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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사회, 청년들이 숨 쉴 틈 없는 현실입니다. 청년은 시대의 얼굴이 아닐까요. 청년들이 무엇에 분노하는가, 무엇에 웃고 열광하는가가 그 사회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의 삶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청년들을 만납니다. 건조한 분석과 통계만으로는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다양한 삶과 고충을 전부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를 보는 청년들도 인터뷰하고 싶어요! 연락주세요! - 기자 말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20대 청년 이수정씨를 만났다. 회사원이 '부캐'이고 문화예술활용이 '본캐'이지만 쏟는 시간은 어쩔 수 없이 상반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자기정체성을 찾고 싶었고 첫 시작이 부산이라는 지역에 대한 탐구였다. 지역의 근간을 찾으면 나의 정체성의 일부 또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자연스럽게 지역기반의 예술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거주하는 동네부터 살기좋은 마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만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마을을 둘러싼 논의, 논쟁을 많지만 '나는 끼워주지 않아요'라고. 그래서 멀리 떨어진 영도까지 가서 마을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나'를 표현하는 사진
 "나"를 표현하는 사진
ⓒ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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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인으로서 한국사회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내가 열심히 하는 활동이 아무도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지 않는 사회요. 이력서를 쓸 때 많이 느꼈어요. 부산에서 어떤 기업이든 나의 이력을 써넣을 수 있는 곳은 없어요. 공모전도 아니고, 직장 경력도 아니니까요. 자기소개서에 '저는 이런 걸(문화기획사업) 열심히 했습니다.' 정도로 쓸 수밖에 없는 게 황당하죠.

보통 주변 사람들은 제 활동 얘기를 들으면 '별걸 다하네'라고 해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대화를 이어가기도 힘들고 기운이 빠져요. 저는 경계를 허물고 싶어요. 아직도 문화예술활동이 그들만의 리그로 많이 여겨져요. 사람들과 문화예술을 이어주고 싶어요."

- 문화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부분인데,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지는 이유가 뭘까요?

"그러니까요! 다들 어렸을 때부터 미술학원을 다니거나 방과 후 프로그램을 하거나, 교과과정에 주마다 미술 시간이 있었잖아요. 그 시간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음악은 듣고 나서 '좋다, 별로다, 내 취향이 아니다.'라고 쉽게 이야기되는데, 미술은 일단 접근부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아요.

의식주만 해결돼도 인간의 기본권이 충족되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지금은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시대가 왔는데 우리는 기성세대의 교육을 받으면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건 아닐까요?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절대가치(대학, 직장, 결혼 등)에 밀려 예술을 알고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없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것들이 문화예술인들을 점점 더 그들만의 리그로 내모는 것 같아요."

- 청년문화 관련 각종 프로젝트 사업의 문턱이 높다고 느껴지는 건 사실이에요. 왜 그런 것 같은가요?

"모든 사회적 기업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펼치는 기업의 행보와는 반대로 해당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기본권은 잘 지켜지지 않아요. 좋은 사회를 위한다는 목표하에 초과 근무를 하는 등이요.

저희가 하는 활동에도 일부 적용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2018~2019년 당시, 공모사업에 당선되더라도 인건비로 쓸 수 있는 돈이 하나도 없었어요.

1000만 원짜리 사업을 해도 우리가 누군가를 섭외할 때는 인건비를 책정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는 우리를 위한 인건비는 책정할 수 없었죠. 그나마 다행인 건 프로젝트 회의마다 식비를 책정할 수 있어서 한 번의 회의 인당 만 원 정도를 쓰며 함께 식사와 다과를 함께 했어요.

자신의 시간을 희생하면서 '부산시민의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높이기 위해', '청년문화 활성화를 위해' 한 끼의 식사 정도를 보장받고 7개월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당연히 다 나가떨어지지 않겠어요? (웃음)"

- 사회적·제도적으로 보장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공모사업을 지원할 때 예산규격과 정산 절차가 좀 더 완화됐으면 해요.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나서 예술인들이 우스갯소리로 '두 번은 못하겠다'는 말을 해요. 사업을 진행해보면 가끔 내가 예술가인지 행정가인지 헷갈려요.

그리고 성과보고서를 쓰고, 예산을 정산하는 시간을 작업시간에 투자했다면 좀 더 좋은 작품이 나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고요. 그리고 지원금 사용이 필요한 항목은 '재산으로 남을 수 있는 항목'에 적용되기에 활용이 어려운 것 같아요. 창작의 자유와 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조건 없는 후원이 필요해요.

