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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 인월면 성산리 입구에는  흥부가 태어난 마을임을 알리는 동상이 서있었다.
 남원시 인월면 성산리 입구에는 흥부가 태어난 마을임을 알리는 동상이 서있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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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전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흥부전>의 작품 배경과 무대가 남원이다. 남원은 <춘향전>과 <흥부전> 등 설화의 근원지이면서 판소리의 전성지라는 게 널리 알려져 있다.

남원시에서는 흥부가의 '제비노정기'와 '박타령' 등에 나오는 지명 등을 근거로 하여 1992년 경희대학교 민속학연구소에 고증용역을 의뢰하였다. 문헌조사와 현지 조사 방법 등으로 이루어진 조사연구에서 흥부전은 단순한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 바탕을 둔 설화를 판소리로 짠 것으로 무대의 배경은 '인월면 성산리'와 '아영면 성리'가 중심이다.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설화(박첨지 설화, 춘보 설화) 내용은 부자인 형과 가난한 동생에 대한 얘기로 형인 박첨지는 부자임에도 구두쇠였고, 동생인 춘보는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살아 부자가 되어 이웃에 많은 선행을 베풀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소재를 근거로 권삼득과 같은 옛날 명창들이 판소리로 <흥부가>를 짜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박첨지 설화'에 근거하여 인월면 성산마을이 흥부와 놀부의 고향으로 '춘보설화'에 근거하여 아영면 성리마을이 놀부에게 쫓겨난 흥부가 부자가 된 발복지로 밝혀졌다.

흥부 놀부 탄생지 인월면 성산리

지금도 두 마을에서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삼월 삼짇날(제비 돌아오는 날) 박첨지의 제사와 정월 보름날 춘보망제를 지내오고 있다. 또한 남원시에서는 음력 9월 9일(제비 강남가는 날)에 흥부제를 열고 있다.

지난 1월 남원향토사학자 김용근씨와 함께 <흥부전> 발상지인 전북 남원시 인월면 성산리를 방문했다. 마을 입구에는 지리산을 배경으로 '흥부마을 출생지'라는 글귀가 새겨진 돌비석과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여럿 있는 흥부네 식구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흥부 형제가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집은 마을의 맨 위쪽에 있었다. 시골 마을 구조를 보면 산비탈 맨 위쪽에 자리한 집은 대개 잘 사는 집이 아니다. 옛날 가난했던 시절의 흥부네 집을 연상하며 방문했는데 깨끗하게 개량한 집으로 안내판도 없었다. 김용근씨가 마을 아래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흥부마을 모습
 흥부마을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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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 인월면 성산리에 있는 흥부마을 안내 간판 모습
 남원시 인월면 성산리에 있는 흥부마을 안내 간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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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형상을 보면 마을도 작고 논밭이 별로 없어 부유한 동네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저기 보이는 산등성이에 합미성이 있어요. 저 팔량치 고개를 넘으면 경상남도 함양이고 이쪽은 전라북도 인월입니다."

이 마을에 접한 팔량재는 해발 513m의 준령으로 영.호남의 관문인 국도가 통과하고 있는데 일찍이 1592년 임진왜란때 조경남 등 8명의 장군이 이 고개에서 용전끝에 왜적을 섬멸한 공이 있다하여 팔량재라 이름지었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구분 짓는 팔량재가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흥부전>에서 전해 내려오는 흥부의 고향을 찾는데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남원군 용역으로 <흥부전> 발상지 찾기 고증 조사사업에 참여한 경희대학교 민속학연구소가 발간한 <흥부전 발상지 고증> 자료가 이를 증명해준다.

자기 마을이 '흥부마을'이라고 주장해 온 마을은 '인월면 성산리'와 '아영면 성리' 두 곳이다. 두 마을이 각각 제시한 증거가 문헌적 고증의 결과와 일치하는지, 그리고 <흥부전>과 얼마나 관련성이 있는지를 조사한 경희대 김창진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놀부 흥부의 고향이 구체적인 행정구역상의 지명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서편제 명창 김창환의 <홍보가>에서 부터이다. 짐작컨대 옛 판소리 명창들 간에는 암묵적이나마 <흥부전>의 발상지에 대한 지식이 전수되어 내려왔었으리라고 생각된다."

<흥부전> 박헌봉 개작본(1966)에 기록된 내용이다.
 
"경상도는 함양이요. 전라도는  운봉인데 운봉 함양 두 어름에 박가 형제 있었으니 놀보는 형이오 그 아우는 흥보였다"
 
김창진 책임연구원은 "신재효본과 김창환의 '흥부제비노정기', 장판개의 '놀부제비노정기' 의 세 개의 이본들이 가리키는 <흥부전> 발상지가 인월면 성산리라는 것이 거의 틀림없다"고 설명했다.

<흥부전>이 현대인들에게 주는 의미
    
흥부 놀부가 태어났다고 여겨지는 집으로 마을 맨 꼭대기에 있었다. 누추한 집일 것이라 여기고 방문한 집은 현대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흥부 놀부가 태어났다고 여겨지는 집으로 마을 맨 꼭대기에 있었다. 누추한 집일 것이라 여기고 방문한 집은 현대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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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이 비록 18~19세기에 널리 애창됐지만 오늘을 사는 현대인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김창진 책임연구원은 "오늘날 우리 한국 사회는 놀부 같은 황금만능주의자나 물신 숭배자들이 많이 있다. 인간의 가치보다 돈의 가치를 비롯한 신분, 지위 등의 가치를 더욱 높이 바라보는 풍조가 있다"고 일갈했다. 김창진 책임연구원이 덧붙였다.

"<흥부전>에 나오는 흥부의 사상으로 '인간 존중 사상, 생명 존중 사상, 공존 공영 사상'을 들 수 있지만 놀부 철학은 황금만능, 생명경시, 이기주의로 귀결지을 수 있어요."

흥부와 놀부는 과거형 인물이 아니라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두 인간군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흥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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