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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1동으로 들어가면 장인의 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기획도 좋고 내용도 흥미롭다. 전시를 들여다보는 여성을 그렸다.
 전시1동으로 들어가면 장인의 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기획도 좋고 내용도 흥미롭다. 전시를 들여다보는 여성을 그렸다.
ⓒ 오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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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원래 명당으로 유명했다. 세종대왕이 아끼던 왕자 영응대군의 집을 이곳에 지어주었고, 세종 당신도 이곳에서 승하하셨다.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도 이곳에 살았다. 이곳은 위치상 궁밖의 왕실 가족이 살기에 최적지였으며 이후에도 왕자, 공주등이 두루 살았던 곳이다.

조선말 고종은 이곳에 순종의 결혼식을 하기 위한 궁을 지었는데 동네 이름을 따서 안국동 별궁이라 칭했다. 사람들은 이를 줄여 안동별궁이라 했다. 1910년대에는 오갈데 없는 상궁들이 이곳에 거처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었고, 조선 왕조가 몰락했다. 왕실 소유였던 이 땅이 1936년에 민간에 팔린다. 1944년에 이곳에 풍문여자고등학교가 들어서서 70여년간을 학교로 사용했다. 풍문여고는 2017년 님녀공학으로 전환하면서 강남구 자곡동으로 이전하였다.

안동별궁의 건물들은 풍문여고가 들어선 뒤에도 한동안 제자리에 남아 있었으나, 학교 건물이 증축되면서 하나둘 사라져 갔다. 그 중 정화당은 우이동으로 옮겨져서 요정 '선운각'이 되었다가 지금은 메리츠화재 연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광루와 경연당은 고양시의 골프장 한양컨트리클럽 수영장 관련 건물로 사용되다가 문화재청에서 매입하여 현재 충남 부여의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경내에 있다. 일부 건물은 남이섬 유원지에 있다는 설이 있으나 아직 고증된 바는 없다. 안동별궁 건물들의 수난사를 보면 조선 왕가의 몰락이 오버랩 된다.
 
서울공예박물관. 유리로 된 부분이 안내동이고 왼편이 전시1동, 오른편이 전시 3동이다.
 서울공예박물관. 유리로 된 부분이 안내동이고 왼편이 전시1동, 오른편이 전시 3동이다.
ⓒ 오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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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풍문여고로부터 4186평의 부지를 1030억원에 매입했다. 평당 2460만원이다. 학교부지를 다소 저평가하는 것을 감안해도, 주변이 금싸라기 땅인 점을 고려하면 저렴하게 매입했다.

서울시는 이곳에 공예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설계 공모를 한다.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 송하엽, 천장환의 공동설계안이 당선되었다. 이 설계안은 기존 학교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여 과거의 기억을 남기고, 마당과 빈 공간을 두어 새로운 시간이 덧대어지도록 하였다.

또한 박물관 자체가 공예가 되도록 기획해 안내 데스크, 샹들리에, 의자, 건물 외장등을 공예품으로 만들어 설치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2021년 7월에 개관했다. 안국역 1번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박물관을 볼 수 있다. 담장을 허물고 마당을 빈 공간으로 두어 윤보선로와 율곡3로가 이어진다. 꽉 막혀 있던 답답하던 무언가가 확 뚫어진 듯 시원하다.

박물관 입구의 안내동으로 입장하면 박물관 가게와 카페가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사람이 몰리는 주말에는 예약을 해야하지만 평일에는 대체로 그냥 가도 된다. 전시 1동에 가면 박물관을 지으면서 설치한 공예 작가들의 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안내동의 샹들리에를 만든 김현철 작가의 방화 마스크와 유리를 잡는 집게가 전시되어 있다. 안내 데스트를 도자로 만든 이헌정 작가의 도구와 안내데스크 미니어처도 전시되어 있다. 전시의 아이디어도 참신하고 내용도 좋다. 오늘은 여기를 그려야 겠다.
 
전시 1동으로 입장하면 바로 보이는 전시. 박물관을 만드는데 참여한 공예가들의 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전시 1동으로 입장하면 바로 보이는 전시. 박물관을 만드는데 참여한 공예가들의 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 오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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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전시실로 가면 시대별로 품목별로 전시가 이어진다. 훌륭한 기획과 전시다. 그런데 관람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 조명을 매우 어둡게 해 놨는데, 지나치게 어둡다. 조금만 밝았으면 좋을 듯하다. 학교를 리모델링 해서인지 박물관 규모에 비해 전시실이 좀 좁은 듯하다. 통로도 다소 좁다. 개관 전시는 매우 훌륭하지만 앞으로 전시를 어떻게 이어갈지가 궁금하다. 

전시 3동으로 가면 자수와 보자기를 전시한다. 전시 3동 1층 로비에서 창밖을 보며 공예마당과 그 너머 건물들을 그렸다. 멀리 보이는 나무들 너머가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설 송현동 부지다. 위치로 보나 컬렉션의 질로 보나 세계적인 미술관이 될 듯하다. 서울 공예 미술관은 경복궁과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미술관과 함께 서울 도심의 문화 벨트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니, 이 자리가 과연 명당은 명당이다.
 
전시 3동에서 바라본 공예 마당. 오른편으로 보이는 나무 너머 송현 숲이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설 부지다.
 전시 3동에서 바라본 공예 마당. 오른편으로 보이는 나무 너머 송현 숲이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설 부지다.
ⓒ 오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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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울공예박물관, #풍문여고, #안동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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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스케쳐 <오늘도 그리러 갑니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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