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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 간 부당한 합병을 지시·승인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 간 부당한 합병을 지시·승인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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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조사 땐 5년 전 일에 대한 다량의 메일이 갑자기 제시되면서 당혹스러웠고, 그래서 생각이 안 난 것도 많았다. 조사 후에 (집으로) 돌아가 메일을 순서대로 확인하고, 그 상황을 복기했다. 그걸 거의 한 2년 가까이 했다. (그동안) 기억을 복구하는 데 거의 시간을 다 썼다."

딜로이트안진(아래 안진) 회계사 출신 오아무개씨는 10일 4주에 걸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경영권 승계의혹 공판의 증인 신문을 마치면서 이같이 말했다. 재판부가 3년여 전 검찰 조사 당시보다 법정 진술이 더 명확한 이유를 물었기 때문이다. 오씨는 삼성물산 측 입장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비율 적정성 검토보고서'를 도출하도록 주문 받은 안진 측 책임 담당자였다.

오씨가 기억을 복구해 증언한 내용은 불법 승계 의혹 공판을 관통하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의 적정성 여부였다. 검찰 주신문과 반대신문, 다시 재주신문과 재반대신문을 이어가면서도, 오씨의 증언은 한결같았다. 검토보고서를 작성할 수 없을 만큼 양사간 합병 비율의 괴리가 발생했고, 문제를 공론화했으나 합병 과정의 주요한 순간에 해당 보고서가 활용됐다는 주장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권성수) 심리로 진행된 오씨의 심문은 3가지 '왜'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됐다. ▲삼성 측은 왜 해당 보고서를 생산토록 했으며 ▲오씨는 왜 이 보고서를 쓰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오씨의 반대 의견에도 왜 해당 보고서가 합병 찬성 논리를 끌어내는 데 사용됐는지 여부 등이다.

왜 '억지로' 작성했나

"한쪽은 낮고, 한쪽은 높은 구조인데 부회장의 지분은 높은 쪽에만 있으니... 이건 누가봐도 (삼성)물산 입장에서 제대로 검증을 안 하면 대외적으로 챌린지(문제제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씨는 보고서 작성 경위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양사간 순자산과 시가총액 사이의 괴리를 먼저 설명했다. 오씨는 "(이 괴리 때문에) 초반에 제대로 (검증을) 해봐야 하지 않겠나 했는데 여건 상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고, 주가 수준에 부합한 보고서를 내긴했지만 그 자체로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은 애당초 해당 보고서는 안진 측에서 먼저 제안한 문서라고 반박했다. 2015년 5월 초 논의 초기 단계 당시, 안진 측이 먼저 해당 보고서가 '필요하다'고 삼성 미전실 측에 설명했다는 취지다. 증인은 "그 선후관계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시점을 거슬러 올라갔다. 2015년 4월 말, 안진 측에 업무를 요청하기 전 합병 실무를 자문한 삼성증권에서 이미 회계법인이 "합병가액이 평가범위 내에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역할 분담을 마쳤다는 요지다. 오씨는 "자료가 맞다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왜 '억지로' 제출했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 간 부당한 합병을 지시·승인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 간 부당한 합병을 지시·승인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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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사인 내 입장에선 숫자를 맞추라는 식으로 받아들였다."

쟁점은 도출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보고서를 오씨가 어떤 이유로 결국 제출할 수밖에 없었는가다. 오씨는 "삼성물산 측으로부터 직접 합병비율을 맞춰라고 들은 건 없다"면서도 "그러나 '합병비율 괴리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을 때, 삼성물산 측 담당자가 '이런 건 필요 없다'며 질책하기에, 당연히 주가 수준에 부합한 보고서를 원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오씨가 '미전실과의 관계'를 걱정하는 회사 측을 신경쓸 수밖에 없었던 정황도 언급했다. 검찰은 "(삼성물산 측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후 (안진 부대표인) 정아무개를 만났는데, 보고서를 안내면 미전실과의 관계가 끝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면서 "주가수준에 맞추되, 이사회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제약사항을 달아 발행하겠다고 보고하고 작업을 계속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증인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미전실 간부진은 '특이한 보고서'가 아니라는 반박을 펼쳤다. '제약'이 달린 보고서는 다른 회사 간 합병에서도 제출된 사례가 있다는 주장이다. 미전실 측은 "검토보고서 최종본 표지에 유의 사항을 넣은 것은 특별히 추가한 내용이라고 했는데, 안진이 작성했던 (2014년 당시) 다른 회사간 합병 검토보고서에도 같은 문구가 기재돼있다"고 제시했다. 증인은 "제약사항이 많으면 그 조건을 명백히 기재했다"고 말했다.

왜 '외부 공개'를 반대했나

검찰 : "미전실과 회의하며 합병비율 보고서의 문제점을 이야기했다고 했는데 시점은 언제인가."

증인 : "2015년 6월 28일경이다."

검찰 : "어디서 만났나."

증인 : "미전실에서 만났다."


이날 공판에선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은 새로운 내용도 나왔다. 합병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ISS(해외 의결권 자문사)가 2015년 7월 3일 합병 반대 권고를 하기 직전, 오씨가 미전실 관계자와 만나 합병비율 보고서의 문제점을 전달했다는 증언이었다. 반대 권고 직후인 7월 4일에도 삼성물산 측에서 긴급 회의를 요청해 그 자리에서도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고 했다.

검찰은 "수차례 안진이 문제 사항을 미전실과 삼성물산 측에 설명했고, 안진 내부에도 말했는데 왜 (삼성 측은) 보고서 자체를 외부로 제출하려 한 거냐"고 물었고 증인은 "모르겠다"면서도 "우리 법인의 이름을 이용하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검찰은 또한 해당 보고서가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전달되고, 증인으로 하여금 주주총회에 참석토록 한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국민연금에도 이 보고서를 주고, 주주들에게 안진 평가팀을 내세워 (합병비율 검토 사실을) 설명하게 했다면 큰 문제가 아니냐"고 물었다. 증인은 멋쩍게 웃기만 했다.

미전실 측은 증인이 2015년 7월 12일 당시 동료와 나눈 메일을 제시했다. 주주총회 참석 사실을 통보 받은 직후의 시점이다. 미전실 측은 "이 메일에서 증인은 삼성물산도 (보고서의 한계를) 이미 다 아는데, 미전실은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고 증인은 "그때는 제가 (미전실에 전달한 사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합병비율 적정성 여부에 대한 안진 출신 회계사들의 증언은 3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후 공판에선 삼성증권, 삼성물산 등 합병팀과 함께 소통하며 깊숙이 업무에 관여한 안진 측 실무진이 차례로 증언대에 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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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 사건팀. 가서, 듣고, 생각하며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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