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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로 지역대학들이 고사 위기에 처한 지는 오래다. 지난해 입시 결과 학령인구 감소는 현실화했다. 전국 대학들은 2021년, 입학 정원에 비해 4만586명을 채우지 못했다. 보다 심각한 건 미충원 학생 75%(3만458명)가 비수도권 대학에 집중됐다. 학령인구가 크게 감소한 원인은 저출산 때문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OECD회원국 가운데 수년째 꼴찌다. 출산율 1이하는 한국이 유일한데, 2019년 이후 3년 연속 1을 밑돌고 있다. 2024년이면 미충원 학생을 10만 명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을 것이란 지역대학 악몽 시나리오는 보다 빠르게 진행될 게 분명하다.

지역대학 육성은 지역대학을 살리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축이 무너지는 심각한 문제다. 지역대학이 문을 닫으면 지역인구 유출과 산업기반 붕괴는 불가피하다. 이 경우 지역은 낙후 가속화, 수도권은 주거, 교통, 환경 문제에서 한계에 처할 수밖에 없다. 국가균형발전이란 명제를 등한시하면 지속가능한 성장 또한 담보하기 어렵다.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명확함에도 그동안 정부 정책은 관행적으로 수도권에 집중돼 왔다. 모든 정권마다 지역균형발전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정책은 실효적이지도 지속이지도 못했다. 지역대학들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다.

'비수도권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협의회)'는 19일 국회에서 '지역대학 발전은 곧 국가균형발전'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한다. 협의회는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소속 비수도권 7개 권역 127개 대학 총장들로 구성됐다. 사실상 전국 지역대학이 망라됐다. 이들은 지역대학 발전을 위한 5대 정책을 담은 '정책청원문'을 발표하고 정부와 정당, 대선 후보 캠프에 전달했다. 핵심은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의무제 개선 및 지역 국·사립대 재정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협의회는 "지역대학이 직면한 위기 상당 부분은 사회구조적 문제와 정부 정책에 기인한다"면서 "이대로라면 지역대학 위기와 비수도권 소멸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비수도권 총장 협의회가 진단한 현실은 간단치 않다. 정부정책에 '지역대학 정책'이 빠져 있다. 이러다보니 대학 서열화 고착, 수도권 일극 집중은 고질화 됐다. 지역은 인재 유출과 기업 이전, 인구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지역인재와 지역대학은 국가균형발전에서 핵심 요소다. 지역인재들이 지역에 살면서 지역발전을 견인하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 정책은 겉돌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1000대 기업 본사 75.4%(754개소)와 인구 50.2%(2604만 명)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또 수도권 신용카드 사용액은 72.1%(389조원), 지역 내 총생산(GRDP)은 52.0%(1001조원)에 이른다. 매출 1000억 벤처기업 62.2%(384개)와 1000억 이상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도 92.6%(148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창투사도 91.3%(136개)에 달한다. 지역 총 소득에서 차지하는 수도권 비중은 55.6%(1080조원)로, 사실상 지역은 수도권 하청기지로 전락했다. 수도권은 비만을 걱정할 때 지역은 영양실조를 걱정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이 상태가 고착화할 경우 정상적인 국가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조언하고 있다.

비수도권 총장협의가 제시한 5대 정책은 기형적인 한국사회를 치유할 생각꺼리를 던졌다. 먼저 국립대학법을 제정해 거점국립대학 예산을 서울대 수준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현재 거점국립대학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서울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의무제 개선도 고려 대상이다. 현행 혁신도시법은 해당 지역 학생 30% 선발을 의무화하고 있다. 여기에 이전 지역 외 비수도권 출신 20% 채용을 추가하고, 지역인재 의무채용 결과를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실효성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지역인재들이 지역에 잔류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에서 정치권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국·공립 지역대학 무상 등록금제 역시 설득력 있다. 대학 등록금은 14년째 동결된 상태다. 등록금 전액 국가 부담은 적극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 대부분은 오래전부터 대학 무상 등록금을 시행 중에 있다. 지역 국공립대학만이라도 등록금을 전액 지원할 경우 대학 재정난 해소는 물론이고 수도권과 교육 격차 해소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역 R&D재정을 강화하고 관련법을 정비해 지역거점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회자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연장선상에 있다. 거점국립대학을 서울대 수준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면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제고가 기대된다.

UC대학으로 대표되는 미국 서부는 좋은 사례다. 19세기까지 만해도 독일에 뒤처졌던 미국은 연구중심대학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산업발전과 국가발전에 성공했다. 특히 낙후된 서부 캘리포니아는 10개 연구중심대학을 중심으로 오늘날 혁신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UC버클리, UC로스앤젤레스, UC샌디에고, UC샌프란시스코 등 10개 UC연구중심대학은 서부를 바꿨다. 통일 후 동독 지역에서 첨단산업 발전을 이룬 드레스덴 대학 드레스덴 클러스터, '말뫼의 눈물'로 유명한 스웨덴 말뫼대학과 외레순 클러스터, 영국 캠브리지 대학과 바이오 클러스터, 서리대학과 길포드 또한 연구중심대학을 발판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이룬 성공 사례다.

이런 관점에서 RIS 사업 확대 또한 절실한 과제다. RIS는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해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고 혁신역량을 높이는 사업이다. 정책 설계는 긍정적이지만 운용 방식에서 문제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4개 사업(충북, 광주‧전남, 울산‧경남, 대전‧세종‧충남)에 174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선정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불균형이다. 올해 신규로 2개 사업(700억 원)을 선정할 계획이지만 미 지정 지역(강원, 전북, 제주, 대구·경북, 부산)을 감안할 때 제한적이다. 5개 지역 거점국립대학 총장들은 지역 격차 완화 등 지역균형발전 도모라는 RIS사업 취지를 감안해 선정 지역을 3개로 확대해달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지역대학 총장들이 각종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처한 현실이 간단치 않다는 인식에서다. 그동안 정부 방침에 수동적으로 따랐지만 더는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한다.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 인구유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교육 격차 확대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하게 없다. 지역대학은 이 같은 난제를 방치할 경우 지방소멸은 물론이고 국가균형발전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동원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장(전북대학교 총장)은 "지역과 지역대학이 처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지속 가능한 고등교육을 목적으로 거점국립대학끼리 머리를 맞대고 있다. 거점국립대는 학사구조가 비슷하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교육 연합체제를 구축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국립대와 사립대 간 협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교육부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사업'과 '미래 모빌리티 혁신생태계' 사업은 지역경계를 넘어서는 좋은 전략이다"면서 "대학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획기적인 정부 정책과 함께 정치권 인식 전환을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국립대학법 제정과 재정 지원 확대, 서울대 수준 교육비 현실화,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의무제 개선, 국·공립 지역대학 무상 등록금제, RIS 사업 확대는 곧바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들이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정치권과 대선 후보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전 국회 부대변인으로 서울시립대 초빙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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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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