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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월 15일은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조선글날', 곧 훈민정음 기념일이다. 남한은 한글(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을 기리지만, 북한은 창제한 날을 기리다 보니 기념일이 다르다.

북한이 훈민정음 기념일을 1월 15일로 삼은 이유는 훈민정음 창제한 날을 기리기 때문이다. 세종이 훈민정음 창제를 공표한 날은 1443년 음력 12월인데 달만 알고 정확한 날짜를 모르다 보니 음력 12월 15일을 기준으로 양력으로 바꾼 날짜가 1444년 1월 15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글 기념일이 다른 것이 분단의 상처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양성의 축복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창제한 날과 반포한 날 모두 중요하기 때문이다. 창제가 없었으면 반포도 없었을 것이며 반포가 없었다면 창제 또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통일되더라도 굳이 어느 하나를 택할 것이 아니라 두 날을 모두 기린다면, 한글의 가치로 볼 때 결코 과잉이 아닐 것이다.

북한이 '조선글날'이라고 하는 것은 '한글'을 남한의 용어로 보기 때문이다. 이 점은 무척 안타까운 점이다. 왜냐하면 '한글'이란 명칭은 분단 이전인 1910년 이후부터 쓴 용어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1994~1996년에 한국어정보학회가 주도한 자판 통일 국제학술대회 실무 간사로서 중국 연변에서 북한 학자들을 만나 직접 확인한 바로는 북한에서는 '한글'의 '한'을 '한국'의 '한'으로 생각하여 절대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용어 사용의 갈등이 아니라면 '한글/조선글'은 남북 통일의 주요 자산이요 가치다. 말은 많이 이질화되었다고 하지만, 문자는 서로 소통하고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매개체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행인 것은 남북 모두 한글 정신의 맥이 세종대왕, 주시경으로 이어지는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 북한의 한글 전용 주춧돌을 놓은 김두봉(북한 초대 부수상, 김일성 대학교 초대 총장)과 남한의 한글 전용의 주춧돌을 놓은 최현배 모두 주시경의 수제자이고 주시경은 세종의 한글 가치를 연구와 실천으로 모범을 보인 최초의 근대 학자요 한글운동가이기도 하다. 우리말 문법 또한 북한과 남한 모두 주시경이 세운 문법에 터박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조선글날을 맞이하여 남북 당국에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북한은 조선글날에 남한의 한글 전문가나 학자를 초청하고, 남한은 한글날에 북한의 전문가와 학자를 초청해 기념식을 함께 열고 한글이나 훈민정음 관련 국제학술대회를 함께 열어야 한다. 더욱이 한류 시대 한글 발전을 위해 한글산업화, 한글상품화 등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둘째, 1994년부터 1996년까지 남북중 학자들이 중국 연변에서 우리말 컴퓨터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합의한 남북 자판 통일안(대표_한국: 서정수, 중국: 김영철, 북한: 최기룡) 논의를 다시 이어가야 한다. 필자는 이때 실무 간사로 참여하여 3년간의 긴 합의 과정을 함께한 바 있다. 이런 소중한 합의가 정치적인 문제로 무산된 것은 남북 모두의 손실이다.

셋째, 한글 자모 명칭을 통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남한의 예외 명칭인 '기역, 디귿, 시옷'은 북한 방식으로 주시경 제안 방식이기도 한 '기윽, 디읃, 시읏'으로 바꿔야 한다(국민 청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3378). 1527년에 최세진이 훈몽자회에서 '기윽, 디읃, 시읏'을 한글로 적지 않고 이두식 한자로 적는 바람에 생긴 예외 명칭은 한글의 품격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한글 학습자를 괴롭히는 걸림돌이기도 하다.

한글과 한국어는 이제 한류의 중심으로 떠오를 만큼 그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때 한글의 가치를 남북이 함께 가꿔나간다면 통일의 주춧돌에서 통일의 기둥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1996 우리말 컴퓨터 국제학술대회 자판 통일 합의안, 대표 서명식(한국: 서정수, 중국: 김영철, 북한: 최기룡). @김슬옹
▲ 1996 우리말 컴퓨터 국제학술대회 자판 통일 합의안, 대표 서명식  1996 우리말 컴퓨터 국제학술대회 자판 통일 합의안, 대표 서명식(한국: 서정수, 중국: 김영철, 북한: 최기룡). @김슬옹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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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자모 명칭과 배열, 김슬옹(2019), ≪한글교양≫(아카넷) 136쪽.
▲ 남북 자모 명칭 남북 자모 명칭과 배열, 김슬옹(2019), ≪한글교양≫(아카넷) 136쪽.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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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학과 세종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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