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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우주에 대한 작은 생각'이란 부제의 <우아한 우주>(프시케의 숲 펴냄)는 어쩌면 제목만으론 흥미를 느끼지 못할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우주 일부분인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우주의 다양한 영향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데도 선뜻 인식하지 못한다. 별에 대한 동경 혹은 막연한 그리움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밤하늘의 별뿐이랴. 문득 눈에 들어온 하늘의 구름에 빠져 한참 동안 바라보노라면 우주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솟곤 했다.

하지만 호기심 충족은 쉽지 않았다. '태양과 지구의 평균 거리는 1억 4959만 7670km(1976년 국제천문학협의회(IAU)'처럼 도무지 가늠되지 않는 천문학적인 숫자나 어려운 용어를 어느 정도라도 알아야만 그나마 이해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읽다 밀쳐두기를 여러 번, 결국 읽지 못한 책들이 좀 있다.

아마도 우주 혹은 천문학 관련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이 이러지 않을까? 그런데 이 책은 제목으로 그치지 않고 부제에까지 '우주'를 언급했으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기'란 곧 산소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우리가 호흡하는 것의 21퍼센트밖에 안된다. 우리의 폐로 들어가는 그 나머지는 주로 질소이고(78퍼센트), 그 밖에 다른 기체, 오염 물질, 물 분자, 먼지, 미생물, 그리고 식물의 포자 같은 특이한 요소들이 들어있다. 들숨에는 외부 대기에서 분해되고 남은, 아주 작지만 엄청난 양으로 우리의 내부에 도달할 우주 먼지의 잔해도 들어있다. 분명 올해 언젠가 떨어진 유성의 입자도 들이마시게 될 것이다.

24시간 주기 동안 평균적인 사람은 9,000리터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매일 2만 4000번 정도 호흡하는데, 1년이면 8백만 번이 넘는다. 80세까지 산 사람은 아마도 평생동안  7억 번 이상 숨을 쉬었을 것이다. 그 많은 호흡을 그야말로 숨 쉬듯이 쉽게 해왔다고 생각하니 놀랍다. -<우아한 우주> 67쪽 '내가 들이마시고 있는 것'에서.
 
그래도 어떤 책일까? 목차에서 우선 뽑아 읽은 몇 편(▲내가 들이마시고 있는 것 ▲심장 하나 더 ▲왜 항상 나만 비를 맞을까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구름 ▲산호의 스트레스 ▲죽어 가는 별의 냄새 ▲우리에게도 날개가 있을까 등)은 책을 놓지 못하게 했다.
 
<우아한 우주> 책표지.
 <우아한 우주> 책표지.
ⓒ 프시케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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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우주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태양과 달, 태양계나 은하계, 행성 혹은 항성, 원자, 원소, 우주의 여러 현상 등 천문학적인 것들을 다룬다. 그런데 그와 같은 이야기들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우주의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인 우리가 태양이나 달과 같은 것들과 어떤 관계에 있으며 어떤 영향으로 살아가는지도 들려주는데, 인용처럼 솔깃한 이야기들이 많아서다.

게다가 달과 지구는 어떤 거리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해마다 3.8m씩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지구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행성은 무엇이며, 구름은 어떻게 생겨나는지, 바다가 푸른 이유나 변화무쌍한 구름을 이루는 것 등 비교적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선뜻 어떻다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막연하고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들을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다.

책에서 읽은 우리 몸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 또 하나는 '우리의 심장은 한 시간에 보통 4800번, 일 년에는 4천만 번, 평균수명 동안 26억 번을 뛴다. (...) 인체에 양분을 수송하는 혈관을 한 줄로 쭉 이으면 지구를 두 바퀴 감을 수 있을 만큼의 거리인데, 몸속에서 혈액이 혈관을 따라 심장에서부터 다시 심장까지 순환하는 데는 불과 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이다.

덧붙이면, 심장이 부서질 것 같은 고통을 느낄 때 뇌 영상을 보면, 맨손으로 견디기 힘들 정도로 너무 뜨거운 컵을 들고 있을 때 느끼는 고통과 같은 신경학적 경로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깊은 감정적 괴로움과 걱정을 겪을 때 나오는 호르몬 코르티솔은 심장에 해롭다고 한다. 자칫 죽음에 이를 정도로 혹은 죽음을 재촉할 정도로 말이다.
 
심장이 하나도 없거나 순환계가 통째로 없는 동물도 많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하나로도 부족하다. 문어, 오징어, 갑오징어 같은 두족류는 심장이 세 개나 있다. 하나는 전신을 담당하는 심장이고 나머지 둘은 아가미를 위한 것이다. '아가미심장'은 혈액을 몸 양쪽의 아가미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두족류는 혈액에 구리가 들어있어서 파란 피가 흐른다. 지렁이는 심장이 다섯 개라는 소문이 있는데, 심장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심장이 다섯 개라고 할 수도 있고 하나도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지렁이는 식도에만 다섯 개의 위사심장을 가지고 있다. (...)숲 개구리의 일종인 송장개구리는 북쪽 고위도의 현저히 낮은 온도에서도 살아남는다. 신진대사 활동으로 몸속 수분이 어느 시점을 늦출 뿐 아니라, 며칠 혹은 최대 일주일까지 심장박동이 완전히 멈춘 상태로 지낼 수 있어서다. 동면하는 동안 심박수를 현저히 낮추는 동물은 많지만, 이 개구리는 심장이 멈추었다가 아무런 역효과 없이 되살아나는 것이 알려진 유일한 동물이다. - <우아한 우주> 133쪽 '심장 하나 더'에서.
 
외에도 ▲매년 떨어지는 4만 톤에 이르는 별의 잔해가 우리 몸에 여러 형태로 흡수된다 ▲적당히 활동적인 사람은 80세까지 지구 둘레 다섯 바퀴를 도는 거리를 걷는다 ▲우리 몸은 세포 수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박테리아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은 스스로 숨을 참거나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 ▲우리가 인위적으로 숨을 참으면 뇌의 다른 부분이 어떤 활동을 시작한다? 등, 우주에 관한 책이라지만 우리 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질문이 많아 인상 깊게 읽은 책이다.
 
"아주 여러 번 다시 펼쳐보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 정세랑(소설가)
 
이 추천사에 공감한다. 목차에서 눈에 띄는 것 몇 개를 골라 읽은 후, 그 다음으로 '나는 탄소로 이루어졌다'를 읽으며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모두 51가지. 비교적 짧은 글들로 아무 주제나 펼쳐 부담 없이 읽기 좋은 글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계간 <우리교육> 2022년 봄호에도 실립니다.


우아한 우주 - 커다란 우주에 대한 작은 생각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지은이), 심채경 (옮긴이), 프시케의숲(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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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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