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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시 웅천 평리마을 앞 석산 현황과 단지화 예정지역(노란 선 안)
 보령시 웅천 평리마을 앞 석산 현황과 단지화 예정지역(노란 선 안)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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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 웅천읍 평리. 이 마을 앞산에서는 일 년 열두 달 돌을 채취한다. 무려 17년째다. 5개의 석산업체가 채석 채취를 허가받은 면적만 해도 20만여㎡(약 6만여 평)에 달한다. 석산 주변에는 평1, 2리와 수부1, 2, 3리 등에 주민 500여 명이 살고 있다.

처음부터 20만㎡의 산을 파헤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석산 채취는 충남도 심의를 거친 후 관할지방단체인 보령시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고 채취 기간이 끝나면 복구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업체는 허가가 끝나면 인근을 추가 허가받는 방식으로 사업 면적과 기간을 늘렸고 그때마다 보령시는 추가연장 허가를 내줬다. 현재 평리 마을의 채석 업체는 지난 2005년께부터 대략 17년째 돌을 캐내고 있다. 

17년째 돌 캐내는 평리 마을 앞산

왜 보령시의 작은 마을 평리에 채석 업체들이 몰려들었을까? 평리 앞산에는 보령에서만 채취 가능한 남포 오석(烏石)이 있다. 오석은 벼루나 비석에 주로 쓰는 색깔이 검은 돌이다. 화강암보다 단단하고 철분 함량도 적어 비석이나 벼루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1970년대까지는 정과 망치를 이용해 수작업을 했고, 외부에 드러난 자연석 오석만 가공했어요. 80년대부터 장비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장비라고 해야 포클레인 정도고 200~300평의 소규모였죠. 그때까지만 해도 오석만 반출했어요." (김종집 노인회장, 80)

그런데 1990년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석산 개발 면적이 2만~3만 평으로 커졌고 장비도 대형화됐다. 장묘 문화가 변하고 값싼 중국산 오석 수입이 늘자 보령 오석 수요도 줄어들었다. 그러자 업체들은 오석 채취와 함께 공사용 골재에 눈을 돌렸다. 

이후 재앙이 마을을 덮쳤다. 잡석을 깨고 발파하면서 생긴 다량의 돌가루가 수시로 마을을 덮쳤다. 발파 진동으로 주택은 금이 갔다. 대형 덤프트럭이 마을 앞 도로를 오가면서 먼지 바람을 만들었다. 덤프트럭이 농사용 농로를 지나는 바람에 농로가 망가졌고 농기계는 트럭이 무서워 피해 다녀야 했다. 분진이 날려 여름에도 창문은커녕 장독대도 열 수 없었다. 돌가루가 마을 하천으로 유입돼 물고기도 전멸했고 급기야 주민들이 먹는 지하수까지 오염됐다.
 
채석장 앞 세륜장과 침사지 앞을 공사 트럭이 지나자 흙먼지가 일고 있다.
 채석장 앞 세륜장과 침사지 앞을 공사 트럭이 지나자 흙먼지가 일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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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차량고 주민 주거지를  가르는 방음벽과 먼지방지막. 방음벽이 심하게 훼손돼 있고 먼지방지망이 훤히 뚫려 있다.
 공사차량고 주민 주거지를 가르는 방음벽과 먼지방지막. 방음벽이 심하게 훼손돼 있고 먼지방지망이 훤히 뚫려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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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기자가 평리마을을 찾았을 때 마을 앞 하천은 뿌옇게 부유물이 섞여 있었다. 대형 트럭이 오간 탓에 농로는 심하게 파손돼 있었다. 도로 주변에 돌가루 분진이 쌓여 곤죽이 된 곳도 많았다. 트럭이 오가는 도로변 방음벽은 망가져 있었다. 먼지 방지막은 참새가 지나다녀도 될 만큼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제 기능을 못했다. 

