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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를 딱 하루 가지 않았다. 내 인생의 결석은 그날이 유일하다. 다른 애들은 학교에 있는데 나는 집에 있다는 생경한 느낌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를 제외하고는 남들과 똑같이 학교에 가고, 밥을 먹고, 잠을 잤지만, 마음은 비어있던 시기. 시험 기간이 언제인지,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질문할 줄은 알았지만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는 질문할 줄 몰랐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마음을 채워줄 질문'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았다.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작가 임하영씨는 학교를 하루도 다니지 않았다. 그 대신 가족, 친구, 자연 속에서 지냈다. 언스쿨링(재택학습이라고 하며 학생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것을 배우게 하는 교육철학 또는 그런 체계)을 통해 사람을 배우고, 생각하는 방법을 익히고, 경험이 주는 의미를 깨달았다. 시험 기간과 범위와는 상관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질문하며 성장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어도 '마음을 채워줄 질문'을 매일 생각하면서 살았다.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긴 이 책은 몇 년 전에 출판되었다가 작년에 다시 나왔다. (2017년에 나왔던 책인지 모른 채) 새로 나온 책에 눈길이 간 것은 표지에 적힌 '혼공으로 미네르바 대학을 가다'라는 광고 문구 때문이었다. 그곳은 일반적인 학교와 달리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교육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그 방법이 궁금했다.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적혀있다면 따라 해 보고도 싶었다.
 
글쓴이는 오늘도 자신만의 인생길을 잘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글쓴이는 오늘도 자신만의 인생길을 잘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 천년의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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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미네르바 대학의 교육방법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언스쿨링을 하면서 고군분투한 성장기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 자칫 지겨울 수 있는 세계 지리와 역사를 자신만의 참신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홍세화, 손미나 같은 멘토들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편지를 보내 현명한 답을 얻고, 믿음직한 이유로 영어권이 아닌 프랑스로 가서 공부하려고 결심하는 등.

제도권 학교를 다니지 않았기에 더 많은 선택을 해야만 하는 삶을 살면서도 어쩜 그렇게 멋진 방법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지, 대견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안타깝기도 했다. 

인생은 B(Birth:탄생)와 D(Death:죽음) 사이의 C(Choice:선택)라고 하는데 나이도 어린 학생이 그 어려운 C(Choice:선택)를 묵묵히 잘해 나가는 것이 대견했다.

시간은 좀 걸려도 스스로 그 길을 찾아가도록 주위의 어른들이 믿어주고 격려해주며 함께 고민하는 환경이 부러웠다.

우리가 작가만 할 때는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떻겠니?"라고 말해 주는 어른보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그냥 그렇게 살라고 하는 어른들이 많았다. 그래서 안타까웠다. 돌고 돌아 이제야 시스템에서 벗어나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학교는 매일 다녔지만 빈틈이 많았던 부분을 채우고 싶어 늘 책을 찾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나를 찾는 여정을 즐겨야겠다고. 그래서 인생 2막은 더 풍요롭게 채워보자고. 그러니 나처럼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은 어른들이 읽어도 와닿는 것이 많을 책이다.

그리고 책 표지에 언급된 미네르바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이들이나 그 부모들이 읽어도 생각할 거리가 많을 듯하다. 영어 성적이 몇 점 이상이어야 하는지, 자기소개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나와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책을 읽고 나면 소위 '요즘 뜨는 대학'에는 설령 들어가지 못한다 해도 진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진짜'가 되어 살아가는 멋진 시간을 거치면서 나를, 가족을, 그리고 세상을 좀 더 좋게 바꿀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책도 어떤 사람들이 모이면 세상이 바뀌는지 말하고 있다.
 
"필드를 잘 아는 사람,
이론과 구조를 잘 아는 사람,
다방면에 두루 관심이 많으면서 이 둘과 다른 이들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 
이 셋이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한 분야에서 잔뼈가 굵어진 사람, 통찰력이 있는 사람, 팔방미인이면서 사람을 잘 알아보는 사람이 모이면 세상이 바뀐단다. 여기에 하나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 낸 사람의 지혜까지 더해진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작가뿐만 아니라 우리 안에도 그런 힘이 있음을 알아채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 혼공으로 미네르바 대학 가다, 개정판

임하영 (지은이), 천년의상상(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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