거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을 받는다면 갑자기 고양이를 키우게 된 고모가 나에게 한 "고양이 키우려면 무슨 교육을 들어야 한다면서? 어디서 보니?" 하는 질문도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고모에겐 참고할 만한 인터넷 주소를 알려드렸다). 우리 사회에 그런 교육 과정이 자연스럽게 체득되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악의를 가진 학대
 
힘이 약한 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지 않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놓지 않길 바란다.
 힘이 약한 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지 않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놓지 않길 바란다.
ⓒ envato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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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더 심각한 문제는 동물을 아예 생명으로 취급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선을 넘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나타난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누군가 고양이를 잔혹하게 불태워 살해하는 영상을 게재하는 일이 있었다. 이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자, 게시자는 '청원 동의 수만큼 고양이를 죽이겠다'고 당당히 선언하기도 했다. 고양이를 죽이는 장면을 '인증'하고, 댓글로 그들끼리 살해를 '독려'하고, 또 그러한 생각을 서슴지 않고 '발언'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에게 어떠한 제재나 처벌이 가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연쇄살인범이 줄어든 이유는 범죄자가 줄어든 게 아니라 연쇄적인 살인이 일어나기 전에 "빨리 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 학대범은 어떨까. 고양이를 학대하거나 잔혹하게 살해하는 범죄자들은 언제까지 익명성 뒤에 숨어서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을까. 분명한 건 고양이를 향하던 칼날은 언제든지 사람을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나라 국민으로서 동물을 향한 범죄라 해도 그 잔혹성이 심각한 이상 결코 좌시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현행 동물보호법상으로도 동물을 학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체감적으로 우리 사회는 동물을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일이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진다는 경각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도리어 고양이를 죽이는 일이 사람들의 호응과 함께 누군가의 영웅 심리를 자극하는 기가 막힌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동물을 공생하는 존재로 바라보기까지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는 데는 보다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동물은 동물일 뿐, 사람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생명의 가치를 당연하게 저울질한다. 자연스럽게 바뀐다면 좋겠지만 동물 학대나 살해처럼 단기간에 제재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정책적으로 단호한 처벌과 개입이 필요하다.

다음 정부에게 반려동물 분야에서도 여러 가지 숙제가 남아 있겠지만, 동물들과 살아갈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고, 동물들이 힘이 약한 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지 않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놓지 않길 바란다. 동물이 동물답게, 생명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기를 말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루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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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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