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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만 사주면 그만인가요? 예쁜 옷만 입혀주면 그만인가요?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단순히 물질적인 것이 아님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1988)에 나오는 노랫말이다.

단지 지난 시대라고 치부하기에는 오늘날 우리 시대의 일부 청소년의 모습을 다룬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2020)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에 시대를 떠나 여전히 변모하지 않은 숙제로 우리 곁에 잔재하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바탕으로 발전한 오늘날의 사회에서 여전히 본인만의 방식으로 삶의 의지를 보여주며 '어른들은 몰라요'라고 말하는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공감해 보는 것은 어떨까? 

탈출과 탈선은 다르지 않다. 탈출은 어떠한 상황 또는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고, 탈선은 정해져 있는 선에서 벗어나는 일을 의미한다. 일탈이라는 단어는 어떠한가? 일정하게 정해놓은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지 않은가?

탈선과 일탈이라는 단어가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그 앞에 청소년이라는 단어와 함께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한 이유 때문은 아닐까? 세월이 흐르고 사회가 변화하여도 여전히 존재하는 이러한 청소년의 모습을 단순히 탈선과 일탈로 치부하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패배자로 보기만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우리는 암암리에 착한 바보, 착한 학생의 이미지를 함께 유통해 왔다. 좋게 말하면 순수한 모습이고 다르게 말하면 힘없고 어리숙한 희생적 이미지를 사회구성원으로서 갖고 있어야 할 모습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기에 그러한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탈선과 일탈이라는 단어로 곱지 못하게 바라보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비추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앞서 언급한 탈출, 탈선, 일탈의 단어들에서 공통적인 부분은 벗어나는 일이다. 각각의 단어에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구속, 정해져 있는 선, 정해놓은 것'이 의미하는 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정해져 있는 선 또는 정해놓은 것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구속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정말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이 행복하지 못한 사회의 미래가 행복할 수 있다고 어찌 장담할 수가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 규범 속으로 아이들을 대책도 없이 밀어 넣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가만히 있으라."

지난 2014년 4월 16일 전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23번이나 나온 '안내 방송'이다. 이 안내 방송의 결론은 어떠했나? 각자 살아가고자 했던 삶의 의지와 도전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하는 걸 목도해야 했다.

탑승자의 3분의 2가 넘는 인원에게서 우리는 문제점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승객의 안전을 구실로 혼란을 막기 위해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책임자 또는 지도자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이와 같은 일들이 자행되고 있지는 않은지 둘러보고 고민해야, 다음 세대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완벽하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늘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때마다 '메뉴얼은 준수했다'라는 변명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희망한다. 최소한 백년을 앞두고 이루어져야 할 교육이 이러한 변명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희망한다. 아니 교육은 매뉴얼을 준수했다는 변명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고 자신의 삶을 이어갈 도전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기에 사건, 사고 등, 무언가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매뉴얼에 국한된 것이 아닌 보다 많은 선택의 폭, 앞에서 다양한 도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가만히 있는 것은 발전과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 그러니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보다 나아지기를 희망한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제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이제 그만하자.

글의 서두에 언급했던 '어른들은 몰라요'는 '어른들은 너희의 사정을 알지 못해요'라는 식으로 비겁하게 변명하는 것이 아닌, 어른들이 몰랐던 아이들의 입장과 사정을 헤아리고 개선해야 하는 의미로 쓰이기를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남양고 교사입니다.


태그:#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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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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