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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우파들이 '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그토록 부인하고 은폐하려고 하는지'를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폭로한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의 감독 및 영화배급사가 영화 상영 금지를 다투는 일본의 소송에서 승소했다. 즉, 위안부를 둘러싼 법정의 '주전장'에서 우파에 완승을 거둔 것이다.

일본 도쿄지방법원은 1월 27일 영화 <주전장>의 상영 금지와 초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 소식은 우리나라에도 보도를 통해 즉각 알려졌다.

판결문을 자세히 살펴보니 단순한 기각을 넘어 우파들의 완패였음이 드러났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후지오카 노부카츠 부회장과 미국인 변호사 켄트 길버드 등 원고 5명이 이 재판에서 제기한 주장은 세 가지다.

첫째는 이 영화의 감독인 미키 데자키씨가 석사 졸업 영화를 제작한다고 설명해 상업 영화로 상영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는 데자키 감독이 준비한승낙서에 "촬영, 수록한 영상과 사진, 음성을 촬영 때의 문맥에서 떨어져 부당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쓰여 있는데, 이것이 편향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영화 도입부에 '역사수정주의자', '부정론자' '내셔널리스트' '극우' '차별주의자' 등으로 표현한 것은 자신들의 저작자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88페이지에 이르는 긴 판결문을 통해 원고의 주장을 하나하나 물리쳤다. 재판부는 첫 번째 쟁점에 관해 "제작한 영화가 원고들에 대한 취재 시점부터 일반에게, 경우에 따라서는 상업용으로 공개될 것을 감추었다고 할 수 없고, 데자키씨가 원고가 주장하는 기망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쟁점에 관해서도 "데자키씨가 원고들에게 취재 신청을 하고, 또 서면에 서명 날인을 요구한 것으로 봐 원고들이 주장하는 기망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원고가 각 허락을 하면서 착오를 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영화에서 원고들을 '역사수정주의자' 등으로 소개한 것은 원고들에 대한 데자키씨의 의견 내지 논평으로 이해한다고 재판부는 말했다. 또 녹화 영상의 일부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등 원고들의 의견을 고려해도 영화에 나온 표현이 원고들의 사회적 평판을 저하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에서 우파들이 완패했다는 것은 재판부가 소송 비용을 양쪽에 분담시키지 않고 소송을 제기한 원고 부담으로 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서부지법이 최근 열린 문화방송의 김건희씨 7시간 녹취록 공개와 관련해 김씨쪽이 낸 방송금지 가처분 재판에서 사실상 문화방송의 손을 들어주면서 소송비용의 5분의 1을 문화방송이 내도록 한 것과 비교해 보면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 수 있다.
 
미키 데자키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 시사회에서 아베 정권의 무역보복과 상영중지를 요청하고 있는 일본 우익 인사들에 의해 자신의 작품이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며 '아베 정권이 감사하다'는 익살을 부리고 있다. 2019.7.15
▲ "주전장" 미키 데자키, "고마워요 아베" 미키 데자키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 시사회에서 아베 정권의 무역보복과 상영중지를 요청하고 있는 일본 우익 인사들에 의해 자신의 작품이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며 "아베 정권이 감사하다"는 익살을 부리고 있다. 2019.7.15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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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 끝난 뒤 데자키 감독은 "재판관이 양쪽의 의견을 듣고 난 뒤 오늘의 판결을 낸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판의 목적은 이 영화의 평가를 훼손하고 상영을 막기 위한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재판의 승리는 일본의 표현의 자유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이 재판이 표현의 자유의 상징이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라고 말했다.

"만약 이 재판에서 졌다면 논쟁적인 주제의 영화를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줬을 것이고, 위안부 문제를 거짓으로 몰아갔을 것"이란 점도 덧붙였다. 이 영화 배급사인 도후의 대표도 "원고의 재판 목적이 영화에 대한 항의와 우리들을 벌 주는 것인데, 그 주장이 기각되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 제작 당시 조치대(상지대) 대학원 석사과정 학생이었던 데자키 감독은 3년간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을 넘나들며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30여 명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졸업 영화를 제작한 뒤 2019년 4월 일반 공개했다.

이에 미국인 변호사 켄트 길버드, 새역모의 후지오카 노부카츠 부회장 등 영화에 출연한 우파 인사 5명은 자신들의 뜻을 묻지 않고 영화를 공개했다는 이유로 그해 6월 상영 금지와 13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영화는 일반 상영과 동시에 상영 중지를 요구하는 일본 우파들의 맹렬한 반발로 오히려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같은 해 7월 한국에서도 개봉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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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설위원실장과 오사카총영사를 지낸 '기자 출신 외교관', '외교관 경력의 저널리스트'다. 미디어, 한일관계 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으며 1인 독립 저널리스트를 자임하며 온라인 공간에서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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