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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람은 태어나면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100 정도 갖고 태어난다고 하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용한 횟수만큼 그 능력도 점점 줄어드는 걸까? 이런 저런 경험도 많아지고 연륜도 좀 쌓인 것 같은데 왜 머릿속이 하얘지는 일은 더 많은지. 요즘 내 생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생각은 '그냥 포기하고 다른 길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거다. 

​'아무리 봐도 맛깔나게 글 쓰는 소질을 갖고 태어난 것 같진 않은데…'(좌절)
'살면서 위기 대처 능력을 여기저기 너무 많이 썼나? 머릿속이 멍해져서 이 위기에 대처할 방법을 못 찾겠네.'(또 좌절)


그렇다, 이 모든 고민이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면서 시작되었다.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는 나날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여자 주인공(나희도)의 딸 민채가 발레 슈즈를 버리는 장면.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여자 주인공(나희도)의 딸 민채가 발레 슈즈를 버리는 장면.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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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작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다가 '어허 저 능력(?) 저렇게 쓰면 안 되는데' 했던 적이 있다.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나희도)의 딸 민채가 발레 대회에 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 앞 번호 선수가 경쟁자 중 제일 잘 하는 학생인 것 같았다. 민채가 차례를 기다리며 그 무대를 보다가 자기 이름이 불렸는데도 토슈즈만 옴짝거리다 뒤돌아 나가버린다. 그리고 엄마에게 말한다. "이미 졌어, 어차피 못 이겨"라고.

'아직 중학생이니까 위기 대처 능력치가 많이 남았을 텐데, 안 써도 되는 데서 그 능력을 쓰고 있네'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다 요즘 오마이뉴스에 글을 써서 보내고 있는 내가 떠올랐다.

글을 보내면서 채택되고 싶다는 욕심, 점점 더 등급이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욕심에 비해 그렇지 않은 결과로 마음이 흐려지는 일이 잦다. 젯밥에 관심이 더 많아서인지 '글 쓰는 재미가 없고, 쓴 글을 보는 내가 더 재미 없고'를 뫼비우스 띠처럼 반복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쓴 기사가 좋은 등급을 받아 글쓰기에 탄력을 받다가도 다음 기사가 다시 숯덩이가 되면(잉걸이라는 기사 등급을 말하는데, 불이 이글이글하게 핀 숯덩이를 이르는 우리말이다), '불쏘시개를 더 넣어주고 풍로를 열심히 돌려라'가 된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위기 대처 능력을 또 하나 썼지만, 힘은 쏙 빠진다. 

글을 써서 보내는 날은 '많이 쓰라'는 글쓰기의 불변 진리를 실천한 것 같아 안도감 비슷한 것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맛깔나는 글 솜씨를 가진 다른 기사들을 보면서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좌절모드에 빠져버린다. '오늘은 그런 날인가 보다' 하기엔 '이게 정말 맞는 길인가' 싶은 그런 날이 된다. 

잘 하지 못해도 계속 쓰고 싶습니다
 
학창 시절엔 일기장에 글을 쓰다가 나이가 들어서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었던 나를 발견했다.
▲ 간직하고 있는 일기장 학창 시절엔 일기장에 글을 쓰다가 나이가 들어서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었던 나를 발견했다.
ⓒ 박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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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에 짐 정리를 하다가 오래된 일기장 뭉치를 발견했다. 숙제 검사를 받기 위해 꼭 써야 했던 국민학교 때의 일기장이었다. 그 이후 누구도 일기를 쓰라고 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늘 일기를 써 왔다. 그리고 이제는 종이 일기장 대신 블로그로 옮겨 와 20년 가까이 거의 매일 글을 쓰고 있다(비공개가 대부분이지만).

잘 하지는 못해도 계속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마음속 깊은 곳에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한 것 같아 나는 조금 놀랐다. 한 번도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글을 쓴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 그냥 습관처럼 글을 쓴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기사 쓰기가 성에 차지 않을 때마다 내 안의 위기 대처 능력을 불러낸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그 위기를 타개해낼 수 있는 능력'을. 그게 뭔가 하면 이런 거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해 조바심 내며 그때마다 매번 선택한 길을 의심할 수는 없다'라는 마음, 영화 <안경>의 명대사처럼 '이쯤에서 길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보이지 않는 그 지점에서 조금만 더 참고 가면 길이 있다'는 마음으로 포장된 위기 대처 능력 말이다. 

비록 글을 쓴다고 앉아 있다가 잠깐 물이라도 마시려고 일어날라치면 다리에서 두두둑 소리가 나고, '아이고 아이고'를 두 번 정도는 질러줘야 걸음을 뗄 수 있는 디스크 환자지만, 지금 이 상황이 학습곡선으로 치면 또 하나의 계단을 오르기 직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마음만으로, 글쓰기의 위기를 이겨내기도 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스탠드 불빛 아래 노트북을 펼치고 쓰고 또 고치며 뚝딱뚝딱 키보드를 치고 있다. 비록 이 글도 생나무로 대롱대롱 걸려 있다가 사라져 버릴지라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 밖에 없다'는 말을 생각하며 쓰다 보면 '어느새 생나무쯤이야! 후훗~' 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코로나 엔데믹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내가 사는 부산 지역에서 시민기자 모임이나 교육이 있다면 달려가서 배우고 싶은 초보 시민기자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때까지 15만 명(2021년까지 전체 누적 시민기자 수)분의 1의 역할을 열심히 해 보기로 한다. 

오마이뉴스, 오 마이 시민기자, 오 마이 새 뉴스게릴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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