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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녹조 물이 논으로 들어가 논에서 녹조가 증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녹조 독이 쌀에서도 검출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낙동강 녹조 물이 논으로 들어가 논에서 녹조가 증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녹조 독이 쌀에서도 검출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 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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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이 불안하다."

4대강사업 이후 녹조가 창궐했던 낙동강·금강의 물로 재배되었던 농작물에서 발암성과 간·폐·혈청에 영향을 끼치고, 정자수 감소를 가져오는 독성물질인 '남세균(Cyanobacteria)'이 검출되었다.

<오마이뉴스>와 양이원영·이수진 국회의원, (대구)환경운동연합, <뉴스타파>는 8일 오전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세균' 검출 사실을 공개했다.

낙동강·금강 주변 노지 재배 작물인 쌀·무·배추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고, 이는 프랑스 '안전 기관 생식 독성 가이드 라인'의 2~6배이며 최대 11배 가량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 또 간·신장 독성물질인 실린드로스퍼몹신이 지하수에서 검출되었고 이는 국내 첫 사례다.

앞서 환경운동연합은 이승준·이상길 교수팀(부경대)에 의뢰해 조사·분석했다. 대상 농작물은 금강 하류 부근 정미소에서 쌀(10kg), 낙동강 중류 부근 밭에서 자란 무(5kg), 낙동강 하류 밭에서 키운 배추(15kg)다.

이 농작물은 모두 농수로를 통해 들어온 낙동강·금강의 물을 준 노지 재배로, 모두 지난 2021년 11월 구입한 샘플이다.

남세균 독성은 음용만이 아니라 피부접촉, 레크레이션 활동과 강 주변에서 공기 중 미세먼지와 같은 액체 미립자(에어로졸) 형태로 인체에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질은 먹을거리를 통해 인체 유입된다는 국내외 연구 사례가 있다.

학계에서는 남조류(독성, 녹조라떼)를 하나의 독립된 세균인 남세균으로 구분하고, 남세균 독성이 시아노톡스(Cyanotoxin)이며, 이번 분석에서 검출된 종류는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과 실린드로스퍼몹신(Cylindrospermopsins)이다.

담수와 해양 시아노박테리아 생성 생물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은 간 비대, 만성 염증, 간세포 괴사, 폐포 격벽이 두꺼워짐, 세포연접의 붕괴, 폐포 붕괴, 아미노전이효소 증가, 전체 단백질 감소, 인지 장애, 기억 관련 뇌 영역 염증, 정자 수와 운동성의 감소, 비정상적인 정자 형태학 등 영향에다 발암성을 갖고 있다.

측정 결과 쌀에서 1.3μg/kg, 무에서 1.85μg/kg, 배추에서 1.1μg/kg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다.
 
<오마이뉴스>, 양이원영·이수진 국회의원, (대구)환경운동연합, <뉴스타파>는 8일 오전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과 금강에서 '남세균' 검출 사실을 공개했다.
 <오마이뉴스>, 양이원영·이수진 국회의원, (대구)환경운동연합, <뉴스타파>는 8일 오전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과 금강에서 "남세균" 검출 사실을 공개했다.
ⓒ 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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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은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쌀(1.3µg/kg)을 성인이 하루 300g, 소아가 150g 취식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섭취량은 성인과 소아 각각 0.39, 0.195µg/kg이 되고, 무(1.85µg/kg)와 배추(1.1µg/kg)를 합해 성인은 하루 100g, 소아는 50g을 섭취한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 섭취량은 성인과 소아 각각 0.295, 0.147µg/kg이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주 환경보호국 환경건강위험평가소(OEHHA)는 간 병변 기준 농도(0.0064µg/kg-day), OEHHA와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은 정자 수 감소(생식 독성 기준) 농도를 0.0018, 0.001µg/kg-day를 기준으로 제시해 놓고 있다.

이를 60kg 성인과 30kg 소아의 하루 섭취 허용량 기준으로 계산하면, 간 병변의 경우 OEHHA 가이드 라인에서 쌀은 1.01배 초과했고, 무·배추는 기준치의 77% 수준이며, 생식 독성은 OEHHA 가이드 라인에서 쌀은 3.61배, 무·배추는 2.7배 초과했고, ANSES 가이드 라인에서 쌀은 6.5배, 무·배추는 4.9배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결과는 강물 속 고농도 마이크로시스틴이 주변 농경지 작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지난해 7~8월 낙동강·금강에서 매주 두 차례 채수했던 샘플 가운데 22개 지점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실린드로스퍼몹신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낙동강·금강 분석 샘플 21개(낙동강 16, 금강 5)에서 모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미국 물놀이 금지 가이드 라인(EPA, 15ppb) 초과는 8개 지점이다.

낙동강은 매곡취수장 부근(25.20ppb), 강정고령보 상류 우안(26.58ppb), 이노정 부근 좌안(26.50), 국가산단취수장 부근 좌안(16.91)이고 금강은 용두양수장(48.74), 웅포대교 수상스키장 부근(23.99), 어부 배터 선착장(26.12), 서포양수장(21.71)이다.

낙동강 주변 지하수에서도 실린드로스퍼몹신이 검출됐다. 환경운동연합은 2021년 8월 4일 채취했던 경북 고령 객기리 연리들 지하 관정 샘플에서 2.64ppb가 검출됐고, 이는 남세균 독소의 지하수 검출 국내 첫 사례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4대강 주변 지하수 수위 변동에 관한 연구는 있었으나, 남세균 독성 조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한 셈이다.

  
낙동강-금강 실린드로스퍼몹신 분석 결과.
 낙동강-금강 실린드로스퍼몹신 분석 결과.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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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남세균의 경고, 응답하라 대선 후보여"​​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회견문을 통해 "4대강 남세균의 경고, 응답하라 대선 후보여"라고 외쳤다.

이들은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녹조라떼' 독성이 우리 식탁에서 검출됐다"며 "녹조라떼 창궐 10년이 넘도록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담지자로서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가? 녹조 관련 국내외 전문가와 민간단체가 수없이 사회적 경종을 울렸음에도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라고 따져물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이들은 "지난해 11월 채집한 쌀과 배추, 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것은 녹조 번성 시기 출하 작물의 경우 더 고농도 독성이 포함될 수 있다는 걸 가정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외 사례처럼 다른 작물과 어패류에서도 축적될 수 있다"며 "농산물은 지역 내 소비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유통된다. 원산지 표시제는 국내산만 돼 있을 뿐 녹조 창궐 지역에 대한 정보는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시기별, 지역별로 체계적인 조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하수에서 검출된 실린드로스포몹신에 대해선 "해외에선 이미 녹조 창궐 지역 지하수에서 독성이 검출된다는 연구가 있듯이, 우리도 남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며 "맹독성을 지닌 마이크로시스틴과 실린드로스포몹신 검출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부끄러운 자화상이다"고 성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사업 이후 지난 10년 넘게 남세균은 우리 사회에 경고를 보냈다"며 "우리 강이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는 걸. 우리는 역사를 통해 강이 지속가능하지 않았을 때 사람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라는 걸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후보들이 남세균 독성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생식 독성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면서 남세균 독성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을 위해 민간 전문가, 민간단체와 함께 위험평가, 위험관리, 위험 국민 소통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그:#낙동강,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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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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