"보셨죠? 이러니 주민들이 민원을 내고 항의하면 뭐합니까. 이렇게 눈 가리고 야옹하니..."(윤삼순 평2리 부녀회장)

그동안 일부 업체는 초과 채취, 불법 적치, 허가지 외 침범, 토석 무단반출, 토석허가변경신고위반, 명의변경 미이행 등 불법으로 형사처분이나 행정처분을 받았다. 그런데도 보령시는 허가 면적 작업이 끝나면 또다시 추가 채취허가를 내줬다.

"환경 피해, 생활 피해, 건강 피해, 재산 피해… 그 피해를 말로 다 할 수가 없어요. 보령시청에 민원을 내는 게 주된 일이 돼 버렸죠. 이러니 누구도 이 마을로 귀촌하려고 하지 않아요." (이상구 평 2리 이장)

주민들은 업체들의 허가기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보령시에는 채취허가를 더는  연장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주민들에게 지난 2020년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채석단지 추진에 주민들 "절대 안 돼"

석산업체들이 연합해 아예 평리 앞산(웅천읍 평리 산 14-21번지 일원)을 '보령 오석채석단지'로 지정해 달라고 금강 유역환경관리청에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낸 것이다. 사업 면적도 기존 허가받은 20만㎡(약 6만여 평)에다 신규 36만여㎡(약 10만 여 평)를 더해 56만㎡(약 16만 여 평)에 달한다. 사업 기한도 향후 28년이다. 

주민들은 즉각 반대투쟁위원회를 만들어 허가권자인 산림청과 협의 기관인 보령시, 충남도,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진정서를 냈다. 진정서에서 주민들은 "지금까지 지역특산품인 보령 오석을 캐기 위한 사업은 반대한 적이 없다"며 "문제는 오석을 핑계로 토석 채취를 주 사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고 업체들이 내세우고 있는 오석 채취는 토석 채취를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투쟁위원회는 거듭 "석산 단지화 사업은 절대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 개발한 석산도 자치단체의 안일한 대응으로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다"며 "추가로 28년간 산림을 더 파게 하면 효율적으로 복구가 된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반문했다.

"지금 채석사업장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돈벌이에만 급급한 무책임한 업체들이 모여서 더 큰 사업을 하게 되면 잘 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주민들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거지..." (마을주민 이현구)

투쟁위는 보령시에 현재 사업중인 업체에 대한 ▲개별 석산 간 거리 제한 통한 석산 난립 방지 ▲ 1차 허가종료 후 즉시 복구원칙 ▲ 분진 발생업체 허가취소 ▲농업용수 오염 방지 ▲ 채석장 유해물질 측정 ▲ 산림 복원 후 타 용도 사용금지 등 엄격한 관리를 주문했다.

이에 산림청과 금강유역환경청은 업체 측에 '능선부에 대한 원형보존과 주민생활 민원 예방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충남도는 '생활환경과 자연환경, 하천수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적정 사업규모 제시'를 주문했다.  
 
마을 앞 도로를 오가는 공사차량
 마을 앞 도로를 오가는 공사차량
ⓒ 주민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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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보령시가 업체 편만 들어"
보령시 "주민피해 줄일 지도점검 계속"


최근 들어 주민들은 보령시가 주민공청회를 준비하는 등 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관련해 시 관계자는 "보령시에서는 주민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주민과 사업자 간 의견 조율을 위해 나서고 있다"며 "업체 측이 단지화를 추진할 경우 주민과 상생 방안과 환경피해저감방안, 진출입로 단일화에 대한 보완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석산업체가 난립한) 상태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합리적인 개발과 제대로 된 복구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다만 아직은 산지관리법에 따른 세부적인 토목계획과 수량이 나오지 않았고 환경영향평가 초안 검토단계로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오찬문 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채석업체 측이 제대로 세륜시설을 갖춘 곳도, 운영하는 곳도 없어 채석장이 농업용수 오염원이 된 지 오래다"며 "그런데도 보령시가 업체의 채산성을 걱정하는 등 업체 편만을 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보령시를 비롯해 충남도와 산림청, 금강유역환경청 모두 업체가 아닌 주민 입장에 서서 판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보령시 관계자는 "업체 측이 침사지나 세륜시설을 개선해 주민 피해를 저감할 수 있도록 지도 점검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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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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