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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 i buy this."

작년 초 중고거래 앱에서 중고 노트북을 한 대 구입했다. 노트북 메모리를 8기가로 업그레이드 하고 나니 4기가 메모리가 하나 남았다. 필요한 사람이 있겠다 싶어 지난 10일 다시 중고거래 앱에 노트북 메모리를 판다는 글을 올렸다.
 
노트북 메모리를 추가하기 위해 노트북 하판을 개봉한 모습이다. 8기가 메모리를 추가하고 4기가 메모리가 여분으로 남았다.
▲ 노트북 메모리 노트북 메모리를 추가하기 위해 노트북 하판을 개봉한 모습이다. 8기가 메모리를 추가하고 4기가 메모리가 여분으로 남았다.
ⓒ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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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글을 올린 지 한 시간쯤 지나 채팅 알림이 올렸다. 하지만 나는 문자를 확인하고 살짝 당황했다. 채팅 문자가 한글이 아닌 영어였기 때문이다. 한동안 영어로 온 문자를 응시했다. 누구일까? 영어로 문자를 보낸 사람의 국적을 나름 추측했다.

답장을 할까? 정말 사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머릿속에선 yes와 no 사이를 수차례 오고 갔다. 삼 년 전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쓰지 않던 알파벳을 굳어진 머릿속에서 문장으로 조합하느라 조금 피곤했다. 답장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서 다음날 아침에 답장을 했다.

"yes, still i have this."

하지만 구매 요청자는 바쁘거나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한참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 그 사이에 노트북 메모리를 사고 싶다는 채팅 알림이 울렸다. 이번엔 한글이다. 새로운 구매자는 급한지 바로 구입할 수 있냐고 물었다. 외출 중이라 저녁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저녁에 집에 도착하고 구매 의향을 물었다.

"집에 도착했습니다. 구매 하실 건가요?"
"죄송, 바로 답장이 없어서 다른 분에게서 구입했어요."

그는 다른 사람에게 구매를 했다. 그리고 잠시후 다시 외국인에게 문자가 왔다. 그는 정말 노트북 메모리가 필요한 것 같았다. 중고마켓을 통해 몇 차례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팔기도 했지만 외국인과의 거래는 처음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한 초등학교를 알려주고 그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주소를 물으니 구매자는 월세 계약서 사진을 보냈다.
▲ 당근마켓 주소를 물으니 구매자는 월세 계약서 사진을 보냈다.
ⓒ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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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내가 알려준 초등학교를 알지 못했고 'sorry'라고 했다. 고심 끝에 구매자의 주소를 알려주면 내가 찾아 가겠다고 했다. 그는 이런 거래가 익숙한 듯 바로 자신의 집 주소가 적힌 월세 계약서 사진의 일부를 찍어서 보내주었다.

그의 집은 걸어서 십분 남짓 걸렸다. 바로 출발한다고 하니 그는 약간 당황한 듯 바로 답장을 보냈다.

"wait sir. i'm here at work until 7pm.(7시까지는 일하고)" 
"7:30pm arrive at my house.(7시 반이면 집에 도착한다)"


그가 요청한 시간에 맞춰서 출발했다.

"한국말을 잘 못하시는 것 같은데...."
"조금 밖에 몰라요."
"어디서... 아니 where are you from?"
"필리핀에서 왔어요."


내가 은박지에 고이 싼 노트북 메모리를 주머니에서 꺼내 그에게 건네주자 그도 주머니에서 반으로 접힌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더니 내게 건넸다. 이상은 없겠지만 혹시 문제가 있으면 연락 주라고 했다.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는 그를 잠깐 불러 세웠다.

"wait, this is for you".

외국인과의 거래라는, 소소하지만 독특한 경험을 해준 그에게 보답으로 달콤한 초콜릿을 하나 건넸다. 

중고마켓이 활성화 되면서 사기를 당했다는 후기도 접한다. 아직까지 나는 사기를 당하거나 손해를 본 적은 없다. 딱 한 번 노트북을 구매하려다가 판매자의 방식이 수상해 구매를 포기했다.

그리고 며칠 후 내가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중고 물품 사기 수법이 뉴스에 보도되었다. 뉴스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디 판매자나 구매자에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거래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중고 마켓을 이용하다 보니 생각지 못했던 경험도 한다. 거래 지역이 주로 '당신의 근처'이다 보니 온라인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한다. 고민을 상담하거나,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다거나, 맛집 소개 같은 정보교환, 같이 운동할 사람을 찾는 글도 올라온다.

실제로 지난 번에 화분을 잃어버린 일을 중고거래(http://omn.kr/1wbjw) 앱에 올렸더니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며 위로의 댓글을 달아주었다. 중고 마켓이 단순히 물품 사고팔기를 넘어서 지역사회에 새로운 소통 공간이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인철 시민기자의 <네이버블로그와 다음브런치>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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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시민기자입니다. 진보적 문학단체 리얼리스트100회원이며 제14회 전태일 문학상(소설)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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