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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아이가 코로나 확진자 접촉자라서 지금 검사하러 가는 중이에요. 지역아동센터에서 확진자 어린이가 있었다네요. 오늘 수업은 일단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아 연락드렸어요."

전화를 받고 나서 생각해보니 나는 전날 그 센터에 다니는 아이들과 수업을 한 상태였다. 부랴부랴 어머니들께 전화해서 아이들의 상황을 물으니 한 명의 아이는 이미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이 나왔고 한 아이는 검사에 겁을 먹고 있어서 설득 중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나 역시 검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다. 보건소를 향해 집을 나선 시각이 오전 10시였다.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많은 사람이 보건소를 중심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아침 시에서 보내는 문자로 확진자 수를 파악하고 있었으나 막상 보건소에 나오고 보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님을 실감한다. 이 많은 사람이 검사를 마치고 내 차례가 오려면 족히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보건소에 늘어선 긴 줄 
  
보건소 주변을 중심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선 줄이 길다.
 보건소 주변을 중심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선 줄이 길다.
ⓒ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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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서서 기다린 지 30여 분이 지났을까? 방호복 입은 안내원이 어떤 경로로 검사를 받으러 오게 되었는지 일일이 묻고 체크했다. 나는 가르치는 아이들이 확진자 접촉자라서 검사를 받으러 왔음을 알렸다. 안내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사람에게로 갔다. 그럭저럭 다시 30여 분의 시간이 흘렀다.

"엄마 심심하고 다리도 아파."
"줄이 점점 줄어들고 있잖아. 조금만 더 기다리자. 점심 맛있는 거 사줄게."
"엄마 집에 언제 갈 수 있어?"
"그러게. 곧 갈 거야. 춥지. 검사 마치고 우리 따뜻한 거 먹자."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투정하는 소리가 들렸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고는 하나 오전 시간이었고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와 줄을 서서 대기하는 아이들은 몸도 춥고 한없이 지루할 것이다. 아이의 마스크가 내려왔다고 계속 올려주는 엄마 또한 힘들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유명 맛집이나 빵집 웨이팅하는 일도 아니고 아이들에게는 고역임이 분명해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앞의 순서는 줄어들고 있으나 뒤로는 줄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QR코드를 먼저 스캔하고 문진표를 작성한다는 검사 안내문
 QR코드를 먼저 스캔하고 문진표를 작성한다는 검사 안내문
ⓒ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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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쯤 코로나 검사할 때와는 시스템이 달라져 있었다. 보건소 벽에 붙여 놓은 검사 안내 용지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해서 휴대폰으로 문진표를 작성해야 했다. 문진표를 제출하고 다시 기다리는데 이번에는 방호복을 입지 않은 관계자인 듯한 남자 선생님이 어떻게 검사를 받으러 오게 되었는지 묻고 다녔다.

내 차례가 되었다. 그분은 내 말을 듣자마자 월명체육관으로 가라고 했다. 보건소에서 검사받을 일이 아니고 일단 체육관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받고 거기서 양성이 나오면 다시 이곳 보건소로 오면 된다고.

"선생님 그럼 처음부터 정확히 말씀해 주셨으면 좋았잖아요. 방호복 입은 분은 보건소에서 검사해도 된다고 하고 선생님은 안 된다고 하고..." 이렇게 말해봤지만, 한사코 체육관에 가서 먼저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지난 3일부터 코로나19 검사 체계가 변경되어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후 양성이 나온 경우나, 밀접접촉자, 고위험군 등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허탈하게 줄에서 빠져나와 체육관으로 가려고 차에 앉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약간 어이없다는 생각이 불쑥 올라왔다. 코로나 상황을 다 이해한다고 해도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정확한 검사 경위를 따져 체크했으면 좋았을 텐데.

한편으로는, 보건소에서 할 수 있는 PCR 검사와 체육관에서 하는 '신속항원검사' 대상자를 꼼꼼하게 따져 보고 가지 않은 내 불찰을 인정해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찜찜한 기분이 쉽게 가시지는 않았다.

이런 경우가 나한테만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지치도록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한테도 이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야말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내가 사는 군산은 2022년 2월에 들어서면서 부쩍 확진자 수가 늘었다. 연일 100명~200명을 넘나들며, 2월 15일 기준 하루 21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를 받았다. 가족들이 집을 나서는 아침마다 서로 코로나에 주의하자는 인사말을 건네는 풍경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월명체육관 앞 '신속항원검사' 안내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낀다.
 월명체육관 앞 "신속항원검사" 안내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낀다.
ⓒ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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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항원검사'를 하고 15분 정도의 시간을 기다렸다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체육관을 나오니 12시 20분이다. 검사를 받았다는 아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의 검사 여부를 여쭈니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한 아이 어머니는 지난달에 검사를 받으면서 아이가 겁을 먹고 난 뒤로 이번에는 절대로 검사받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며 안타까움을 얘기하셨다. 물론 아이를 잘 설득해서 검사에 임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나 또한 씁쓸한 마음을 거둘 수가 없었다.

금방 마스크를 벗진 못하겠지만 

어른은 그렇다 치고 정말 아이들이 고생이다. 아장아장 겨우 발을 떼기 시작한 아기의 입에도 마스크가 걸려 있고, 땀 흘리면서도 끝까지 마스크를 추켜 올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편치 않은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또한 수업하는 몇 달 동안 마스크 한번 내리지 못한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중에 우리는 서로를 기억할 때 마스크 쓴 모습만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 그들에게 어떤 세상을 건네주어야 할까? 이 어려운 시기가 곧 지날 것이란 생각을 하지만, 정말 예전과 같은 세상이 올까 싶은 의구심이 자꾸 든다.

"선생님 우리 언제까지 마스크 써야 해요?"

그런데도 아이들은 마스크를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의 얼굴에서 코 밑으로 내려오는 마스크를 올리라는 말을 해주곤 한다. 기특하단 말을 건네면서도 한편으로 어른으로서 명쾌한 대답을 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다.

저녁 무렵 아이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학부모의 전화를 받았다. 아이는 결국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틈만 나면 바깥 놀이를 하고 싶어서 계획을 짜곤 했던 아이가 방에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가 다 답답해진다. 한 사람의 확진 판정은 온 가족의 비상일 뿐만 아니라 주변과 이웃, 관련된 모든 시스템이 주춤할 수도 있는 일이다. 

아이가 심하게 아프지 않고 예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내 곁에 오기를 바란다. 그때도 여전히 마스크를 끼고 있겠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싶다. 마스크는 우리 일상에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까.

하루가 참 길다. 실체 없는 무엇인가에 현실의 발목이 잡혀 흠씬 휘둘리고 짓눌렸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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