문화예술인이라고 소개하는 저도 실제 쓰는 시간은 생계유지에 더 치중되어 있어서 예술활동과 생계를 같이 꾸려나가는 게 쉽지 않은 게 고민이에요. 제가 문화예술인으로 발돋움한 계기는 '문화예술교육사'라는 자격 제도였어요. 예술계열 전공자들의 졸업 후 밥벌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 알고 대학생 때 취득했던 건데 아직도 공신력 있게 써먹지를 못하네요!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이러한 자격 제도가 자리 잡지 못하고 이력서를 채우는 한 줄로 자리 잡아서 안타까워요. 제가 단체에 속해있을 때는 공모사업 지원 시 가산점으로 적용됐는데, 개인으로 활동하는 지금은 어디 내놓기 어려운 자격증이 돼버렸어요. 예술전공자와 문화예술활동가들이 보다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자격증의 전문력을 높이고 자격증 소지자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어요."

- 내가 정치인이 된다면 꼭 해결하고 싶은 게 있나요?

"2021년부터 부산 개금동 백병원 문제와 재개발 추진으로 제가 사는 동네가 들썩거리고 있어요. 지역발전을 위해 백병원의 개발이 필요해서 제 모교인 주원초등학교의 통폐합이 언급되고 있거든요. 작년 8, 9월쯤 병원에서 서명운동을 추진했을 때 모교가 어떤 이익을 위해 폐교를 논해야 한다는 사실이 속상했어요.

그런데 단순히 여기서 끝낼 문제는 아니더라고요. 백병원은 저희 동네 사람들이 한 번쯤은 이용하는 대학병원이기에 개발이 필요한 건 맞아요. 그리고 병원이 확장되면 지역발전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을 거예요.

그렇지만 민간병원의 일방적인 학교 통폐합 주장은 당황스러워요. 제가 봤을 때 다수의 이익을 위한 소수의 희생이 밀어붙여지는 것 같았거든요. 한동안 긴 씨름이 이어지겠구나 싶었는데 작년 말에 개금 백병원이 동부산권으로 이전을 추진 중이라는 기사를 접하면서 결국은 모두가 당황스러운 결말로 끝나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사태는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에요. 제가 초등학생이었던 당시 친구로부터 학부모님으로부터 들어왔던 이야기였거든요. 지난 몇 년 동안 수많은 언급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간 부산시, 부산진구, 교육청 등이 어떤 논의를 거쳤는지,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들리는 소식이 없어서 답답해요.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뒤늦게 행동에 나서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형식의 결말도 지겨워요. 그래서 지금의 제가 정치인이 된다면 지역의 문제를 함께 다루고 소통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어요. 병원과 학교 그리고 인근의 아파트를 방문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방안을 함께 마련하면 좀 더 많은 사람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까요?"
  
- 기성정치가 청년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n포세대, MZ세대 등)를 많이 하는데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표심을 잡기 위한 키워드 같아요. 제가 대학원을 다니면서 논문을 쓸 때 텍스트에 사용되는 용어들을 저만의 언어로 해석해서 사용하는데요. 이런 것처럼 정계에서는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서 텍스트를 만들고 청년을 그렇게 지칭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자기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시대에 왜 아직도 기성세대들이 청년을 정의하나 싶기도 해요. 그런 말 있잖아요. '까도 내가 까.' 청년인 우리는 청년을 언급하거나 다룰 수 있는데, 청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청년을 언급하는 건 넌센스에요. 굳이 계속 '~세대'를 들먹이면서 '너희는 이런 게 필요 할거야' 식의 일방적인 대화를 요구하는 건 진짜 우리를 존중해서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 수정님이 바라는 정치는 어떤 모습인가요?

"어떤 방면에서도 정치인과 시민이 동일선상에 놓여있다고 생각이 들지 않아요. 특히 몇몇 의원들의 망언을 들으면, 그들 스스로가 시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일전에 KBS 스폐셜의 다큐멘터리에서 언급 된 덴마크 정치가 인스타그램 짤방으로 돌아다녀서 주의 깊게 봤는데요. 덴마크에는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드물고, 국민들도 그렇게 믿는다고 해요. 진짜 신기하지 않나요?

우리나라에서 실현이 가능이 어려워서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살아가는 방향에 있어서 정답은 없겠지만 소시민인 저는 기득권층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행보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행복하고 잘 살아가기 위한 정책이 생기면 좋겠어요.

그리고 '국민·시민 한 분, 한 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겠습니다'라는 공약이 말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국민들이 잘 살아가기 위해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많이 기울이는 정치를 바라요.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손쓰지 못해 앞선 '백병원 확장을 위한 주원초등학교의 통폐합 사례'처럼 좋지 않은 결말을 맡게 되는 상황들이 생기지 않는 그런 정치를요."

태그:#청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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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청년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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